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축하한다. 이제 근심걱정 다 버리고 열심히만 살아다오.”
첫째 딸을 이제야 시집보내는 한정현(68)씨 마음은 기쁨 반, 착잡함 반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시집보내지 못한딸 한기숙(32?탕정면)씨를 이제야 시집을 보내게 된 것이다.
기뻐해야 할 자리고, 축복의 말부터 나와야 할 자리지만 아버지 한정현씨는 눈물부터 쏟았다.
한기숙, 유지설(33)씨는 이제 10월25일을 결혼기념일로 갖게 되었다. 유지설씨 부부 외에도 5쌍의 부부가 함께 날 아산 전원예식장에서 같이 혼례를 치렀다.
아산시가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부부들을 위해 연 합동결혼식이 여덟번째를 맞이했다.
결혼 비용이 부족한 서민들의 생활을 보호하고 건전한 결혼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합동결혼식에는 6백45만원의 금액이 지원됐다. 개별 결혼식을 할 때보다 절반 이하의 비용이 들었지만 그들이 가진 기쁨은 천만금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더 열심히 살고 싶습니다. 영화처럼 멋있진 않겠지만 그 누구보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면서 살 겁니다”라며 유지설씨는 새신랑의 각오를 굳힌다.
두 사람 사랑이면 무엇을 못할까 하며 혼인도장만 찍어놓고 살아온 7년의 세월이었다. 그 동안 형편이 어려워 부인에게 차마 해줘야 될 것을 못해줬다는 생각에 눈물로 베갯잇을 적신 것이 몇 번이었던가 하며 유씨는 신부의 얼굴을 내려다본다.
“제 힘으로 혼인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결혼하게 돼 더 기쁘고 축복해 주시는 만큼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고 유씨는 말한다.
부인 한기숙씨도 “사실은 제가 몸이 좀 아픕니다. 그런데도 남편이 이렇게 살뜰하게 보살피니 행복합니다. 어렵고 힘든 날이 더 많았지만 이제 우리 가족 행복하게 살렵니다”며 새색시의 다소곳한 각오를 보였다.
합동결혼식을 준비하는 동안 우여곡절이 너무 많았다. 두 사람만의 결혼이 아닌 가족간의 결합이다 보니 힘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이제는 모든 근심 버리고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그들은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