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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청 차량돌진…희망 잃은 농민의 ‘극단적 선택’

농업재해 보상대책의 한계…농민의 좌절과 분노 농약음독

등록일 2014년08월21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8월20일 오후 12시59분 검정색 무쏘차량이 아산시청 현관문을 부수면서 청사내로 돌진해 들어갔다.

아산시청 현관을 부수고 로비를 가로질러 돌진한 차량은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에 가로막혔다.

“아산시청을 폭발시키겠다”

20일(수) 오후 12시59분 아산시청 현관문을 부수며 검정색 무쏘 차량 한 대가 돌진했다. 청사에 근무하던 직원들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 일과를 시작할 무렵이었다. 차량은 시청 현관과 복도를 지나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에 막혀 멈춰 섰다.

최초 목격자인 시청 직원은 급발진 사고로 알고 운전자를 도우려 접근했다. 그러나 차량운전자 김 모(47·염치읍 석정2리)씨는 “접근하면 차량에 실은 가스통을 폭발시키겠다”고 위협했다.

차량에는 10㎏ 들이 부탄가스통과 10여개의 휴대용 부탄가스, 휘발유 등 폭발위험과 인화성이 강한 물질이 탑재돼 있었다. 또 차량에서 흘러나온 연료와 자동차 배기가스로 청사건물은 오일냄새로 가득찼다. 

아산시 청사에는 때마침 을지훈련 중이던 군경들이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들은 긴급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시청직원과 민원인들을 건물 밖으로 긴급 대피시켰다.

9시간여 대치…경찰특공대 투입 진압

차량이 돌진해 들어간 아산시청 현관문이 처참하게 부서졌다.

부서진 현관문과 유리 잔해를 119 대원들이 정리하고 있다.

차량돌진 후 운전자 김씨는 누군가 차량에 접근하면 위협하는 경적을 울렸다.

차량 주변에는 경찰, 군인, 시청직원 등 100여 명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또 소방관들은 긴급 진화를 위해 차량을 겨냥해 소방호스를 조준하고 있었다. 그렇게 긴장감 속에서 9시간이 넘게 흘렀다.

복기왕 시장은 대치 도중 김씨의 아버지와 마을이장 등과 함께 운전자 김씨와 대화를 시도했으나, 김씨는 접근 자체를 막았다.

이렇게 9시간 여 대치하다 10시20분 무렵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차량을 부수고 진압작전을 벌였다. 당초 우려했던 상황과 달리 김씨는 저항할 힘도 없어 보였다. 김씨의 차량에서는 시청을 폭발시키겠다고 위협하던 부탄가스 보다 시트 바닥에 뒹구는 농약병이 더 위험해 보였다.

농약 음독 확인…단국대병원 응급치료 중

아산시 직원과 민원인들이 긴급 대피해 시청민원실에는 단 한사람도 남아있지 않다.

복기왕 아산시장이 차량운전자 아버지를 모시고 운전자와 대화를 시도하려고 청사 현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10시20분 현장에서 진압된 김씨는 119 구급차에 실려 10시50분 무렵 천안시 단국대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대기 중이던 단국대병원 의료진은 김씨의 상태를 점검한 결과 혈압과 맥박은 정상이었으나 당시 대화가 안됐다고 밝혔다. 또 차량에서 농약병이 발견되고 환자의 구토물에서 농약냄새가 풍긴 점으로 보아 우려했던 음독은 사실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500㎖들이 농약병에는 잔량이 130㎖정도 남아 있었다고 밝혔다.

단국대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환자가 제초제 성분의 농약을 음독한 것이 확인됐다. 의료진은 환자의 위세척을 마친 후 후속치료 중이다. 현재 환자 상태는 의식이 있고, 대화는 가능하지만 자신의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지는 못하고 있다. 농약중독 환자들은 당장 의식이 있더라도 예후가 중요하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의 극단적인 선택 “왜?”

아산시청사 앞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소방서를 비롯해 경찰과 군인이 합동으로 비상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아산시청으로 돌진한 차량 운전자는 9시간 여 대치하다 경찰특공대의 진압작전으로 검거됐으나, 운전자 김씨는 제초제를 음독한 것으로 확인됐다. 운전자 김씨는 현재 단국대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있다.

아산시청 현관 앞에서 시청직원을 비롯해 경찰과 군인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김 씨는 왜 이처럼 시청을 폭파하겠다는 위험한 행동을 했을까.

김씨 아버지에 따르면 김씨는 올해 1억2000여 만원을 투자해 시설하우스 5동을 신설했다고 한다. 하우스에는 고추를 비롯한 각종 시설채소와 밭작물을 심었는데, 수확도 하기 전에 지난 7월18일 내린 기습폭우로 침수피해를 입은 것이다.

이날 이후로 김씨는 매일 시청을 방문해 보상을 요구했다고 한다. 아산시가 수문관리를 제때 했다면 침수피해가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아산시도 일정 부분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김씨는 아산시에 현실적인 보상을 요구했지만, 아산시는 법적으로 보상해 줄 수 있는 한도액은 50~100만 원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날 복기왕 시장은 “자연재해에 대한 보상은 법적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시에서는 법적으로 허용된 한도 내에서 피해 농민을 최대한 지원하고, 해당 농민의 감정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시에서도 행정적인 책임을 인정하며, 용배수로 관리에 있어 소홀했던 부분은 철저히 조사해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철기 아산시의원은 “이번 사건은 매우 잘못된 행동이지만, 절망에 빠진 농민의 마지막 분노와 절규였다는 점이 더 안타까웠다”며 “한 해 농사를 망치더라도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자연재해 보상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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