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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하나에 후손 생각부터-75년부터 환경농업, 쌀겨 제초기술도 선보여

등록일 2002년10월2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정선섭(54?인주면 문방리)이장의 하루는 성호를 그으며 머리를 조아린 채로 시작된다. 하늘에 대한 감사와 땅에 대한 믿음이 오늘도 헛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연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한지 벌써 34년이 되었다. 그는 평소 농사를 신앙으로 생각한다. 땅에 대한 믿음이 있는 한 헛되게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믿음을 그는 지난 75년부터 환경농업으로 열매를 거둬 왔다. “당시만 해도 환경농업이 뭔지도 모를 때죠. 환경농업으로 키운 쌀은 거칠고 낱알도 적어서 팔기도 힘들었지요.” 남들이 제초제를 뿌릴 때 그는 풀을 뽑았고 해충 방지한다며 농약을 뿌릴 때 그는 오리를 논에 넣어 해충을 막았다. 남들이 환경농업에 대해 알아주지도 않을 때 그는 환경농업을 시작했다.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 무농약 재배로 토양 산성화도 막았다. 당시에는 그런 그를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최근에서야 환경농사에도 관심을 갖고 소비자들도 유기농법으로 키운 농산물을 찾고 있지만 여전히 수익은 별로 없는 편”이라면서 “그러나 환경농업을 그만 둘 수가 없다”고 말한다. “이 세상에 뭔가는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남길 것은 오염되지 않은 땅에 열매를 나눠주는 것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헐헐 웃어 보인다. 그는 86년 한살림회 인주지회를 조직해 전국단위로 농산물의 판로를 개척해 나갔다. 환경농법이란 말만 나와도 미친 사람 취급받던 시절에 유기농업을 시작해 왔지만 이제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전문 농사꾼이 되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그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오리농법으로 하면 좋다고 해서 실행해 봤지만 오리를 관리하기가 너무 어려웠고 오리를 한번도 제값에 팔아보질 못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풀 뽑기. 갈수록 노동력 확보가 어려워지자, 풀 뽑는 사람 구하기도 힘들었고 급기야는 쌀겨를 뿌려 풀을 없애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요즘은 실효를 거두고 있지만 여기에도 노동력이 많이 필요해 어 떻게 하면 적은 노동력으로 쌀겨를 뿌려 제초할까를 연구중이다. 또 하나는 무농약으로 하면 수확량이 적고 다른 논의 병해충이 환경재배 논으로 오지 않느냐는 불안감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걱정할 바가 아니었다. 무농약 논은 먹이사슬이 회복돼 나쁜 병균들을 거미류가 먹어치우기 때문에 다른 논에 병이 발생하더라도 무농약 논에만 피해가 없다. 또한 수확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수확기인 요즘 정선섭 이장은 눈코 뜰 새가 없다. 자신의 논뿐 아니라 다른 집 일도 돌봐줘야 하기 때문이다. 기자가 찾아간 날도 이웃집 논의 추수를 돕느라 얼굴 볼 새가 없었다. 그런 생활 속에도 그는 매일 일기를 쓴다. “증산보다는 품질이다. 소비자가 믿고 양심껏 생산한다. 비록 수익은 적지만 내 땅에 제비가 돌아오는 기쁨으로 산다. 오늘은 우리 집으로 동네 사람들이 제비구경을 왔다. 모든 집에 제비가 안심하고 살 수 있고 내 자손들이 그런 환경 속에 자라길 바란다”고.
주아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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