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열 교수(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흉부외과)
혈관 중 가장 지름이 크고, 몸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혈관이 대동맥이다. 가장 큰 혈관인 만큼 가장 많은 양의 혈액이 흐른다. 혈류량이 많기 때문에 혹여 혈관 내벽이 약해져 터지기라도 한다면 정말 큰일이다. 그런데 그런 큰일이 언제고 일어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대동맥류라는 질환 때문이다.
대동맥류는 대동맥 벽이 얇아지면서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파열되기 쉬운 상태가 되는 질환이다. 파열되면 몸속에 큰 출혈이 일어나 갑작스런 통증과 쇼크에 이어 생명을 잃는다. 따라서 파열되기 전에 발견해서 대동맥류를 제거해야 한다. 대동맥류의 대부분(75%)이 복부대동맥류, 나머지가 흉부대동맥류다. 복부대동맥류는 한 번 생기면 약물로도 없앨 수 없고, 대부분 점점 커진다. 치료하지 않으면 복부대동맥류 환자의 절반은 5년 안에 파열로 사망한다.
복부대동맥류는 대부분 증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복부대동맥류로 진단된 사람의 70~80%는 증상을 느끼지 못하고 지내다가 정기검진이나 다른 병으로 진찰을 받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다. 복부동맥류의 유병률은 10만명당 3명, 117명까지도 보고되고 있다.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5배 더 많이 발생한다.
동맥경화증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 밖에 외상, 유전, 동맥염, 선천성 기형, 매독, 곰팡이 감염 등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특히 60대 이상이면서 흡연자, 고혈압, 동맥경화 등이 있는 경우 발병률이 높아지는 고위험군이다. 따라서 고위험군에 속하거나 가족 중에 복부대동맥류 환자가 있다면 남자는 55세, 여자는 60세부터 매년 1회 이상 복부초음파 검사 등 정기검진이 반드시 필요하다.
복부대동맥류는 조기검진이 아니고는 사실상 환자가 위험을 피할 방법이 없다. 적절한 조기검진으로 사전에 알아내기만 한다면 파열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고 확실하게 벗어날 수 있다. 복부대동맥류는 복부초음파검사나 복부CT촬영을 통해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 하이브리드 수술로 치료
복부대동맥류의 기본적인 치료방법은 수술이다. 수술은 복부를 절개해 늘어난 대동맥을 제거하고 인조 혈관으로 바꾸는 것이다. 복부를 30㎝ 이상 절개하는 전통적인 수술은 커다란 흉터, 심한 통증, 합병증을 유발한다. 최근에는 인조혈관기술의 발달로 전통적인 절개 수술 보다는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을 많이 시행한다. 양쪽 사타구니 혈관을 통해 유도 도관을 넣은 뒤, 특수금속 스텐트와 인조혈관이 결합된 스텐트 그라프트를 대동맥류가 있는 부위 속에 넣어 늘어난 대동맥을 보강하는 치료법이다.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은 복부를 절개하지 않기 때문에 흉터가 남지 않고, 수술 후 통증도 없다. 회복도 개복수술에 비해 훨씬 빠르다.
그 외 복잡한 복부대동맥류의 경우에는 ‘하이브리드 수술’이라는 방법을 적용하기도 한다. 전통적인 외과적인 수술방법과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을 함께 적용하는 것으로 두 치료법의 장점을 병합시킨 것이다. 스텐트를 넣기 힘든 혈관 부위는 수술로 우회로를 만들어주고, 스텐트 그라프트가 설치 가능한 나머지 혈관에 스텐트를 삽입하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수술법은 순천향대천안병원 흉부외과가 2010년도에 국내 최초로 대한흉부외과학회에 발표한 수술법이다. 순천향대천안병원은 하이브리드 수술을 위해 수술실에 혈관조영장비를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