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금), 천안교육지원청 대강당에서는 천안고교평준화 조례개정안 충남도의회 부결 대책 토론회가 열렸다.
“충실한 민의의 반영자를 자처한 도의원들은 지금 어디에 숨어 나오지 않는 것인가.”
“천안 고교평준화에 반대하는 도의원들을 최대한 빨리 만나게 해 달라.”
“작년말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부터 천안의 학생·학부모들은 평준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이들에게 약속을 했던 것이 중요하다. 더 이상 상처를 주지 않는 고교평준화가 필요하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말이 필요한 게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대안을 내놔라.”
지난 13일, 천안 고교평준화 개정조례안이 충남도의회에서 부결된 이후, 천안지역 학부모들의 분노가 비등하고 있다.
24일(금), 저녁6시 천안교육지원청 대강당에서는 100여 명의 학부모들이 참여한 가운데 천안고교평준화시민연대(고평연대)와 천안시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 시민자치연구소, 행복한미래교육시민운동본부가 공동주최한 천안고교평준화 조례개정안 충남도의회 부결 대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전석진 충남교육청 교육과정과장, 배영현 고평연대 정책국장이 주제 발제자로 나섰고, 한태선 호서대 초빙교수, 박기호 천안시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장, 김종문 도의원이 토론자로 나섰다. 주최 측은 표결당시 천안 고교평준화 반대토론자로 나섰던 김동욱 도의원과 장기승 도의원을 초청했지만 이들은 예상대로 참석하지 않았다.
“내년 1월 임시회에서는 꼭 통과돼야”
충남교육청 교육과정과 전석진 과장은 올해 3월부터 천안고입변경추진단을 꾸려 활동해왔고, 많은 대책을 수립했지만, 도의회에서 부결돼서 학부모님들에게 송구스러울 따름이라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구체적 재상정 시기는 도의원들과 충분히 소통한 후에 잡을 수밖에 없다고 거듭 호소했다.
배영현 고평연대 정책국장은 10월13일 274회 본회의장에서 부결을 주도했던 의원들 주장의 허위성을 낱낱이 반박했다. 이어 “현재 도교육청은 평준화조례안을 재상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있다. 2016년 평준화가 도입되려면 2015년 3월31일 고입전형기본계획이 공고되기 전까지 조례안이 통과돼야 하는데 그때까지 도의회의 회기는 단 3회가 남아있다. 사실상 2015년 1월 임시회에서는 조례가 통과돼야한다”면서 “학부모들도 적극 함께 행동에 나서줄 것”을 강조했다.
토론자론 나선 한태선 교수는 도의회에서 천안고교평준화라는 중대사안을 ‘무기명 투표’로 표결한데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씨는 “해임동의안이나 임명안 같은 인사와 관련한 것은 무기명 투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주요 정책사안에 관련해서는 국회에서조차도 무기명 투표를 하지 않는다. 익명으로 중요한 정책을 결정한 것 자체가 시민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하고, ‘정치참여를 거부하는 것에 대한 벌 중의 하나는 우리보다 저급한 자들에 의해 지배를 당하게 되는 것’이라는 플라톤의 금언을 인용하며 충남교육청은 물론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평준화를 관철시키기 위해 가장 앞장 서 온 김종문 도의원은 역설적으도 이날 학부모들의 분노를 맨 앞에서 홀로 감당해 내야 했다.
김 의원은 “오늘 이 자리에 나와 앉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럽다. 동료 의원들이 교육상임위원회의 결정을 이렇게 무시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타 지역의원들은 사실상 천안지역 고입의 실정이나 학부모들의 절박함, 평준화에 대한 이해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 진심을 갖고 맨투맨으로 의원들을 만나가면서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다. 각을 세우고 강력하게 몰아붙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학부모들 “평준화 반대한 도의원들 만나게 해달라”
주제발표와 토론자 발표가 끝나고 청중 토론시간이 되자 여러 학부모들은 본격적으로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중2자녀를 두고 있다는 장모씨는 “작년말 여론조사 이후 조례안이 상정되고 표결되는 과정에서 무엇을 했느냐, 어떻게 책임을 지겠냐. 도의원들 모두 금뱃지 달고 있을 자격 없다. 자기 결정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만 그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학부모는 “평준화 여론조사 발표 이후 내신에만 집중하던 패턴을 바꿔, 독서량을 늘리는 등 교육방법도 바꿨다. 그런데 이제 와서 시민결정을 뒤엎어 버리는 정책은 말이 안 된다”며 “반대하는 의원들과 시민들간 공개적인 토론의 장을 한시바삐 만들어 줄 것”을 촉구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작년 여론조사결과 직후 도교육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2016년 평준화 시행을 알렸었다. 하지만 이번 도의회 부결 이후 구체적인 향후 계획없이 ‘죄송스럽고, 노력하겠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내 학부모들이 더욱 혼란스러워한다”며 도교육청을 질타했다.
학부모들의 이런 성토는 밤9시가 넘어서도 식을 줄을 몰랐다.
한편 천안고교평준화시민연대는 2016년 평준화도입을 위한 다양한 행동계획을 밝혔다.
고평연대는 ▶천안평준화 조례개정안의 재상정 촉구를 위한 교육감 면담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면담 ▶아산지역 공청회 추진, TV토론회 등 여론형성 활동 ▶홍보물 배포, 현수막 게시, 1인 시위 등 학생·학부모 대상 홍보활동 강화 ▶도의원들에게 전화·문자보내기, 충남도의회·충남교육청 홈페이지 글쓰기 ▶도의원 면담 추진 ▶기타 집회 및 도의회 농성 ▶반대 도의원에 대한 주민소환 등의 계획을 세우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