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10시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는 충남도의회, 천안시의회 새정치 민주연합의원 11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6년 고교평준화 도입을 위한 조례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천안지역 고교평준화 도입을 결정할 충남도의회 표결을 앞두고 불안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1월27일 충남도의회 임시회의장.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의원들에게 새해업무 보고를 하기 위해 발언대 앞에 섰다. 바로 그때 예산 출신 김모 의원의 신호에 따라 10여 명의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갔다.
이들은 김지철 충남교육감이 지난 10월 부결됐던 천안 고교평준화 개정조례안을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제출한 것을 두고 ‘도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이 같은 집단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감의 업무보고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새누리당의원들이 이처럼 단체로 밖으로 나오자 이날 집회를 정리하고 4층에 모여있던 시민들의 항의가 거세졌다. 이종화 의원(홍성)은 뭐하는 것들이냐며 막말을 쏟아냈고, 천안 출신으로 반대입장에 서있던 이진환,김동욱 의원은 이날 참가한 천안 학부모들에게 한 마디 해명도 없이 지나갔다.
이런 도의원들의 집단행동을 두고 업무보고를 하러 나온 집행부의 대표에게 민망함을 넘어 모멸감을 줄 만한 행동으로 꼭 본인들 의사를 표현했어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새누리당 홍성현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천안고교평준화 조례안이 부결될 때 지적된 사항들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도교육청이 2016년 실시를 위해 서둘러 조례안을 재상정하려 하지만 보완대책을 충족시켰다고 보기 어려워 이번에 교육위 안건으로 상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오늘(화·2월3일) ‘충청남도교육감이 고등학교의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지역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다룰 예정이다.
이런 새누리당 의원들의 강경한 반대 분위기 속에서 과연 천안고교평준화 조례개정안이 교육위원회를 거쳐 본회의 표결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참고로 2014년 6·4지방선거를 통해 개원한 제10대 충남도의회 총 40명 의원 중 새누리당 소속의원은 30명에 달한다. 8명으로 구성된 교육위원회도 새누리당 의원이 6명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도의회 방청 막아선 충남도의회
앞서 충남도의회 임시회가 열린 지난 1월27일 오전, 충남교육청 앞에서는 천안지역 고교평준화를 지지하는 시민단체와 시민들 300여 명이 모여 고교평준화 조례개정안 통과를 주장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특히 2016년에 고교평준화 실시되지 않을 경우 대상 학생들의 피해가 커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도의회가 조속히 평준화를 위한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충남도의회가 끝내 충남도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약속마저 저버린다면 ‘주민소환운동’, ‘충남도의원 세비거부 운동’ 등 할 수 있는 모든 활동들을 진행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안시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 장순경 사무국장은 “천안지역 고교평준화는 학업성적이 좋은 10%가 아닌 90% 학생들을 위한 제도”라며 “이미 여론조사에서 73.8%라는 지지를 받은 만큼 충남도의회가 발목을 잡지 말고 2016년부터 고교평준화를 이룰 수 있도록 조례안을 통과시켜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집회 이후, 도의회에 들어가 제 276회 임시회 본회의를 청취하려고 했으나, 도의회 관계자와 경찰들에 의해 저지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왜 도민들의 귀를 막느냐”며 경찰 등과 충돌했다. 도의회 관계자는“워낙 본회의장에 출입하려는 사람이 많아 이들이 다 들어오면 통제가 안 돼 본회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것 같아 출입을 막았다”고 해명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할 수 없이 우회해서 충남도의회 본회의장 방청석으로 들어갔으나, 나머지 다수 참가자들은 본회의장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 바리케이트를 치고 막고 서있는 경찰들과 밖에서 대치할 수밖에 없었다.
평준화를 촉구하는 시민들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새정치 민주연합 시도의원들 평준화 통과촉구
지난 2일(월·화) 오전10시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는 충남도의회, 천안시의회 새정치 민주연합의원 11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6년 고교평준화 도입을 위한 조례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충남도의회 김종문 의원은 “고교평준화는 정당의 이념이나 목표와는 상관없는 일로 충남을 제외한 전국 모든 곳에서 실시하고 있는 보편적 교육의 방향”이라며 “이미 조례를 부결시키고 다시 제출된 조례마저 발목 잡는 것은 65만 천안시민의 뜻을 모독하고 경시하는 처사이며 이는 곧 민의를 대변해야할 의회가 민의를 거역하는 행위다. 조례는 이번 회기에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도의원(원내대표 맹정호)들은 지난 29일(목) 충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우려했던 아산지역의 2015년 고입상황이 안정화 됐다. 또 평준화에서 제외되었던 천안지역 학교의 교육 만족도도 크게 높아졌다”며 “‘평준화는 하향평준화다’, ‘평준화로 인해 지역경제가 위축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거짓된 주장이거나 논리가 부족해 반론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평준화는 정당의 이념이나 목표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정당과 상관없이 충남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의 행복한 교육을 위해 필요한 정책일 뿐”이라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김 연 대변인은 “충남교육청도 평준화 조례의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부탁한다”며 “평준화에 의문을 제기하는 도민과 도의원을 더 설득하고, 충남교육의 실력을 한층 높일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평준화 반대가 자칫 ‘새로운 교육감을 길들이기 위한 생트집이거나 발목잡기’ 라는 도민들의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을 호소했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