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만식씨 가족은 온기 없는 차가운 방에서 일가족이 추위와 싸우고 있다. 박씨 가족이 올 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매우 위태로워 보인다.
“상상만 해도 겨울은 너무 무섭고 고통스럽습니다. 추운 겨울이 빨리 지나고, 따뜻한 봄날이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아산시 용화동의 한 주택가 깊숙한 골목길에 박만식(72·가명)씨와 그의 아내 김봉순(62·가명)씨 그리고 딸 영희(43·가명)씨 세 가족이 살고 있다. 어찌 보면 매우 평범하고 평화로운 가정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하루하루 벼랑 끝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도 아니고, 차상위 계층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권 내에서는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누군가 도움을 주지 않으면 당장 굶어야 할 처지다.
이들 가족이 특히 두려운 것은 춥고 긴 겨울철이다. 먹고사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한다 하더라도 당장 온기 없는 차가운 방에서 일가족이 추위와 싸워야 한다. 박씨 가족이 올 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매우 위태로워 보인다.
지붕에서 물 새고, 집안 곳곳에 곰팡이 얼룩
박만식씨 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썰렁한 냉기와 함께 알 수 없는 퀴퀴한 냄새가 방 안에 가득하다.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실내는 용도가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없는 살림살이가 어지럽게 놓여있다. 주방에는 언제 설거지를 했는지 알 수 없는 음식찌꺼기 묻은 빈 그릇이 수북이 쌓여있다.
쌓이고 쌓인 세간들은 정리할 엄두조차 나지 않아 보인다. 방 안에는 두툼하게 쌓인 이불 속에서 체온으로 냉기를 몰아내고 있었다. 박씨 가족들이 겨울철이 가장 무섭다고 한 이유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집 천장은 습기와 곰팡이로 얼룩져 있고, 그 위에 난방을 위해 비닐을 덧씌웠다.
공사장 사고 후유증으로 근로능력 상실
현재 이들 세 가족에게는 경제적 능력을 가진 사람이 없다.
박만식씨는 젊은 시절 공사장에서 당한 부상과 후유증으로 근로능력을 상실했다. 박씨는 한 때 건설현장에서 성실하게 일해 생활비를 벌고, 조금씩 저축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던 도중 큰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박씨의 다리에 유리 파편이 박혀 인공혈관을 삽입하는 등 큰 수술을 받았다. 이후 사고 후유증과 여러 가지 합병으로 잦은 두통과 발작증상이 나타나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불편한 몸이 되고 말았다.
그러면서 점점 빚이 늘어 감당할 수 없는 상황까지 몰렸다. 집을 담보로 금융기관 대출을 쓰다 한도가 초과했다. 그러다 주변 지인들에게 조금씩 돈을 빌려서 쓰기 시작했는데 갚지 못해 더 이상 손 벌릴 곳이 없다. 결국 급한 마음에 사채까지 끌어다 쓰고 말았다.
현재 박씨가 노령연금으로 받는 20만원과 아내가 식당 주방 등을 전전하며 벌어오는 몇 푼의 돈은 대출과 사채 이자로 고스란히 나간다. 그러고 나면 당장 쌀 한 포대 살 돈조차 남지 않는다. 산다는 게 그저 한 달 한 달 죽지 않고 버티는 정도다.
게다가 최근 박 씨는 백내장까지 찾아와 시각기능을 서서히 잃고 있다.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돈이 없어 검진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딸 영희씨는 한 때 직장생활을 했지만 지금은 신부전증으로 근로활동을 전혀 못하고 있다. 또 심한 우울증까지 찾아와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약에 의존해 살고 있다. 약을 먹지 않으면 자신의 감정조절을 못해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지르는지도 자각하지 못한다. 영희씨가 이렇게 된 것이 올해로 8년째다.
올해로 43살 된 영희씨는 집안청소나 살림조차 거들지 못한다. 게다가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모든 짐은 아내의 몫
결국 아내며 엄마인 김봉순씨가 집안의 경제활동이며 집안의 모든 책임을 떠안았다.
식당 주방일을 하면서 받아오는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이들 가족은 하루하루 근근이 버티고 있다. 그러나 김씨의 수입마저도 들쭉날쭉 일정치가 않다. 어떤 달은 전혀 수입이 없는 상황도 발생한다.
올해 예순 두 살의 김봉순씨 몸도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온몸이 쑤시고, 저리고, 몹시 아프다. 그러나 당장 자신이 일을 하지 않으면 세 가족 모두 굶을 처지라 매일 고된 몸을 이끌고 일터로 향한다.
김씨는 쉬는 날도 없고, 근무시간도 일정치 않다. 새벽에 출근해 밤 늦게 돌아오는 날이 더 많다. 김씨가 이런 삶을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꽉 막힌 삶 자체가 고통인 이들 가족에게 잠시 숨이라도 돌릴 수 있도록 도움이 절실하다.
도움주실 분: 아산시청 사회복지과 540-2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