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말연시를 맞아 사회 각계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곳곳에서 따뜻한 미담이 전해지니 매우 반갑고 고마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언론사에 전해지는 훈훈한 미담소식에 한편으로는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은 불편한 장면이 목격된다. 예년 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한 보여주기, 생색내기 기부의 흔적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불편한 것은 한 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이 사회에서 소외받는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다니며 김치, 쌀, 라면, 돈 봉투 등을 건네며 기념촬영을 하는 장면이다.
돈 봉투 받으며 카메라 앞에 고개 숙인 어린학생의 표정이 불편해 보인다. 또 거동 불편한 노인을 찾아 손에 쥐어주는 쌀과 김치 너머로 보이는 표정도 불편해 보인다.
몇몇 기관장은 소외이웃(?)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들여 장시간 불편한 연설까지 늘어놓는다. “어린 나이에 부모가…,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불구하고…, 자식이 있어도 찾지 않아…” 당사자를 앞에 두고 당사자의 개인정보를 낱낱이 밝혀 상처를 주고, 주변사람들까지 불편하게 만드는 일도 흔하다.
대부분 기부는 연말연시에 80% 이상 이뤄진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현물로 받은 몇몇 중복되는 물품이 온전할 리 없다. 오래된 쌀에 벌레가 생기고, 라면을 비롯한 각종 식료품의 유통기간이 지나고, 제대로 보관하지 못한 김치가 쉬다 못해 상하기도 한다.
기업이나 각종 기관과 단체에서 다양한 기부활동을 하지만 정작 받을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물품이 무엇인지 묻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기념촬영에 배경으로 쓸 목적으로 쌀, 라면상자, 연탄 등 제공자들이 원하는 품목을 지정해 기탁하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수혜자들이 양극화되기도 한다. 평소 시민들은 기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그 절차와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기부활동이 활발한 연말에 집중되고, 품목과 수혜대상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기부는 더없이 아름다운 문화다. 착한기부를 하고 싶다면 상대방의 상황과 정서까지 배려하는 따뜻하고 세련된 기부자세가 먼저 필요하다. 가난하고, 소외받는 어려운 이웃들은 연말연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늘 우리 주변에 있다는 점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