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3∼5세 어린이들의 공평한 교육과 보육 기회 보장을 위해 2012년부터 국가가 공통으로 시행하도록 만든 표준 교육 내용이다. 그러나 이 예산을 둘러싼 정부와 교육계를 바라보는 학부모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6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예산을 두고 충남도의회와 충남교육청 간 갈등을 들여다 보자. 또 정부와 전국 교육감들, 학부모와 어린이집 사이에서는 보육대란에 대한 우려와 반발이 거세다.
2015년 12월17일, 충남도의회는 예산 심의과정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536억원을 증액 의결하고 이를 도교육청에 이송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도교육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도교육청은 그동안 “도의회가 학습 관련 예산 328억원을 삭감해 이를 누리과정 예산으로 편성한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지방자치법(제127조 제3항)에는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누리예산을 위해 이미 편성된 교육예산을 무리하게 삭감한 것 자체가 非상식적이며, 非교육적 이라는 것이다. 이에 충청남도교육청(교육감 김지철)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충남도의회에 ‘지방자치법 위반’이라며 지난 6일 재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주장하는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도의회가 재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도교육청은 도의회가 재의에서도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할 경우 대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충남뿐만 아니라 전국 모든 시도교육감들의 공통된 문제다. 전국 교육감들의 입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부가 국민과 한 약속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기지 말고 정부가 책임지라’는 것이다.
국회는 지난 3일 본회의에서 누리과정의 우회 지원을 위한 목적예비비 3천억원을 반영한 정부 예산안을 통과시켰지만, 내년 전국의 누리과정 지원에 필요한 예산은 2조1274억원으로 예비비를 제외하면 1조8천억원 가량이 부족해 ‘보육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누리과정을 탄생시킨 ‘무상보육’은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었다. 공약집(272쪽)에 ‘보육과 육아는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밝혔고, 대선을 3일 앞둔 2012년 12월16일, TV 토론에서 그는 “0세부터 5세 보육은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탄생한 대통령 공약실천 과제가 이제 전국 시·도교육감에게 강요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