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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과 '동주',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

[기고] 충청남도교육감 김 지 철

등록일 2016년03월11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김지철 충청남도교육감.

삼일절을 앞두고 절규하는 소녀와 부끄럽다는 청년을 만났다. 굿을 통해 역사를 호출하는 영화 ‘귀향’과 신문(訊問)을 통해 과거를 불러내는 영화 ‘동주’를 보았다. 두 영화 모두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지만 맹목적인 애국심을 강요하지 않는다. 보는 이에게 길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진보와 보수로 편을 가르지도 않는다.

“언니야, 이제 집에 가자.”

집에 가자는 평범한 말이 이렇게 슬픈 말인 줄 몰랐다. 패망한 일본군은 위안부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처녀들을 집단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웠다. 혼자 살아나온 미안함을 담아 넋으로나마 고향으로 모시기 위해 혼을 부르는 처절한 흐느낌이다. ‘이제 집에 가자’

예술은 종종 ‘문화적 증거물’이 된다. ‘귀향’은 국가의 외면과 수없이 많은 난관, 기업의 투자거절을 국민 후원이라는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제작한 국민영화이다. 출연조건이 출연료를 받지 않는 것이었다는 배우와 재능기부를 먼저 제안한 스태프가 있었다.

화려한 색체를 빼내 더욱 투명해진 시가 흐르는 흑백 영상 ‘동주’는 윤동주의 삶처럼 쓸쓸하지만 절제된 아름다움이 있다. 동주는 주권이 없는 나라, 모국어를 쓸 수 없게 된 나라에서 시를 쓰는 것이 부끄럽다고 했다. 그는 후쿠오카 형무소 창을 통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빛이 바람에 스치울 때도 부끄러워했고,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다.

두 영화 모두 개봉 직후 상영관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교육청에서의 상영을 고민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상영관이 느는 것은 물론, ‘귀향’은 스크린 독과점을 사라지게 하는 착한 상영관 수 확보의 계기가 되는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괴롭고 무겁지만, 아프고 슬프지만 외면하지 않고 우리국민들은 관객으로 참여하며 영화를 완성해가고 있는 것이다.

'귀향'의 조정래 감독은 일본을 비난하거나 섣불리 생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영화가 아니라고 밝혔다.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염원을 담은 인권영화로 인식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동주’의 이준익 감독은 ‘부끄러운 사실을 모르는 것이 가장 부끄러운 것’이라고 몽규의 대사를 통해 전달한다.

우리의 역사와 과거를 호출한 영화 ‘귀향’과 ‘동주’를 보고 부모, 교육자, 정치인으로서 우리국민들은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로 분열된 국론을 어떻게 모아야 할까? 자신보다 타인을, 내 것보다 남의 것을 더 크게 의식하며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질문이 꼬리를 문다.

충남교육청은 조정래와 이준익 감독이 말하는 것처럼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참학력 신장과 함께 인권과 생명, 안전과 평화, 정의와 민주시민 의식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모국어를 사교육이나 유치원 단계의 선행학습에 맡기는 것은 공교육의 책무를 다하지 않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판단하였다. 이에 초등학교 1학년 한글교육을 50시간 이상으로 편성하고 1학년 담임교사 전체에 대한 연수를 실시하였다.

삼일절을 맞이하여 부끄러운 마음으로 묵념을 올린다. 이국땅에서 죽어간 꽃 같은 어린 소녀, 적국을 위해 전쟁터로 끌려갔던 청년, 삼일만세와 독립을 위해 싸우다 쓰러진 모든 분들과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숭고한 피를 뿌린 호국영령의 귀향을 빌며 고개를 숙인다.

편집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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