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72세, 더 달릴 수 있다
“42.195km를 달리고 난 뒤 더 달릴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영인면에는 특별한 사람이 살고 있다. ‘달리는 할머니’로 불리는 이차심(72?성내2리)씨는 성내리에서 특별한 취급을 받는다. 이른 새벽부터 들녘에 나가는 이곳 주민들은 아침마다 이씨를 만난다. 여름에는 땀에 흠뻑 젓은 모습을, 겨울에는 그 땀이 머리끝에 얼어붙어 고드름이 짤랑거리는 소리를 내며 달리는 모습을 보면 마을 사람들은 음료수 대접을 하거나 손을 흔들어 응원한다.
이 할머니의 나이는 72세. 어딜 봐도 그 나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
“노인네라고 가만히 있으면 늙죠. 얼마든지 할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뛰니까 안 늙나봐요”라며 노인이란 말을 거부한다.
이차심씨가 마라톤을 시작한 것은 환갑이 넘어서인 93년의 일이다.
“워낙 운동하는 것을 좋아해 수영과 볼링을 즐겨했지요. 그러다가 마라톤을 하자고 해서 그냥 시작한 겁니다”
그렇게 시작한 마라톤이지만 해마다 그녀가 나가는 마라톤 대회는 5~10개 정도가 됐다.
그녀가 가장 힘들었던 대회는 99년때였다. 이 해에만 42.195km를 세번 뛰었기 때문.
더구나 동아마라톤 대회가 끝나고 난 뒤 다른 대회에 나갔을 때는 몸에 풍이 왔다.
“왼쪽에 마비가 와서 병원에 입원했지만 4일만에 링거를 빼고 한의사를 찾아가 매일 침맞고 물리 치료받았지요.”
그 덕에 이씨는 그 해 마라톤 대회 때 완전히 몸을 회복하고 다른 대회에 나가 60대 부문에서 5시간 3분기록으로 3위를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씨가 아산에 인연을 맺게 된것은 25년전 남편을 잃고 시작한 가내수공업이 갑자기 문을 닫게 되면서였다. “우연한 기회에 아산에 놀러왔는데 너무 아름다워 집이라도 짓고 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이뤄졌다”고.
딸 둘, 아들 둘은 이미 시집?장가가고 손자, 손녀가 장성해 적절한 노후를 마라톤으로 달래고 있다.
얼마전 안면도 꽃박람회 때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는 60대 이상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달릴 때마다 기도합니다. 내 한사람의 변화와 개발이 많은 사람들의 발전이 될 수 있길 기원합니다”라는 덕담으로 젊은이들을 독려하고 어둑한 이른 새벽을 깨우며 오늘도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