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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암민속마을 ‘건재고택’ 국비 매입 확정

문화재청 긴급매입비 36억원 편성, 내년 3월 경매예정

등록일 2015년12월1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건재고택’에 대한 국가매입이 추진될 예정이다. 이명수 의원에 따르면 문화재청 2015년 문화재 긴급매입비 36억원을 투입해 매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건재고택’에 대한 국가매입이 추진될 예정이다.

이명수 의원에 따르면 외암리 ‘건재고택’에 대한 국가차원의 매입과 관리를 요구한 결과, 문화재청의 2015년 문화재 긴급매입비 36억원을 투입해 매입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7일(월) 밝혔다.

건재고택은 후손의 빚 때문에 소유권이 2009년 미래저축은행으로 넘어갔다. 이후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횡령, 배임, 부실대출 등 각종 비리로 구속되면서 건재고택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2년 4월 경매물건으로 나온 후 여러 차례 유찰 끝에 중단된 상태며,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주 채권자로 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명수 의원은 “이번 매입비 지원으로 아산시 외암마을의 대표가옥인 건재고택이 외지인의 투기목적 매입이나 주말별장 등 문화재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정부가 매입해 직접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조상들의 숨결이 살아있는 문화재를 후손들에게 보존해 물려주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현재 ‘건재고택’은 여러 채권자들에 의해 담보가 복잡하게 설정돼 있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각 채권자의 권리말소를 위해 2016년 3~4월 계획된 경매에 예금보험공사가 직접 참여해 낙찰 받는 형식으로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외암민속마을 민속문화재의 시련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 소유로 알려졌던 외암민속마을 국가지정 중요 민속문화재인 토지와 가옥이 줄줄이 경매시장에 나오게 된 것은 지난 2012년 4월부터다. 당시 외암마을 주민들은 문화재를 비롯한 마을 자체가 투기자본에 잠식될 것을 우려하며 정부나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서 매입해 줄 것을 요구했다.

김 전 회장 소유로 알려진 가옥과 토지는 외암민속마을을 대표하는 핵심건축물로 상징성이 크다. 경매물건은 건재고택을 비롯해 감찰댁, 화소원 등 기와 3동, 초가 4동, 별채 2동으로 2만3100㎡가량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재고택은 조선 숙종때 문신이자 성리학자인 외암 이간의 후손들이 대를 이어 터를 지켜왔다. 그러다 2009년 세금체납을 비롯해 은행을 채권채무 등으로 압류와 근저당설정 등을 거쳐 소유권이 김찬경 회장 일가로 넘어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모씨가 심경을 비관해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이후 횡령·불법대출 등으로 구속된 김찬경 회장과 복잡하게 얽힌 채권채무 관계로 미래저축은행이 지난 2012년 4월 경매를 시작하자 지역사회에서는 이미지 훼손을 크게 우려해 왔다. 김찬경 전 회장은 정관계인사를 초청해 건재고택에서 가든파티를 여는 등 로비장소로 활용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건재고택은 지난 2012년 4월30일 1차로 47억 여 원에 경매 시장에 나왔지만 유찰됐다. 이후 지역주민의 반발 등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자 매수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외암민속마을 토지·전통가옥 30%이상 외지인 소유

외암민속마을은 60여 채의 전통가옥으로 구성된 살아있는 민속박물관으로도 불린다. 집집마다 생활의 편의를 위해 현대식으로 일부 개조를 했지만 초가와 기와의 원형은 기본적으로 100~2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 마을은 지난 2000년 마을 전체가 문화재(국가지정 중요 민속문화재 236호)로 지정됐으며, 200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는 등 중부지방의 거주생활상과 유·무형 문화유산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그러나 현재는 외암마을이 원주민의 손을 떠나 외지인에게 잠식되는 비중이 점점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봉 외암민속마을보존회장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 할 수는 없지만 마을을 구성하고 있는 60여 채의 전통가옥 중 12~13채가 외지인 소유며, 토지도 30% 이상 외지인들의 손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외암마을 주민들은 주거생활의 불편, 재산권행사 제한 등 많은 불편과 희생을 감내하며 문화재를 보호한다는 긍지를 가져왔다”며 “그러나 일부 검은자본이 흘러들어 건재고택 등 가옥과 토지를 독점해 왔고, 그 과정에서 각종 비리와 부정이 드러나면서 지역의 이미지가 실추된 점이 너무 가슴아프다”고 말했다.
 
살아있는 민속박물관…500년 역사 간직한 외암마을과 건재고택

외암민속마을 주민들은 투기나 불순한 목적으로 외지인이 외암마을을 소유하는데 결사반대 하며, 관계기관은 문화재의 매매를 제한 할 수 있도록 법률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외암민속마을의 유래는 조선시대 중엽 명종(1534~1567)때 장사랑이던 이정 일가가 낙향해 정착함으로써 예안이씨 집성촌으로 출발해 500년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마을은 설화산 등에 기댄 배산으로 삼고 마을 앞에는 작은 냇물이 흘러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세에 자리잡고 있다. 내를 가로질러 놓인 다리를 건너면 왼쪽에 소나무 숲과 아담한 정자가 있어 쉼터 구실을 한다. 외암민속마을은 낮은 돌담장이 정겨움을 더한다. 집집마다 둘레둘레 길모퉁이를 돌아가며 쌓은 담장 길이를 모두 합하면 5300m나 된다.

이곳은 무엇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실제로 대를 이어 주민들이 살고 있다는 점에서 민속촌을 비롯한 여타 박물관과 다르다. 마을입구 물레방아 모퉁이를 돌면 집집마다 초가와 기와집 앞에 경운기와 승용차가 나란히 주차돼 있다.

외암마을의 핵심 건축물이며 상징이기도 한 건재고택은 이정의 6세손으로 조선후기 성리학자인 이간(李柬, 1677~1727) 선생이 출생한 가옥으로 18세기 말 외암선생의 후손인 건재(健齋) 이욱렬 공이 현재 모습으로 건립했다고 전한다.

고택의 구성은 문간채, 사랑채, 안채를 주축으로 우측에 광채와 가묘, 좌측에 곳간채가 배치됐다. 주변에는 자연석 돌담과 한식 담장을 두르고 있으며, 담장 밖에는 초가로 된 하인집이 있다.

설화산을 배산으로 산세를 따라 서북향으로 건물을 배치했고, 계곡에서 흐르는 명당수를 유입해 고택의 정원수와 방화수로 이용하고 있다.

사랑채 앞 정원은 학의 모양을 한 연못을 중심으로 작은 계류가 형성돼 있으며 괴석과 노송 등 많은 수목으로 꾸며져 있다. 우리나라 반가와 정원과 변천사를 볼 수 있는 접견점이 매우 뛰어난 가옥이다.

외암민속마을은 1988년 전통건조물 보존지구로 지정된데 이어 2000년 국가지정문화재 중요민속자료 제236호 지정, 2009년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올랐다.

불손한 목적의 문화재 매매 제한해야

지난 2012년 미래저축은행사태와 관련된 건재고택 등이 경매물건으로 나오자 외암민속마을보존회를 비롯해 노인회, 부녀회, 청년회, 영농회, 민속마을체험협의회 등은 공동성명을 통해 지역주민의 입장을 밝혔다.

오백년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외암마을에서 조상 대대로 살아온 주민들의 자존과 긍지가 외지인에 의해 훼손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투기 등 불순한 목적으로 외지인이 부동산을 소유하는데 결사반대 하며, 관계기관은 문화재의 매매를 제한 할 수 있도록 법률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준봉 회장은 “외암마을의 대표가옥으로 주민들의 자긍심인 건재고택이 불순한 외지인이 매입해 원형을 훼손하고, 주말별장이나 유흥장으로 전락시키지 않도록 공공기관에서 매입해 문화재가 영구 보존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외암민속마을을 비롯한 문화재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실제로 문화재보호구역 내에서 각종 행위제한에 묶여 재산권 행사가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로 인한 사생활 침해는 물론, 일부 도를 넘어선 불미스러운 일까지 벌어진다. 해당 주민들에 대한 보호와 지원대책 등 종합적인 정비도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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