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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없는 치킨게임, 누리과정 갈등 언제까지?

충남교육청 재의요구에 충남도의회 유감 표명

등록일 2016년01월12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양편이 모두 차를 타고 좁은 도로 양쪽 끝에서 서로를 향해 마주 달리는 게임.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차량에 겁을 먹고 먼저 운전대를 꺾는 사람은 겁쟁이다. 누리과정 예산편성 논란이 이런 ‘치킨게임’으로 가는 모양새다. 

충청남도교육청(교육감 김지철)은 지난 6일(수) 2016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과 관련해, 충청남도의회로부터 이송돼 온 ‘2016년도 충청남도교육비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다.

충남교육청의 이번 재의 요구는 지난해 12월16일 충청남도의회가 충남교육감이 제출한 2016년도 교육비특별회계 예산을 심의·의결하면서 금액을 증가하고,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한 후 교육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통과 시킨 데에 따른 것이다.
당시 충남교육청은 ‘3~5세 무상보육을 약속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는데 충남도의회는 다른 교육예산을 삭감해가며 자의적으로 6개월치 예산 536억원을 편성해 의결했다. 536억원을 ‘교육청이 자체예산으로 편성’해 어린이집과 학부모들에게 지원하라는 것. 

충남교육청은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한 지방자치법 제127조 제3항를 위반했다’며 ‘충남도의회에서 이번 누리과정 예산 심의·의결에 대한 충남교육청의 재의 요구를 신중하게 처리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충남도의회는 충남교육청의 이런 태도에 유감을 표명하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 홍성현(새누리당·천안1) 위원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12월16일 본회의에서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반대하는 의원은 단 1명도 나오지 않았다”며 “도교육감의 정치적 성향 탓에 도민과 어린이집 교사, 학부모 등이 혼란에 빠졌다. 교육감이 누리과정을 편성하지 않은 것은 법을 위반한 것이다”고 질타했다. 

홍 의원은 “지방재정법시행령 39조에 따르면 누리과정 예산은 시·도교육청의 의무지출 경비에 해당한다. 또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23조1항에 따라 교육부장관이 교부한 교부금으로 관련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앞으로 일어날 불상사에 대해서는 교육감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충남도의회는 우선 충남도의회는 의장단 간담회를 통해 입장을 정할 계획. 하지만 충남도의회 전체 40석중 30석을 점하고 있는 새누리당 우위의 상황에서 도교육청의 재의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게 현실이다.

누리과정 예산논란, 걱정은 고스란히 학부모들 몫
학부모 불안감 고조, 어린이집들도 경영 악화 우려

누리과정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3∼5세 어린이들의 공평한 교육과 보육 기회 보장을 위해 2012년부터 국가가 공통으로 시행하도록 만든 표준 교육 내용’이다. 2012년 3월 5세 누리과정을 시작으로 2013년 3월부터는 3~4세까지 확대돼 시행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지원은 누리과정을 교육하면서 부모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계층의 유아에게 유아학비와 보육료를 지원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매년 이 예산의 편성을 중앙정부가 하느냐 지역교육청이 하느냐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고, 매년 미봉책으로 일관하며 근본적 해결을 미뤄오더니 결국 올해 그 심각성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 수원시나 강원 영월군처럼 충남도와 관내 시군들이 자체예산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는 방법도 있지만 현재로선 어디서도 이런 상황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둘러싼 갈등은 비단 충남교육청만의 일은 아니다. 서울과 경기, 광주와 전남 등은 어린이집 뿐 아니라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도 편성하지 않았고, 세종과 강원, 전북은 유치원 예산만 편성했다. 

이런 와중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시도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하는 것은 엄연한 직무유기로 감사원 감사 청구와 검찰 고발을 포함한 법적 행정적, 재정적 수단 등 모든 방법 등을 총동원해 강력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도 다음날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누리과정 문제는 정부의 무책임한 재정 대책 때문이다. 보육대란이 코앞에 와 있는 상황에서 감사나 고발은 해법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부와 국회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아이 둘 있는 집은 정말 ‘휘청’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종 포털사이트의 육아 관련 카페에서는 학부모들의 걱정과 비판이 나날이 고조되고 있다.
N포털 육아카페의 한 네티즌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왜 교육부에 떠넘기는 건가. 보육비 지원은 분명 대통령 대선공약이었다.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대통령도 정말 한심하고 그에 선동되는 사람들도 똑같다. 우리 아이들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나라에 태어났다는 것에 마음이 많이 아프다’라는 글을 올렸다.
다른 네티즌도 ‘지원 끊기면 홈스쿨링 시키겠다는 분들도 생기더라. 어린이집에서 통지는 없었는데 큰 돈이 들게 되니 걱정이다. 아이들이 둘 있는 집은 정말 휘청 ㅠㅠ’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외에도 전국 곳곳에서는 누리예산과 관련한 성토글들이 쌓여만 가고 있다.<사진 참고> 일각에서는 ‘출산장려 정책에 재 뿌린 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도내 어린이집들의 불안감도 날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당장 보육비 등을 이유로 어린이집 등원을 거부하는 세대가 늘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내 어린이집들의 경영 어려움 등이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교육전문가는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때는 합리적인 설명과 설득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시켜야 한다. 힘으로만 찍어 누르면 혼란과 반발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결국 소통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치킨게임양상을 보이고 있는 누리과정 예산편성 문제. 논란의 당사자들과 상관없이 당장 만3~5세 아이들을 두고 있는 학부모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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