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출산 이후 한동안 브라운관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던 미시 스타 채시라(34)가 지난 10월26일 첫 방송된 MBC-TV 새 주말드라마 ‘맹가네 전성시대’(박예랑 극본·김남원 연출) 주인공인 맹금자 역을 통해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채시라는 ‘프로는 아름답다’는 그녀가 언젠가 출연했던 CF의 카피처럼 언제나 프로였고 늘 여유만만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었다. 결혼을 하고 그녀를 닮아 더욱 예쁜 딸 채니를 낳고 돌아온 모습도 ‘여우 같을 정도’로 여전했다.
채시라의 드라마 출연은 2000년 말 SBS-TV ‘여자만세’ 이후로 2년 만. 채시라가 연기할 ‘맹금자’는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으로 성이 다른 두 아이를 키우는 당찬 약사다. 올해 3월 출산 이후 처음으로 출연했던 모노드라마 ‘여자’에서와 비슷한 역할이다. ‘맹가네…’의 박예랑 작가가 연극의 원안도 집필했기 때문. 무대에서 채시라는 이제는 남이 된 아버지의 성을 따라야 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호주제를 매섭게 비판했다.
그러나 드라마 ‘맹가네…’는 연극처럼 뒤틀린 세상과 삶에 지친 여성의 모습을 내세우기보다는 세 번째 사랑을 꿈꾸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좌충우돌 엮어가는 발랄한 코믹 홈드라마다.
금자(채시라 분)는 대학 초년시절, 우수에 차 멋져 보이던 선배 재민과 열렬한 사랑을 나누고 그의 자취방까지 처들어가 둘만의 예식 끝에 딸 채린이를 낳는다.
그러나 낭만을 먹고 사는 재민은 현실을 힘들어해 비겁해지고 금자는 이혼을 결심한다.
채린의 장래를 위해 경제력 있는 철호와 재혼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사랑할 수 없어 다시 이혼. 금자는 두 번의 이혼을 통해 결혼의 조건이 사랑도, 경제력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때 규식과 상훈이 금자 앞에 새롭게 나타난다. 통장에 잔고 한 푼 없지만 씩씩하고 정 많은 최규식(이재룡 분). 그는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지만 되는 거라곤 하나도 없는 삼류인생을 살고 있다. 금자를 초등학교 시절부터 좋아했지만 아직 고백을 못했다. 금자의 약국이 세 들어 있는 건물 소유자 서상훈(김영호 분). 변호사인 그는 직업도 그럴듯한 데다 매너도 깔끔하다.
서상훈과 최규식은 금자를 사이에 두고 사랑게임을 벌인다. 또 극중 금자는 이혼녀라는 사회적 편견과 현실의 아픔을 힘들어 하기보다는 훌훌 털어버리고 춤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스타일이라 오래간만에 채시라의 멋진 춤솜씨도 볼 수 있게 됐다.
출산 후 첫 작품이라 오히려 폼나고 예뻐 보이는 여주인공 역을 맡고 싶었을 수도 있을 텐데 의외로 채시라는 ‘아이 둘 키우는 이혼녀’를 선택했다. “시청자들이 제가 결혼하고 아기 낳은 것을 다 아는데 아가씨 역을 하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맹금자는 비록 두 번이나 이혼했지만 애 없이 다닐 땐 여전히 매력적인 모습이에요.”
모성애가 실린 연기를 하고 있는 것도 예전에 비해 달라진 점이다. “애들을 재우고 방을 나와 전화를 받는 장면을 찍을 때였어요.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혹시 아기가 깰까봐 까치발로 나오면서 방문을 조심스럽게 닫는 제 모습에 저도 놀랐죠. 그게 제 생활이거든요. 처녀 때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연기예요.”
출산 후 첫 드라마 출연인데도 걱정은커녕 자신감이 넘친다. “오랜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는 거라 그런지 떨리고 느낌이 참 새롭네요. 드라마에 나온 제 모습이 결혼 전보다 좀 정숙하고 여유 있어 보이는데요. 다행히 아직까진 매력 있어 보이네요. 시청자들이 ‘애기엄마가 너무 말랐네’ 하고 대리만족이건 질투건 느끼겠는걸요.” 하며 웃는다.
실제로 그녀는 얄밉게도 그렇게 보인다. 남들은 아이를 출산하면 처녀 때 몸매를 추억하며 열심히 살과의 전쟁에 들어가기 바쁜데 채시라는 오히려 출산 후 몸무게가 48㎏까지 줄어 더욱 예뻐진 모습이다.
“모유를 먹여서 그런지 계속 빠지더라고요. 이유식도 직접 만들어 먹이고. 애한테 해주고 싶은 것이 많아 부지런을 떨다 보니 핼쑥해진 것 같아요.”
그리고는 15개월 된 딸 채니를 위한 자신만의 이유식 만들기 비법을 장황하게 설명한다. “아이에게 인스턴트 식품·과자·초콜릿 등은 전혀 안 먹이는 대신 된장국에 직접 담근 물김치를 먹여요. 제 별자리가 게자리인데 현모양처형이래요. 너무나 맞는 얘기구나 싶어요. 무엇이건 제게 맡겨진 역할을 최선을 다해 잘하고 싶어요.” 자기자랑을 그리 밉지 않게 늘어놓는다.
남편 김태욱의 얘기도 빠질 수 없다. “지난번 연극도 남편의 권유로 다시 하게 됐어요. 드라마보다는 연극으로 이미지 변신을 해보는 게 도움이 될 거라면서요. 늘 옆에서 도움이 되는 얘기를 많이 해줘요.” 게다가 남편이 웨딩사업 결혼관리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동종업계 1위란다.
연기에 대해, 결혼에 대해, 출산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지만 결론은 “결혼하고 애기 낳으니 더 좋더라”는 것. 내내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 채시라는 ‘맹가네 전성시대’가 끝나면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고 한다.
“팜므파탈(악녀)의 느낌이 나는 역할을 맡아보고 싶고, 액션물의 터프한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라며 연기자로서의 욕심도 내비치는 그녀는 천상 ‘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