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교수(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피부과)
가장 넓은 장기, 피부는 각종 외부 유해자극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고 체온을 조절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피부에도 암이 생긴다. 피부를 구성하는 여러 세포에 다양한 종양이 발생할 수 있고 그 중 일부가 악성으로 변해 피부암으로 진행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피부암은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악성 흑색종 등의 순이다. 이들 3대 피부암이 전체 피부암의 약 70%를 차지한다.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등 비흑색종은 자외선이 주원인으로 대체로 햇빛에 노출되는 얼굴과 팔 등의 피부에 많이 생긴다. 반면 흑색종은 손톱이나 발바닥 등 신체 말단 부위에 많이 발생하고, 드물게 등에도 생긴다.
기저세포암은 표피의 가장 아래층인 기저세포층 또는 피부의 부속기관, 특히 모낭을 구성하는 세포가 악성화한 종양이다. 장기적인 자외선 노출보다 간헐적이지만 짧고 과다한 자외선 노출이 더 위험하다. 반투명한 결절로 시작해 중앙부에 궤양이 생기고, 테두리가 생기는 것이 전형적 양상이다. 전이가 드물고, 적절히 치료하면 예후가 좋다.
편평세포암은 표피의 각질형성세포에서 유래한 악성종양이다. 대부분 광선각화증이나 보웬병 등 피부암 전단계 질환의 병터에서 진행된다. 자외선에 직접적으로 장기간 노출되는 것이 가장 큰 위험요인이다. 그 외 타르, 비소, 그을음, 파라핀, 방사선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 흉터(특히 화상) 등도 발병요인이다. 작고 단단한 결절로 시작해 판 모양이나 사마귀 모양, 궤양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한다. 재발, 전이가 잘 일어난다. 크기가 크거나, 입술이나 귀에 위치하거나, 재발하거나 빨리 커지거나, 궤양이나 화상에서 발생한 경우는 더 위험하다.
악성 흑색종은 사망위험이 높은 피부암이다.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 내는 멜라닌세포의 악성화로 생긴다. 유전적인 요인과 자외선 노출과 같은 환경요인이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모에게 흑색종이 있었다면 자녀들에게도 발생할 확률이 높다. 20~50% 정도의 흑색종은 이미 있었던 점에서 발생한다. 선천적인 점뿐만 아니라 후천적인 점 중에서도 흑색종으로 변하는 점들이 있다. 따라서 점의 모양이 좌우 비대칭이고, 가장자리가 울퉁불퉁하고, 색깔이 두 가지 이상 다양하고, 직경이 0.6㎝ 이상이고, 점점 커진다면 악성 흑색종을 의심하고 피부과를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진찰에서 이상 소견이 보이면 조직검사로 확진한다.
피부암의 치료원칙은 수술로 암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모스 미세현미경 수술은 제거한 조직에서 암세포의 존재를 확인해가면서 암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종양의 경계가 불분명할 때 효과적이다. 그 외의 치료법으로는 전기로 암을 태우는 전기소작술과 액체 질소로 암을 얼려 괴사시키는 냉동요법과 광역동 치료 등이 있다. 광역동 치료는 피부에 약물을 바르고 가시광선을 조사해 암세포만 파괴하는 광화학요법이다. 흑색종의 치료 예후에 가장 중요한 인자는 전이 유무다. 전이가 없는 경우엔 종양의 두께와 궤양 유무가 중요하다.
피부암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피부암은 진행된 후 내원한 경우가 많다. 아무런 자각증상 없어 평범한 검은 점으로 생각하고 방치한 결과다. 피부암도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전이되어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 가능성이 큰 만큼, 갑자기 생긴 피부병변이 지속되거나 기존에 있던 점의 모양과 크기가 달라졌다면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