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로부터 빼앗긴 36년간의 주권. 비로소 1945년 8월15일 광복을 맞았고 바야흐로 70년의 세월이 흘렀다. 거리거리에서는 광복절을 기념하는 갖가지 행사가 진행됐고, 방송 등 온갖 매체들도 광복을 이야기했다. 잊혀질만도 하지만 역사적 사건은 불행히도 대물림해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한의 식민지 시대를 살아왔던 윗대의 아픔이 그대로 전해진다.
정부가 주도한 태극기 걸기 캠페인 때문인지 거리는 태극기 물결을 이루고, 태극기를 꽂아놓은 집들도 많아졌다. 태극기를 보면서 자유를 얻기 위해, 또한 주권국가가 되기 위해 피흘렸던 많은 애국지사들의 뜨거운 가슴과 의기를 생각한다.
그런 한편 안타깝기는 광복절을 단순히 ‘연휴’개념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늘고있다는 것이다. 1박2일, 2박3일로 놀러가는 차량들로 고속도로는 명절 못지않은 교통정체를 겪는다. 그곳에 일제치하 36년의 치욕과 설움은 찾아보기 힘들며 무엇이 미래지향적인 관계인지는 관심이 없다.
광복70년. 이참에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 잠깐이라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이제 100년 전의 식민통치는 다시 발발하지 못한다. 시대가 바뀌었고 세계정세가 변했으며, 살상무기 또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해왔다. 전쟁이 재발하면 ‘다 죽는다’는 공멸개념이 우세하다.
광복절을 통해 역사를 배우고 기리는 모든 행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과는 어떤 관계를 지향해나가야 할까. 그에 앞서 실타래처럼 얽혀버린 한·미·일 역사를 어떻게 정립하고 청산해야 할까. 3국 모두가 공감하는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미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덕적 인간으로서 어떻게 주체적으로 살아가야 할 것인지도 배워야 한다. ‘제대로’ 말이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은 더이상 가족이나 친구, 친척들만이 아니다. 국제결혼이 크게 증가하고, 생활권이 국제화 돼있는 현대에서 ‘민족’의 개념을 국수주의적으로 해석해선 안된다.
국가적 권력차별의 피해에서 벗어나 다국적에 속한 개개인이 동등한 권리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사회시스템을 갖춘다면 우리에게 광복절은 더욱 의미있게 다가올 것이다. 야만적인 핍박을 당하며 살아왔던 주권상실의 나라가 이제 어느 나라에게도 침략당하지 않을 ‘강한나라’를 구현하는 한편 박애(博愛) 정신을 담고 살아가는 자세야말로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살찌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