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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전면개방 온 몸으로 막겠다”

추수거부, 쌀 갈아엎기, 농기계 반납 등 릴레이투쟁 선포

등록일 2014년08월22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전농 충남도연맹은 지난 21일 아산시 신정호에서 ‘2014 충남농민 전진대회’를 통해 “쌀은 농업의 근본이고, 나라의 주권이며, 민족의 생명”이라며 “충남 쌀 생산자가 앞장서서 쌀 전면개방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쌀은 농업의 근본이고, 나라의 주권이며, 민족의 생명이다. 충남 쌀 생산자가 앞장서서 쌀 전면개방 막아내고 쌀 농가의 권익을 지켜내겠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의장 장명진)은 지난 21일(목) 아산시 신정호에서 ‘2014 충남농민 전진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날 ‘전국쌀생산자협회 충남도지부 결성대회’도 함께 개최하며 “갑오농민혁명 정신을 계승하고, 쌀 전면개방을 저지하자”며 투쟁을 선포했다.

이들은 지난 7월18일 정부의 일방적인 쌀 전면개방 선언을 강하게 질타했다. 협상도 하지 않고 쌀을 전면개방 하겠다고 빗장을 활짝 열어준 한국정부는 농업도, 농민도, 식량주권도 모두 포기했다며 정부의 불통농정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천명했다.

전농 충남도연맹과 시·군농민회는 8월과 9월 농업을 죽음으로 내모는 쌀 전면개방을 저지하기 위한 목숨건 투쟁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9월 말 WTO에 쌀 관세화와 관련된 입장을 통보한다는 정부의 방침을 온 몸으로 막겠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19일(화) 논산농민회 농민대회를 시작으로 9월 당진, 서천, 부여, 예산, 아산 등에서 추수포기 선언과 논을 갈아엎는 행사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9월 내내 충남전역에서 농기계 반납 투쟁 등을 벌일 예정이다.

농민단체, “쌀 전면개방, 국민이 막아 주세요”

장명진 전농 충남도연맹 의장은 “지난 7월18일 정부가 쌀 관세화를 선언하고, 한중FTA(자유무역협정)가 타결 직전에 놓여 있다”며 “이제껏 농업·농민이 어렵다고 말했지만 지금 2014년의 한국농업은 벼랑 끝에서 한 줌의 풀을 쥐어 잡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120년 전 부패한 정부 관료와 외세에 맞서 싸우던 수천·수만 농민의 심정과 현재 농민의 심정이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김영호 전농 의장은 “쌀이 전면적으로 개방된다는 것은 단순히 수백 가지의 농산물 중 하나의 농산물이 수입되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의 농업과 국민의 생존권이 걸린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권은 농민들이 지난 수십 년간 지켜온 민족의 생명줄인 ‘쌀’을 포기했다. 정부는 농민을 포기했어도 농민들은 가야 할 길을 계속 가야 한다”며 농민의 길을 강조했다.

김재길 아산농민회장은 “한국의 농업과 식량주권이 세월호처럼 침몰하고 있는데 정부는 여전히 국민들에게 ‘가만히 있어라’고 말한다”며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칠순을 넘긴 힘없는 농민들이 아스팔트에 내팽개쳐지고, 이를 말리는 사람은 수갑을 채워 연행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충남지역 농민단체들은 “우리 농업의 희망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과 우리 먹거리에 대한 믿음을 가진 국민이 함께 찾아야 한다”며 “농업과 농촌, 식량주권을 지키는 일은 농민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함께 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 연대선언, “농촌이 살아야 도시도 산다”

2014 충남농민 전진대회 대회장인 장명진 전농 충남도연맹 의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이날 충남농민전진대회에는 여러 농민단체를 비롯한 각계의 시민·사회단체, 노동계 등에서 연대 지지선언이 이어졌다.

충남농업포럼 김호 대표는 “2004년 한·칠레 FTA 체결을 시작으로 46개국과 FTA가 발효되고 있다. 특히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한·중 FTA는 우리 농업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은 대부분 농산물 관세를 없애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농업정책의 시작과 끝, 주체와 목표는 농민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충남본부 최만정 본부장은 “박근혜 정부의 쌀시장 전면개방 방침은 당장 농민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국민 모두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역사상 어느 나라가 식량주권 없이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겠는가”라며 한탄했다.

충남시민단체연대회의 이상선 상임대표는 “한민족 역사 이래로 유구히 민족의 생명줄을 지탱해온 마지막 쌀 마저도 ‘관세부과’라는 허접한 장치를 내세워 전면개방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농촌과 농업이 천덕꾸러기가 되는 세상은 어찌 되나? 생명보다 이윤을 숭배하는 사회의 끝은 어디일까? 끝없는 탐욕을 충동질하는 사회에서 ‘사람’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 사회가 함께 고민하자는 숙제를 던졌다.

충남친환경농업인연합회 전양배 회장은 “대한민국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각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기에 열을 올리며, TPP에 들어가기 위해 온갖 추태를 보이고 있다”며 “두 갑자(120년) 전 충남 우금치에서 미완으로 끝나고 만 갑오농민군의 한을 곱씹으며 우리 농민과 국민 앞에 닥친 이 시련을 뚫고 나가자”고 말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시민단체에서 지지와 연대 의사를 밝혔다. 또 이날 행사에 함께 한 복기왕 아산시장, 유기준 아산시의장, 이명수 국회의원, 안희정 도지사, 김기영 충남도의장, 김지철 충남도교육감 등도 농업과 농촌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에 동의하며,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편 ‘전국쌀생산자협회 충남도지부 준비위원회 결성 선언문’ 낭독이 이어졌다.

 <전문> 전국쌀생산자협회 충남도지부 준비위원회 결성 선언문

쌀은 농업의 근본이고 나라의 주권이며 민족의 생명이다!
충남 쌀생산자가 앞장서서 쌀 전면개방 막아내고 쌀농가의 권익을 지켜내자!

지난 7월 18일 정부는 기습적이고 일방적인 쌀 전면개방 선언을 강행하며 우리 농업과 농민을 배신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나라의 곳간을 외세에 통째로 헌납하였고 이로 인해 한국농업은 백척간두의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쌀 전면개방으로 인한 농업의 피해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만큼 엄중한 문제이다. 다른 작물은 모조리 수입되었어도 쌀만큼은 지켜냈다는 자부심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농민들에게 쌀 전면개방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일이다. 

그동안 충남지역은 쌀 재배면적과 생산량의 전국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 쌀농업의 중추역할을 담당해왔다. 그 중심에는 충남 쌀생산 농가의 피땀어린 노력과 정성이 깃들여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오늘 우리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쌀생산자협회 광역조직을 건설하는 역사적인 현장에 마주하고 있다.

전국쌀생산자협회 충남지부는 쌀농사를 전업으로 하는 대농가와 중소가족농이 모두 함께하는 조직으로 쌀 전면개방 저지를 위해 맨앞에서 투쟁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의 쌀정책에 대한 비판과 견제를 통해 무너진 쌀농업을 일으켜 세우며 식량주권 사수를 향한 위대하고 담대한 발걸음을 지금부터 내딛고자 한다.

또한 우리는 RPC 문제해결과 양정제도 개혁, 수확기 쌀값보장, 직불금 확대, 각종 경제사업 활성화 등 쌀농업의 발전과 쌀농가의 실질적인 이익창출을 위한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국가가 농업을 버렸으니 우리 농민 스스로가 농업을 지켜내야 한다. 나라가 쌀을 포기했으니 이제는 쌀생산자가 나서서 우리 쌀을 지켜낼 것이다.

그대, 충남농민이여!
120년전, 척양척왜·보국안민의 기치로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동학농민군의 함성을 반드시 기억하자. 10년전, 쌀개방 못막으면 우리 농민 다 죽는다고 호소하던 전용철 농민열사의 외침을 절대 잊지말자.

그들의 한(恨)을 보듬고 이제 자랑스런 출범을 선언하는 전국쌀생산자협회 충남지부 준비위원회는 12만 충남 쌀농가와 함께하는 명실상부한 쌀생산자 대표조직으로 거듭날 것임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

2014년 8월21일
전국쌀생산자협회 충남도지부 준비위원회 결성대회 참가자 일동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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