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준경 가옥은 1989년 보수를 위해 공사하던 중 상량문이 발견돼 순조 25년(1825년) 건립된 기와집으로 확인됐다.
“조선시대 건축물에 시멘트, 양철 물받이, 싱크대와 전기시설물이 그대로 노출돼있다.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아산시의회(의장 유기준)가 지난 7일(수) 도고면 시전리 국가지정 중요민속문화재 제194호 ‘성준경 가옥’ 보수현장을 방문했다.
조선후기 건축물인 성준경 가옥은 뒤쪽으로 도고산, 앞쪽으로 퇴미산이 위치해 있다. 그동안 본 가옥에 대한 연대추정이 어려웠으나 1989년 보수를 위해 공사중 상량문이 발견돼 순조 25년(1825년) 건립된 기와집으로 확인됐다.
원래 12동의 부속채가 있었으나 현재는 안채, 사랑채, 문간채, 행랑채, 바깥채, 광채 등이 남아 있다. 이 가옥은 주산인 도고산 구릉 방향으로 남향이 아닌 북향 배치된 점과 함께 안마당을 작게 조성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200년 전 건축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자연보존 상태가 좋다. 또 건축물 자체가 자연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1984년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받은 성준경 가옥은 현재까지 국·도·시비 10억 여원을 지원받아 연차적으로 보수가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초창기 역사적 고증과 전문가의 자문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장을 가보니 기와지붕에 기다란 양철물받이가 설치돼 있어 미관을 어지럽히고 있다. 또 무쇠 솥이 걸려있어야 할 부엌에는 낡은 싱크대가 설치돼 있고, 뒤뜰에는 수도꼭지가 삐죽 솟아 있다. 또 흙과 돌과 목재를 주재료로 지어진 조선시대 건축물 곳곳에 시멘트를 덧칠해 땜질식으로 보수한 흔적도 보인다. 각종 전기배선도 외부로 노출돼 있고, 플라스틱 창틀도 부자연스럽기는 마찬가지다.
200년 전 건축된 조선 후기 건축물에 낡은 싱크대를 설치해 문화재적 가치를 크게 훼손시켰다.
성준경 가옥은 그동안 전문적인 관리를 받지 못해 계량기와 전기배선 등이 어지럽게 뒤섞여 문화재의 가치를 훼손시키고 있었다.
유명근 의원은 “조선시대 건축물에 계량기와 배전판이 뒤엉켜 있고, 방안 곳곳에 비닐장판이 깔려 있어 역사적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 보더라도 말도 안 되는 엉터리 관리를 해온 것을 알 수 있다”며 “소중한 문화유산을 제대로 보존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인배 의원은 “문화재의 가치를 살리기 위해서는 고증을 통해 정확하게 복원하고, 개보수나 관리를 위해서도 반드시 전문가의 기술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안장헌 의원은 “성준경 이라는 인물이나 가옥에 대한 설명 한 줄 볼 수 없다”며 “본 건축물이 국가지정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된 배경과, 이 건축물이 가진 특징 등 후손들이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철기 의원은 “이미 이 가옥에는 10억 여원이라는 적지 않은 예산이 지원된 만큼 공공성이 부여된 것”이라며 “많은 시민들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유익한 프로그램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산시 문화관광과 오원근 과장은 “그동안 현실적인 사업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복원이나 시설관리를 하기가 어려웠다”며 “앞으로 연차적인 계획을 세워 문화재를 유지관리 하겠다”고 말했다.
성준경 가옥은 1825년 건축된 이후 200년의 시간이 흐르며,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유지보수 또는 관리해왔기 때문에 현재는 문화재적 가치가 많이 훼손돼 있다. 현재 그 후손인 성하현씨가 거주하고 있다.
지난 7일 성준경 가옥을 방문한 아산시의회 의원들은 정확한 고증과 전문가 자문을 통해 문화재를 제대로 복원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