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완 교수(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내분비내과)
당뇨병은 편리하고 풍족한 삶을 누리는 현대인들에게는 공통의 큰 고민거리다.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1명(12%)이 당뇨병 환자다. 또 4명 중 1명(25%)은 당뇨병 전 단계에 해당하는 공복혈당장애를 겪고 있다고 한다. 당뇨병과 당뇨병 전 단계 해당인구를 합치면 성인 3명중 1명(37%)은 당뇨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제 당뇨병에 대한 생활요법은 성인이라면 잘 알고 지켜야할 일반상식이 되었다.
안타깝지만 아직 당뇨병은 완치시킬 수 없는 의료계의 커다란 숙제로 남아있다. 일부 의사와 민간요법 시술자들이 당뇨병을 완치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주류 의학자들은 당뇨병 정복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완치할 수 없다면 모든 치료 행위가 무의미한 것일까? ‘영생할 수 없다면 인생은 무의미하다’라고 비약하지 않는 것처럼 당뇨병의 치료도 완치만이 목표는 아니다. 현대의학에서는 당뇨병 치료의 목표를 ‘당뇨병이 없는 사람처럼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에 두고 있다. 그러나 아직 온갖 최신 약물과 생활요법을 동원해도 당뇨병이 없는 사람만큼 건강하게 살도록 하는 것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결국 당뇨병은 발병하기 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결론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을 잠재적 당뇨병 환자로 보고 일찍부터 고단한 생활요법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래서 대한당뇨병학회에서는 아직 당뇨병이 없는 사람 중 향후 5년 이내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은 집단을 당뇨병 전 단계로 규정하고 적극적인 선제적 예방노력을 권하고 있다.
당뇨병 전 단계는 공복혈당장애(공복 혈장 혈당 100~125mg/dL), 내당능장애(75g 포도당부하검사 2시간 혈장 혈당 140~199mg/dL), 당화혈색소가 5.7~6.4%인 경우를 말한다. 당뇨병 전 단계로 판정되면 당뇨병 생활요법을 꼭 시작해야 한다.
당뇨병 관리를 위한 생활요법은 음식조절, 운동, 체중관리가 대표적인데 어린 시절 학교에서 다 배웠던 쉬운 내용이 원칙이다. 생활요법을 적용할 때는 항상 원칙이 우선이다. 황제다이어트, 1일1식, 당화지수 등 화려한 미사여구에 현혹되어 작은 주제에 매몰되면 전체적인 원칙이 무너지는 경우가 빈번해 주의가 필요하다.
간혹 대중 매체에서 당뇨병은 약물치료가 필수인 상태, 당뇨병 전 단계는 약물치료가 필요 없는 상태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당뇨병 전 단계는 곧 당뇨병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는 의미가 숨어 있으므로 실은 당뇨병 전 단계부터 약물을 사용하면 더 좋다. 하지만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투약을 굳이 권하진 않는다. 당뇨병 전 단계에서 약물치료를 하면 건강보험공단에서도 치료비를 지원하지 않는다. 환자가 치료비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초기 당뇨병과 당뇨병 전 단계는 증상이 없어 자가진단이 불가능하다. 정기 검진을 통해 질병 상태를 판정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40세 이상 성인은 누구나 매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과체중, 부모, 형제자매 중에 당뇨병이 있는 경우, 임신성 당뇨병이나 4kg 이상의 거대아를 출산한 경우, 고혈압, 고지혈증, 심혈관질환이 있는 경우, 스테로이드 약물이나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라면 30세부터 매년 선별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