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0일 아산시청사 차량돌진 사고에 대해 아산농민회가 자체 조사한 결과 사건의 배경에는 농민의 억울한 사연이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혀 주목된다.
“도대체 얼마나 억울했으면 차량돌진에 음독까지 했겠는가.”
지난 8월20일 아산시청사 차량돌진 사고에 대해 아산농민회(회장 김재길)가 자체 조사한 결과 사건의 배경에는 농민의 억울한 사연이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번 사건의 전말을 조사한 아산농민회 박정우 사무국장은 “한 농민이 아산시청 청사로 차량을 돌진해 소동을 벌인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대부분 시민들은 지각없는 농민의 과도한 행동이었다고 단정 짓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농민회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내막을 확인한 결과 해당농민이 처한 상황만큼은 충분히 공감할 만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먼저 소동을 일으킨 농민 김 모(47)씨는 7년 전 고향인 아산시 염치읍 석정리로 귀농해 열심히 농사 짓는 성실한 농민이었다는 것이 주변사람들의 평가다.
김씨는 정부와 지자체가 강한 소규모 농민을 키우겠다는 정책에 따라 추진된 강소농 육성사업에도 선정됐다. 또 강소농 모임의 총무를 맡아 회원들에게 새로운 농법이나 품목을 추천하고 스스로 재배하는 등 모범적이고 실험정신이 투철한, 젊고 의욕에 찬 농민이었다는 것이 농민회가 내린 결론이다.
박정우 국장은 “매사에 긍정적이고 모범적이던 농민이 왜 그런 무모한 행위를 했을까 라는 의문에 적절한 대답이 있어야 했다”며 “농민회는 그 해답을 추적하는 과정에 수해로 인해 시설과 작물에 심각한 피해를 입은 안타까운 사연과 수해피해의 원인과 대처과정에서 아산시 행정당국의 미숙한 대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재길 농민회장은 “밤낮으로 자식 키우듯 정성을 다해 기르던 작물이 침수로 썩어 들어가고, 훼손된 하우스를 망연자실 지켜보며 느꼈을 그 절망감은 농사를 짓는 농민이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피해농민의 아픔을 이해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골몰하기 보단 책임 없음을 주장하기에 급급한 공무원들 앞에서 일어났을 그의 분노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김씨의 잘못된 행동을 두둔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의 절박했던 상황과 억울하다고 느꼈던 부분을 명쾌하게 조사해 수습하는 길만이 제2의 김씨가 출현하지 않는 예방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문관리 소홀이냐 단순 폭우에 의한 침수냐”
아산농민회는 자체 조사결과 수문관리에 대한 아산시의 대처가 미흡했다며,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위원회 구성 등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지난 8월28일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사고의 원인과 책임소재에 대한 명확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라.
본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인 ‘수문관리 소홀이냐 단순 폭우에 의한 침수냐’에 대해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된다. 이 부분이 확실하게 규명돼야 사후 처리과정이 결정될 수 있다. 따라서 김씨측과 마을주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중립적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객관적 사실을 밝혀야만 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다.
▶현재 아산시의 모든 수문과 관개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과 개선으로 제2의 피해를 예방하라.
본 사건을 계기로 지자체 차원의 자연재해에 대한 지원의 폭과 대상을 넓혀야 한다.
현행 제도로는 자연재해에 대한 보상은 없다. 다만 이후 재기를 위해 다른 작물이나 묘목을 심는데 약간의 지원금이 나오는 수준이다. 김씨의 경우 시에서 50만원, 100만원 지원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이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사람 반 하늘 반의 노력으로 농산물이 생산되는 농업의 특성에 비추어 현재의 제도는 너무나 농민에게 불리한 상황임을 이번 사건이 증명한 것이다.
이번 기회에 중앙정부가 안되면 지자체 차원에서라도 자연재해에 대한 보상금 제도를 마련해 운영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김씨가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최대한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라.
A씨는 사건 당일 음독까지 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 얼마 전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내려왔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특수공무집행 방해죄 등의 중대한 혐의가 있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시는 건실한 농민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벌인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 이해하고 A씨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농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길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