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하게 뒤틀리며 썩어가고 있는 장승.
주 민 - 썩는 장승 흉물, 보존위 - 장승은 썩을 때까지 세워두는 것
나무의 생명에는 두 가지가 있다.
일본의 훌륭한 궁목수인 나시오카 츠네카츠는 나무는 살아있는 수령이 있고 다른 하나는 나무가 목재로 쓰여질 때 내용연수로서의 수명을 산다고 전한다.
일본의 법륭사에 있는 버팀목은 사찰이 지어진지 이천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나무에서 향내음이 난다고 한다.
그러나 송악면 외암리 민속마을의 나무로 깎아 세운 장승은 심하게 뒤틀리며 썩어가고 있다.
외암리 민속마을 입구에 조선시대때부터 세워지기 시작한 장승은 외암리의 민속적인 풍경과 아직도 양반이 존재하는 마을의 입구를 알려주며, 위엄스런 모습으로 외암리를 소개해 왔다. 한해에 두 개씩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을 세워 마을의 안녕을 기원했다.
하지만 나무 밑둥이 심하게 부패되고 갈라지고 부스러져 이곳을 찾는 방문객에게 장승은 아름다움을 너머 흉물화되어가고 있다.
장승이 쓰러질 위험에 처하자 외암리 주민들이 시에 버팀돌 설치를 요구했고, 주민들이 나서 장승 세우기를 하는 등 한때 진통을 겪기도 했다.
주민들은 썩는 장승의 철거를 요구하고 있지만 마을보존위원회(위원장 김동주)는 장승은 본래 썩을 때까지 세워뒀다가 처분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통을 지켜야 한다고 맞선다.
또 마을보존위원회는 “세운지 4년이 아니라 벌써 10여년이 넘는 것이 많고 본디 장승은 폐목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처분한다. 그런 과정을 모르는 주민들로 아름다운 전통이 파괴돼서는 안될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목수 김모씨(대흥동)는 “나무를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삼나무일 경우 심하게 부패되기 쉬우며 외래목(수입종)일 경우 그 경우가 더하다. 마을 장승의 경우 가격 단가를 낮추기 위해 외래목을 선호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본래 재래종 밤나무가 한 번 깎아 놓으면 오래 가서 그 목재를 구해다 쓴다. 올해는 그런 종을 구하지 못해 수입해 썼을 뿐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썩은 장승이 마을입구에 서서 흉물화되어간다는 주민들의 주장과 썩는 것도 전통인데 그것을 알리는 것이 오히려 관광객에게 좋다는 주장 사이에서 오늘도 장승은 말없이 주민들의 의견을 지켜보고 있다.
현재 칠갑산에 세워둔 장승이 많기로 소문난 청양군의 경우 썩어가는 장승은 매년 축제때 폐목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