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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같은 진실’ 가정폭력의 일화

기고-천안동남경찰서 경무계장 김기송 경위

등록일 2015년11월1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동남경찰서 김기송 경위. 출근을 한뒤 평소와 다름없이 지역 골목길 절도 예방 등 시민의 안전을 위해 순찰을 하는 도중 112 지령실에서 관내 모아파트에서 흉기를 든 가정 폭력이 발생 했다는 지령을 받았습니다. 혹시 모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고 현장에 도착해 초인종을 눌렀으나 역시나 다른 가정폭력 신고와 같이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안에서는 계속 “죽인다”, “못살겠다” 하면서 다툼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순간 ‘위험한 상황이구나’ 직감하고 문밖에서 “문을 부수고 들어간다”, “소방차를 부른다” 하는 등 적극적으로 설득하기를 약 10여 분... 마침내 문이 열렸습니다.
문을 열어주는 남자의 손에는 야구방망이가 들려 있었고 아내인 듯한 여성은 울면서 남편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갖은 욕설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성은 만취한 상태이었고 손에는 20㎝ 정도 길이의 과도를 쥐고 있었습니다.

우선 부부간 다친 곳이 있었는지 확인했으나 다행히 양쪽 모두 큰 상처는 없었습니다. 부부를 설득해 흉기를 빼앗아 놓고 자초지종을 들어 보았습니다. 결혼 전에는 둘이 죽도록 사랑해 양가의 허락하에 많은 하객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을 하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슬하에 자매를 두고 행복하게 살았는데 뜻하지 않게 남편이 건설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후 실직하게 되면서 가정의 화목은 점차 깨졌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도중 ‘자매’라는 말을 듣고 아이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안방 문을 열고 들여다 보는 순간 10세 정도의 여자아이 둘이 겁에 질려 부둥켜 안고 있다가 “경찰관 아저씨 살려주세요”하며 안기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겁에 질리고 울었는지 말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이제는 어린이를 안심시키느라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러나 굳게 응어리진 아이들의 가슴과 말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고 이제는 부모도 싫다는 것이 아이들의 대답이었습니다.

파출소로 임의 동행해 가정폭력 등으로 조사해야지 마음 먹으면서 아이들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순간 혹시 이것이 오히려 아이들을 더 깊은 절망 속으로 몰아넣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 번 더 기회를 주어 볼까해 부부를 앞에 앉혀 놓고 인생의 선배로서 걸어온 길과 더욱 어렵게 생활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대화하는 도중 부인이 “경찰관 아저씨 우리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다시 행복을 뒤찾을수 있는 길을 열어 주세요. 간절히 바랄게요”하면서 술에 취했지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습니다. 남편도 아이들도 얼어버린 마음이 녹았는지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용서할까’, ‘법의 심판대에 세울까’하다가 결국 ‘그래, 이번만은’ 하면서 “그럼 며칠 지켜 볼께요”하고 뒤돌아 나왔습니다. 그리고 순찰을 돌면서 전화로 확인 했더니 부인도 자고 아이들도 잠이 들었다고 해 조금은 안심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 후 시간이 나면 안부 전화를 하게 됐습니다. 부인도 식당일을 나가고 아이들도 학교를 잘다니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일에 대해서는 “저번 일 공효시효 아직 멀었습니다”라며 서로 농담도 나누는 사이가 됐습니다. 저는 정말 없어져야 할 4대 사회악 중에 ‘가정폭력’이 제일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가정폭력 이야말로 사회를 병폐화, 황폐화 시키는 주 원인입니다. 어린 아이들 가슴을 멍들게 하고 가정폭력에 시달린 아이들은 성장해서도 온갖 범죄로부터 유혹을 받아 범죄자가 될 확률이 많습니다.

우리 모두 가정폭력 없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 때까지 노력해야겠습니다.

이진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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