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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편히 뻗기도 힘든 단칸방, 다섯 식구의 한여름 나기는…

희망2014 강화영(가명·41·신부동)

등록일 2014년07월22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강화영씨 가족.

어느 날 부턴가 7살 달이(가명)의 작은 머리에서는 말랑말랑 젤리 같은 것들이 여러 곳 손에 잡혔다. 영 이상하다 싶었던 엄마가 큰 맘 먹고 찾아간 동네병원. 의사는 머리에 피가 많이 고인 것 같다며 큰 병원행을 권유했다.
대학병원에서는 ‘머리에 혈종이 너무 많다’는 진단을 내렸고, 한편으로는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아동학대로 부모를 신고했다.

하지만 나중에 기관이 조사를 해보니 달이가 가진 머리의 혈종은 바로 2살 위인 오빠의 폭력이 원인이었다. 청각장애가 있는 7살 오빠는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본인의 감정과 의견을 정상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뜻에 맞지 않을 때, 격한 감정에 휘둘리면 주체할 수 없는 힘으로 동생을 때렸던 것이다.

지난 주 천안시청의 사회복지사와 함께 찾은 달이네 집은 11가구가 모여 사는 다세대 주택이었다. 달이네 다섯 식구는 부엌까지 포함해서야 3평 남짓한 어둑한 단칸방에서 낡은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해 찜통 같은 무더위를 이겨보려 애쓰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복지사각지대’ 한 곳은 또 이렇게 또 발굴됐다.

어려운 살림살이, 티격태격 삼남매

아산 음봉면이 고향이라는 달이엄마 강씨는 올해로 41세다.
산업체 고등학교를 나와서 20살 때부터 천안 백석동에서 전화기 만드는 일을 시작으로, 성거, 직산 아산 곳곳에서 여러 가지 일을 했다. 달이의 아빠와는 함께 일하던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만나게 됐고 정식으로 결혼식은 하지 못한 상태에서 35살에 큰아들 민재(가명)를 낳게 됐다. 이후 두 살 터울로 둘째 달이가, 그 아래 세 살 터울로 막내 민수(가명)가 태어났다.

큰 아들 민재는 어려서부터 잔병도 많았고 여러 가지 사고를 많이 당해 부모의 애를 태웠다. 갓난아기 였을 때부터 황달을 앓았던 민재는 중이염도 겪었고 세 살 때는 교통사고까지 당했다. 5살 영유아검진 당시 귀가 잘 안 들린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지 못했고 현재는 양쪽 귀가 거의 들리지 않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청각장애를 갖게 된 민재는 엄마, 아빠 외에는 다른 말을 거의 하지 못한다. 지난해에는 문 밑에 뒷 발목이 끼어서 인대가 파열됐고 세 번이나 수술을 받았지만 80%가 손상됐다는 진단까지 받았다.

둘째 달이는 이런 오빠나 막내 민수와 티격태격하는 것이 하루 일과다.
오빠로부터 심한 폭력을 당하다보니 이제 19개월 된 동생에게도 심한 손찌검을 예사로 한다. ‘철썩’하고 누나에게 한 대 제대로 맞아 자지러대던 두 살 막내 민수는 생우유가 들어있는 젖병을 입에 물려준 다음에야 겨우 잠잠해졌다.
달이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와중에도 신발을 신고 방에 들어와 ‘밖에 나가 놀자’며 엄마에게 거의 몸싸움 같은 떼를 쓴다.

교육·위생·의료·주거 어디서부터 손 대야…

보증금 10만원에 월세 14만원이라는 지금 집에 살기 시작한 지는 어느덧 8년째.
다섯 식구가 사는 2평 정도의 방안에는 작은 정리함 위에 TV 한 대와 이부자리, 옷가지 들이 어지러이 놓여 있었다. 때 아닌 파카 한 벌 만이 창문 잠금장치에 매달린 옷걸이에 다소곳이 걸려있을 뿐이다.
때 묻은 방 벽 이곳저곳은 아이들이 함부로 낙서한 크레용 자국이 가득하고 그나마 방 한 쪽 벽지는 반쯤 떨어져 내려와 있었다. 흉물스럽게 드러난 시멘트 벽 속살에는 곰팡이가 가득했다.

공장에서 사출 일을 하던 남편은 여러 가지 형편으로 직장을 나와 지금은 용역회사를 통해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일이 있는 날은 나가고 그렇지 못한 날은 쉬어야 하니 한 달 평균수입은 1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인근 교회에서 옷이나 장난감은 그런대로 얻어 올 수 있어서 삼남매가 물려 입고 있다. 아이들에 대한 보호, 교육, 주거환경개선, 의료지원 등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알지도, 생각하지도 못하고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 왔다.

기자와 동행한 복지사는 얼마 전 개입을 시작해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한다. 수급자에 선정되면 그나마 기본적인 생계에 숨이 트이고 LH임대주택 등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지금으로서는 우리 민재 귀를 고쳐주는 게 제일 시급하죠. 그리고 아이들이 커가는 만큼 조금만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어요.”
칭얼거림이 잦아든 아이들과 함께 걸어서 10여 분 걸린다는 인근 아파트 놀이터를 향하는 엄마 강씨. 그녀의 뒷모습에서는 이들 가족의 고단한 일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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