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용 교수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농약중독연구실에서 독성물질을 실험하고 있다.
전국에서 자살환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응급의료센터다. 그들이 자살에 사용한 도구는 대부분 농약을 비롯한 독극물이다.
한해 평균 1000명에 가까운 자살환자들이 구급차에 실려 온다. 이러한 현상은 농약이나 독극물 중독 치료역량이 전국에서 가장 뛰어나기 때문이다.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에는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유일한 ‘농약중독연구소’가 있다.
세계 최초 카드뮴 중독 치료법 개발
병원 농약중독연구소는 1991년 맹독성 제초제인 파라콰트(그라목손) 해독법을 개발함으로써 희박했던 농약중독 환자들의 생존율을 85%까지 끌어 올린 바 있다. 이후 국내에서 사용되는 모든 농약에 대한 독성분석을 마치고, 맞춤 해독 치료를 시행함으로써 농약중독 환자들의 생명지킴이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연구소는 농약 이외에도 자살목적으로 사용되는 부동액 등 다양한 독성물질 해독에도 탁월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1년에는 세계 최초로 카드뮴 중독 치료법을 개발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명의 ‘홍세용 교수’가 직접 운영
연구소는 설립자인 홍세용 교수가 직접 이끌고 있다. EBS명의 프로그램에도 두 차례나 소개된 바 있는 홍세용 교수는 30년 독자연구로 세계최초로 농약중독 및 독극물 중독 치료법을 개발하고 발전시켜왔다. 그는 또 대한임상독성학회 부회장, 대한신장학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농약중독치료 관련 ‘농약중독치료 지침서(1998)’, ‘제초제중독치료 지침서(2010)’ 등 두 권의 저서도 발간했다.
농약중독연구소 교수와 연구원들이 모처럼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앞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연구소 설립자인 홍세용 교수.
농약중독 전용 중환자실 소생률 높여
연구소는 최근 혈액투석과 혈액관류를 동시에 시행하는 치료법도 개발해 농약중독환자들의 소생률을 더욱 높였다. 연구소는 또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농약중독환자들을 집중 치료할 수 있는 별도의 전용 중환자실 EICU(응급중환자실)도 운영하고 있다.
응급의료센터 5층에 위치한 EICU는 환자가 응급의료센터에 도착하면 별도의 전 처치 과정을 거친 후 곧바로 EICU로 옮겨져 신속한 집중치료를 받을 수 있다. EICU에는 전문 인력 외에도 CRRT(지속적 신대체 요법) 등 최신 치료 장비들을 구비하고 있다.
농약관련 국책 연구 전담
홍세용 교수가 이끄는 농약중독연구소는 국책 연구기관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수많은 국책 연구를 담당하며 정부의 농약관련 정책수립에도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 초 3년간 진행한 ‘만성농약중독 진단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는 국제임상독성학회지에도 게재될 정도로 학계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연구결과는 파킨슨씨병, 우울증, 신경질환, 기타 퇴행성 질환과 유사한 만성농약중독을 변별해 낼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가 됐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농민들의 보건증진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 연구로 홍세용 교수는 의료인 최초로 ‘농업과학기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구소는 지금도 ‘저독성 농약의 인체 독성 기전 및 치료법’에 대한 국책 연구를 진행 중이다. 홍세용 교수의 오랜 노력으로 현재 국내에서 맹독성 농약은 생산이 금지되고 독성이 낮은 농약들만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저독성 농약이라도 다량 음독하면 치명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연구소에 연구를 의뢰한 것이다.
온라인 실시간 자문으로 전국 환자 진료
농약중독연구소는 지난 20년 동안 자체 홈페이지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직접 대면진료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실시간으로 소통함으로써 병원을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전국 농약중독환자들과 그들을 치료하는 의료진에게도 실시간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홍세용 교수는 농약중독 환자 치료를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사실 두 가지를 당부했다.
“음독 후 반드시 1~2시간 안에 응급실로 이송하라. 빠를수록 생명을 지킬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환자가 음독한 농약병도 함께 보내라. 성분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