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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 18㎏의 18살아들, 바람이라도 쐬 주었으면…’

‘뇌병변 1급 소두증 투병 아들, 평생을 누워 지내야 - 전미선(가명·신방동)

등록일 2016년01월12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천안 신방동의 한 소형 아파트.

복도를 지나며 만나는 수 많은 문들 중, 손님을 맞으려 빼꼼히 열린 문이 바로 전미선씨 모자의 집이었다.

방안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면역력이 약한 아들을 위해 난방은 늘 유지해야 한다는 게 엄마의 설명이다. 벽 한쪽에는 대학생이 된 큰아들, 엄마의 희망인 선기(가명)의 사진이 걸려있다. 두 겹으로 깔린 이불 위에는 시선을 한 곳에 고정하지 못하는 둘째 김선우(가명·18) 군이 불안하게 누워있었다.

선우의 몸무게는 고작 18㎏로 보통 서너살짜리 아이들의 몸무게에 불과하다. 뼈만 남아있는 다리는 쭉 펴지 못하고 접혀있는 상태. 잠시 앉아 있을 수 조차 없다. 소두증으로 머리가 작다보니 눈코입이 상대적으로 무척이나 커 보인다. 다른 병치레가 그나마 적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선우는 말도 하지 못한다. 식사 때나 가끔 소리를 내는 것이 의사 표현의 전부다. 하지만 엄마만은 아들의 감정을 모두 읽을 수 있는 듯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엄마는 아침부터 밤까지 24시간 종일 선우를 돌봐야 한다. 이런 생활이 벌써 18년째다.
 

엄마가 말하는 의료사고, ‘지금도 생각하면…’

임신 7개월이었던 엄마 미선씨는 당시 ‘전치태반’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고 한다.

전치태반은 태반이 자궁 출구에 매우 근접해 있거나 출구를 덮고 있는 상황을 말한다. 출산을 할 때 아이가 먼저 나오고 태반이 뒤이어 나오는 것이 정상인데, 태반이 먼저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 결국 선우는 제왕절개 수술로 7개월 만에 엄마를 만나야 했다. 인큐베이터 신세를 져야 했지만 그래도 엄마는 2.2㎏으로 무탈하게 나온 선우의 출산이 다행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그런 기쁨도 잠시, 선우는 얼마 후 평생을 감당해야 할 멍에를 지게 된다.

인큐베이터 안에 있던 선우가 호흡이 부족해 주사를 맞게 됐는데 이게 문제가 된 것이다. 당시 주사를 맞고 경기를 일으킨 선우는 폐가 찢어지는 손상을 입었고, 이후 각종 합병증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태어난 지 두 돌이 지나서야 닫힌다는 정수리의 대천문이 막혀버렸고 손 쓸 수 없는 상태의 악화가 지속됐다.

엄마는 의료사고를 주장하며 병원과 맞섰지만, 없는 가정형편에 제대로 된 싸움을 하지도 못하고 원하지 않았던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미선씨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이사한 날이 외출의 전부였던 선우

전씨의 남편은 일하는 날이 들쑥날쑥한 일용직 노동자였다. 공사가 있는 전남 여천, 충남 서산 등을 돌아다니며 몇 달짜리 일을 하고 다시 일을 기다리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선우아빠는 가끔 폭력을 휘두르기까지 하던 거친 사람이었지만 적어도 자식들을 형제들의 양육에 대한 책임감 만은 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선우의 와병이 길어지고 그의 외지생활 역시 길어지면서 결국 부부의 인연이 끊기고 만다. 정식으로 결혼신고를 하지 않았던 사실혼 관계였지만 이제 그런 관계도 끊긴지 5년이 넘었다. 

큰 아들인 선기는 어려운 형편에서도 특별전형으로 4년 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이제 군대도, 취업도 해결해야 하는데 현실이 쉽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현재 미선씨 가족의 한 달 수입은 3인가족의 기초생활 수급비와 상만이의 장애인 연금 20여 만원이 전부다. 

“바라는 것이라면 선우 같은 아이를 위한 흡입기계에요. 얘가 밥을 먹으면 늘 이물질이 끼고 가래가 생기는데 그걸 뱉어내지 못해 늘 깨끗한 수건으로 퍼내고 닦아주고 있어요. 아이도 힘들어 해서 그런 게 하나 있으면 좋겠어요. (잠시 생각하다) 다른 것은… 글쎄요. 잠깐 나들이라도 해보는 것? 저도 친정에 간지 10년이 넘었고 선우도 이사할 때 빼고는 밖에 나간 적이 없었어요. 날이 좀 좋아지고 형편이 조금 나아지면 잠시라도 콧바람을 쐬어주고 싶어요. 그런 날이 올까요?” 

선우의 손을 꼭잡은 엄마는 숨겨왔던 작은 바람을 내비쳤다.
 

이진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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