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장명진(52·아산시 음봉면) 의장은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극에 달해 있었다.
“7월18일, 정부는 일방적으로 쌀 전면개방을 선언했다. 협상도 하지 않고 쌀 전면개방을 선언한 한국정부는 이미 국제적 웃음거리가 됐다. 정부는 이 중대한 사안을 총리도 아닌 농림부 장관을 앞세워 비밀작전 하듯이 발표했다. 정부는 농민도 식량주권도 포기했다. 농민도 소비자도, 심지어 국회의원도 몰랐다. 농민무시, 국민무시, 국회무시, 정부의 불통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국민들이 나서서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장명진(52·아산시 음봉면) 의장을 만났다. 장 의장은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극에 달해 있었다.
▶언제부터 농민운동을 시작했는가.
-농촌에 고향으로 둔 대부분 사람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조금 과장해 말한다면 걸음마를 시작하면서부터 농사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열 아홉 살부터 농사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때 부터 지역 청년들과 농촌문제를 함께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농민운동에도 눈을 떴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정신없이 변화해 왔다. 특히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통해 농업 기반이 무너지고 우루과이라운드를 비롯해 최근 한미FTA 체결과 한중FTA 협상까지 농업포기정책을 온몸으로 저지하며 지난 30여 년간 투쟁해 왔다.
▶요즘 농촌 분위기는 어떤가.
-“1000만 농민 똘똘뭉쳐 우리농업 사수하자!” 30년 전 내가 처음 농민운동을 시작할 때 외쳤던 구호다. 어느 순간 농업인구가 500 만 명으로 줄더니, 최근 통계로는 200만 명도 채 안된다고 하더라. 게다가 겸업농민을 제외하면 아마 순수한 전업농민은 100만 명 도 못 될 것이다. 현재 농촌 평균연령은 65세가 넘는다. 앞으로 10년 후에 농민이 몇 명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농촌고령화 뿐만 아니라 세대간 단절현상도 심각한 것 같다.
-그렇다. 변변한 교육시설도 없고, 안정적인 수익도 보장되지 않고, 정부마저 농업을 외면하니 젊은 인구가 더 이상 농촌에 남아있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현상이다. 농촌사회는 결국 세대간 단절로 이어져 이대로 가면 생명산업인 농업은 곧 붕괴될 상황이다. 더 심각한 것은 농업의 붕괴는 농촌과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22%에 불과한 식량자급률에도 불구하고 농업을 포기한다면 앞으로 우리나라는 재난수준의 식량난을 겪게 될 것이다. 농촌은 도시문제를, 도시는 농촌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충남도연맹과 시·군농민회는 농업을 죽음으로 내모는 쌀 전면개방을 저지하기 위해 8~9월 목숨건 투쟁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히 9월 말 WTO에 쌀 관세화와 관련된 입장을 통보한다는 정부의 방침은 온 몸으로 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농업과 농촌문제가 어제오늘 일인가.
-이제껏 농업과 농민이 어렵다고 했지만, 해가 갈수록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2014년 한국농업은 벼랑 끝 한 줌 풀을 쥐어잡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7월18일 정부가 쌀 관세화를 선언하고, 한중FTA가 타결 직전에 놓였다. 또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의 압박까지 받으면서 앞으로 우리 농민이 이 땅 대한민국에서 농사지을 수 있을지 막막한 상황이다.
▶올해 특히 정부의 농업정책에 대한 위기감이 크다고 하는데.
-어느 정권이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이번 박근혜 정권은 지난 수십 년간 명맥을 지켜오던 민족의 생명줄인 ‘쌀’을 포기했다. 농민과 노동자는 물론 심지어 국회까지도 소통이 안되고 있다. 쌀이 전면개방 된다는 것은 단순히 수백가지 농산물 중 하나의 농산물이 수입되는 차원이 아니다. 이 나라의 식량주권과 존폐위기가 걸린 매우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도 정부는 고율관세니 FTA, TPP에서 쌀은 양허제외를 운운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했을때 박근혜 정권은 중국과 FTA를 연내 타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맺은 수많은 FTA보다 더 큰 피해가 우려되는 한-중FTA를 밀실야합으로 이어오면서, 지금까지 진행한 협상내용은 단 하나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인 농업정책을 저지할 방법은.
-생명산업인 농업문제는 더 이상 농민만의 문제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농촌과 도시, 자연환경과 인문환경, 정치인과 일반시민, 자본가와 노동자 등 서로 다른 세계에서 활동하는 모든 시민들이 네트워크를 통한 공존의지와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다 나은 미래가치를 위해서라면 식량주권이 달린 농업은 반드시 살려야 한다.
▶이제 곧 본격적인 수확기로 접어든다. 전농 충남도연맹의 계획은.
-전농 충남도연맹과 시·군농민회는 8월과 9월 농업을 죽음으로 내모는 쌀 전면개방을 저지하기 위한 목숨건 투쟁을 전개할 방침이다. 특히 9월 말 WTO에 쌀 관세화와 관련된 입장을 통보한다는 정부의 방침은 온 몸으로 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19일 논산농민회 농민대회를 시작으로 9월 당진, 서천, 부여, 예산, 아산 등에서 추수포기 선언과 논을 갈아엎는 행사를 벌일 것이다. 이외에도 9월 내내 충남전역에서 농기계 반납 투쟁 등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