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낮에 흉기에 맞아 입술이 찢어지고, 머리가 깨진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폭행당한 피해자의 얼굴은 물론 온 몸이 아스팔트에 짓이겨졌고 시뻘건 피가 흥건하다. 노동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차량을 돌진해 충돌사고를 일으기도 했다. 이 모든 사건은 아산시 유성기업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이다. 조폭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믿어지지 않는 사건이 일어났지만 가해자는 아무도 처벌받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피해자는 5년 전에 일어난 이 폭력사건으로 현재까지 고통 받고 있는데, 처벌받거나 책임지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무자비한 폭력에 맞서 저항했던 노동자들에 대한 고소·고발이 300여 건이나 무더기로 접수됐다.
지난 6일 금속조조는 ‘노조파괴 과정에서 임금 31억9000만원을 떼먹은 유성기업 추가기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노조파괴 부당행위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유성기업이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을 떼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유성기업이 지난 2011년 실시한 직장폐쇄의 일부 기간이 적법하지 않다며, 직장폐쇄기간 임금과 연월차수당을 지급하라는 노조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회사는 이에 불복해 바로 항소했지만 지난달 15일 항소심 재판부인 고등법원도 1심과 같은 취지로 판결했다.
그런데 유독 유성기업 사용주의 노조법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재판은 노조파괴가 벌어진지 만4년을 넘어 5년째로 접어든 최근까지 1심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유성기업 폭력사태가 1600일이 지나는 동안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심리와 정신건강은 최악의 위기상황을 겪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노조파괴를 전문으로 해온 악명 높은 용역업체를 동원해 쇠파이프, 죽창, 철조망 등으로 유혈 폭력사태를 불러일으켜 국민적으로 공분을 샀던 유성기업을 어떻게 봐야 할까.
유성기업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2011년 폭력사태 이후 긴장과 스트레스가 지속되면서 심신이 매우 지쳐있다. 소화불량, 가슴답답, 불안, 피해의식, 불면과 우울증이 지속되면서 통제하기 어려운 적대감으로 ‘자살’과 ‘살해’ 충동이 반복된다는 노조원들이 태반이다.
이들의 트라우마는 가정파괴로 이어지고 있다. 이혼하거나 별거중인 노동자, 애지중지하던 자녀에게 폭행을 저지르고 분노조절 장애로 괴로워하는 노동자도 있다. 이 가학적이고 파괴적인 상황을 이 사회가 방치한다면 머지않아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침투할 것임을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