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병원은 단 한명의 원내 감염도 없이 메르스를 선방했음도 불구하고 5월 말부터 1개월 가까이 외래환자수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고 밝혔다.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단국대병원(병원장 박우성)은 충남에서는 유일하게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으로 지정받아 음압병실을 갖추고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이다.
5월 말 격리병동으로 입원한 첫 번째 확진환자 이후 현재까지 병원 내 감염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단국대병원에는 모두 5명의 메르스 확진 환자가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 중 2명이 완치로 퇴원했고, 1명은 더 이상 증상이 없어 곧 퇴원을 앞두고 있으며, 나머지 2명은 현재 치료 중이다.
완치환자 “혈장헌혈로 생명을 나누겠다”
“나도 누군가에게 생명을 나눠주고 싶다.”
메르스 완치 후 퇴원을 앞둔 33번(47·남) 환자의 말이었다. 33번 환자는 완치된 환자의 혈장이 메르스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뉴스를 보고 다른 환자를 돕고 싶다며 혈장을 기증한 후 14일 퇴원했다.
혈장 치료는 완치 환자의 혈장을 뽑아 다른 환자에게 주입하는 치료 방식인데, 바이러스에 걸렸던 사람의 혈장 속에 생긴 항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 메르스 완치 판정을 받은 공군 원사가 단국대병원을 방문해 혈장 헌혈을 한 후 119번 환자에게 투여한 바 있다.
17일에는 8번(46·여) 환자가 완치돼 퇴원을 앞두고 자신의 혈장헌혈 의사를 밝혔으나 의료진이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8번 환자를 치료했던 한 의사는 “8번 환자는 메르스를 극복하는 동안 본인의 건강이 많이 약해졌다”며 “먼저 환자의 기력이 완전히 회복되면 본인의 의사에 따라 혈장 기증을 받을 예정”이라고 만류한 이유를 설명했다.
나머지 음압병실에서 치료중인 3명의 환자 중 92번 환자(27·남)는 더 이상 메르스 증상이 없어 조만간 퇴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건강상태가 위중했던 45번(65·남) 환자와 119번(35·남) 환자도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고 병원 의료진은 밝혔다.
특히 119번 환자는 지난 11~18일까지 8일간 적용했던 에크모를 제거한 이후 건강이 호전되고 있다. 병원에 따르면 현재는 인공호흡기 치료 중이지만 환자의 상태를 봐가며 인공호흡기를 떼기 위한 적응훈련도 병행할 예정이다.
메르스 확진환자 중 전국적으로 에크모를 적용한 환자는 모두 8명이다. 에크모 적용환자 중 3명이 사망하고, 3명은 현재 적용중이며, 2곳에서 성공적으로 제거했다. 이 중 119번 환자가 첫 성공사례로 기록됐다.
에크모(ECMO, 체외막 산소화 장치,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or)는 심장과 폐의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돼 생명유지에 위협을 받는 질병이나 외상이 발생했을 때, 환자의 정맥에서 혈액을 체외로 빼내어 동맥혈로 바꿔서 다시 환자의 정맥이나 동맥으로 주입해 환자의 심장과 폐 기능을 대신하는 장비를 말한다.
메르스 선방에도 불구하고 외래환자 ‘뚝’…병원주변 경제생태계 위협
박우성 병원장은 “일반 환자들에 대한 외래나 입원진료, 수술, 검사 등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은 이해하지만 꼭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이 치료시기를 놓쳐 병이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단국대병원은 단 한명의 원내 감염도 없이 메르스를 선방했음도 불구하고 5월 말부터 1개월 가까이 외래환자수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고 밝혔다.
하루 2500명 이상 방문하던 외래환자수가 1000명도 채 안된다는 것이다. 또 700병상 이상 유지하던 입원환자도 500병상 이하로 줄었다. 병원의 한 관계자는 “당장 병원 운영예산은 물론 인건비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며 “병원의 예산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메르스 여파가 장기화 된다면 개원 이래로 최악의 경영난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의약분업 문제로 전국의 의료기관이 의료파업을 하던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병원개원 21년 만에 최악의 위기상황이라는 말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병원에 외래환자가 줄고 병문안을 위해 방문하던 환자 보호자나 방문객이 줄자 병원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권과 경제생태계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병원 주변의 약국, 식당을 비롯한 각종 자영업자 들도 메르스 사태 이전 매출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며 울상이다.
박우성 병원장, “진료시기 놓치는 것이 더 위험”
단국대병원은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응급의료센터 입구에서 환자분류소와 임시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메르스 불안 없이 안심하고 진료 받을 수 있는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점 등을 강조하며 외래진료 회복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일부터 임시진료소를 운영한 결과 현재까지 메르스로 확진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일반 건강검진을 비롯한 외래환자 수는 쉽게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박우성 병원장은 “일반 환자들에 대한 외래나 입원진료, 수술, 검사 등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메르스 환자와 직접 접촉이 없었다면 감염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제때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 “오히려 꼭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이 치료시기를 놓쳐 병이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메르스와 싸워서 꼭 이겨주세요”
단국대병원 로비에는 환자와 의료진을 응원하는 게시판이 등장해 메르스 환자와 가족, 이들을 치료하는 의료진에게 힘을 주고 있다.
“메르스와 싸워서 꼭 이겨 주세요. 메르스 환자와 의료진 그리고 격리생활로 고통 받는 모든 이들을 응원합니다.”
전국적으로 환자와 의료진들이 메르스와 한참 싸우고 있는 가운데 단국대병원 로비에는 환자와 의료진을 응원하는 게시판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병원 로비에 등장한 보드판에는 전국 각지에서 치료받고 있는 메르스 환자와 가족, 이들을 치료하는 의료진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힘을 주고 있다.
한 시민은 “메르스 최전선에서 감염의 두려움을 삭히며 묵묵히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애쓰는 의료진에 감사와 힘찬 응원을 보냅니다”라는 메모를 남겼다.
단국대병원에 파견나온 한 간호사는 “의료인들은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그리고 지역사회와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를 간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비록 잠시 다녀가는 파견 간호사이지만 그동안 곁에서 지켜본 병원 의료진들의 자기희생과 생명사랑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지역주민 여러분들도 함께 응원해 달라”고 전했다.
단국대병원 로비와 홈페이지, 블로그 등에는 메르스 환자와 의료진에는 보내는 응원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