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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없는 마을에서 살고 싶어요”

월랑2리 장수마을, 난개발 공장 입주로 몸살

등록일 2014년07월15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공장이 들어서게 될 장수마을 입구.

“제발 마을에서 공장 좀 없애 주세요. 20여 년간 주민을 병들게 했던 시멘트 공장이 떠나니 이제 배터리 공장이 들어온답니다.”

충남 아산시 음봉면 월랑2리 장수마을 입구에 전자부품 제조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소식에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월랑 저수지를 옆에 끼고 형성된 이 마을은 수 백 년에 걸쳐 조성된 자연마을로 주민들은 대대손손 고향을 지키며 살아왔다. 이들은 공장이 들어선다는 말에 하루하루 근심만 쌓여간다.

마을 주민들은 장문의 호소문을 써서 아산시에 제출했다. 마을이 생기게 된 배경부터 그동안 공장이 입주해 주민들에게 입힌 피해내용과, 예상되는 피해까지 주민들은 걱정하고 있었다.

또 앞으로 주민들이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주민 스스로 구상하고 있는 자립마을 계획에 심각한 타격을 안기게 될 것이라며, 더 이상 공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월랑리 장수마을에 무슨 일이?

장수마을 주민들은 매일 마을에 들어서게 될 공장건설을 저지하기 위한 회의를 한다.

장수마을은 저수지와 산으로 둘러싸여 풍광이 아름답고, 공기가 맑고 물이 좋아 대대로 마을주민들이 장수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마을 주민들에게 폐암, 위암, 기관지천식, 췌장암, 심혈관 질환 등 보통 시골마을에서는 보기 드문 질병이 다발적으로 발생했다. 날이 갈수록 주민들의 민심은 흉흉해 지고, 혼란과 두려움에 빠져 들었다.

이때 주민들은 마을 한가운데 자리 잡은 플륨공장을 의심했다. 이 공장에서 7년간 일했던 한 주민은 위암을 선고받았고, 10년을 근무한 또 다른 주민은 폐암에 걸렸다. 뿐만 아니라 공장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들도 하나 둘 병들어 갔다.

1991년 설립된 이 공장은 시멘트를 원료로 농업용 물길을 내주는 콘크리트 수로관을 생산하는 업체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공장이 들어서면서부터 소음, 진동, 분진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한다. 또 플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유해성 물질로 의심되는 알 수 없는 희뿌연 수증기가 마을을 오염시켰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공장에서 발생한 분진이 마을 전체를 뒤덮어 주민들이 숨 쉴 때마다 그 먼지를 흡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지난 20여 년간 플륨공장은 주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줬다. 또 공장이 마을 한가운데 입주하고, 공장에서 생산된 플륨이 마을 공터마다 수북이 쌓여 마을의 경관을 해치고 주민들의 정서적인 반발과 부작용이 매우 컸다.

주민들에게 그동안 고통을 안겨줬던 이 플룸공장은 지난 6월 모든 조업을 중단하고 마을에서 철수했다. 마을 주민들은 플룸공장이 떠남으로써 마을의 가장 큰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번에는 마을 입구에 전자부품공장이 들어선다는 것이다.

장수마을에 난개발로 형성되는 공장벨트

마을 주민들이 공장 예정부지를 보여주며, 주민들은 절대 공장입주를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에 장수마을에 설립예정인 공장은 바로 마을 입구에 위치하고 있다. 아산시 음봉면 월랑리 195-2번지 일원으로 2722㎡ 면적에 제조시설 414㎡에 부대시설 236㎡로 들어설 계획이다.

이곳은 마을 진입로 이면서 보행도로다. 그러나 현재 마을 입구가 비좁을 뿐만 아니라 월랑저수지 옆으로 2차선 도로가 급경사와 급커브 길로 만나며 접촉사고와 인명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특히 월랑 2리는 삶의 터전이 난개발로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마을 외부에서 보면 마을자체가 공장으로 둘러쳐져 마을을 삼키는 형상이다. 또 마을 곳곳에 크고 작은 공장들이 입주해 거대한 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장수마을에는 현재 91가구 208명이 거주하고 있다. 마을 입구는 월랑 저수지부터 시작해 뒤편으로는 야산이 병풍처럼 펼쳐진 아름다운 마을로 전원생활을 꿈꾸는 직장인들이 찾아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마을 경관은 공장들이 우후죽순 입주함으로써 훼손되고 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수십 수백년간 형성돼 온 마을공동체와 마을 고유의 정서는 오간 곳 없이 사라지고 있다.

두레와 품앗이로 교류하던 마을 주민들의 미풍양속은 무분별한 공장 인허가로 마을이 파괴되고 있다며 분노로 돌변하고 있다. 또 마을공동체 붕괴의 책임을 시 행정에 묻겠다며 시장면담을 요청하고 나섰다.

“마을의 미래 스스로 개척하겠다”

마을회관에서 바라본 장수마을 입구.

“무분별한 난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아산시의 착한규제와 개입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산시의 복지정책은 예산지원 뿐만 아니라 장수마을 처럼 작은 마을의 절박한 민원을 해소해 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법과 제도만을 따지며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이다. 주민의 정서까지 고려해 민원을 예방하는 것이 좋은 행정이다.”

장수마을 주민들은 마을의 미래를 주민 스스로 개척할 수 있도록 도와달다고 호소한다. 이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뜻있는 젊은 주민을 중심으로 마을의 역사와 전통을 원형으로 보존하면서 자연친화적인 아름다운 마을로 가꾸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마을의 구성원인 주민들이 마을일을 하면서 용돈벌이까지 할 수 있는 마을기업 프로젝트를 완성시키는 것이다. 이들은 사람을 중심으로 마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마을기업 설계를 하고 있다.

지난 7일 마을회관에 모여 대책회의를 하던 주민들은 스스로 꿈꾸는 장수마을의 미래가 공장의 난개발로 인해 깨지고 있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아직 계획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업내용은 공개할 수 없지만 자립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마을주민의 의지와 무관하게 입어온 피해를 하소연했다. 특히 마을의 대부분 토지가 계획관리 지역이라는 이유로 공장 인허가를 남발한 아산시가 원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외부의 투기자본이 대거 유입돼 마을의 토지를 점유하고 있는 점도 주민들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장수마을 주민 무엇을 주장하나

월랑저수지와 어우러진 장수마을 경관. 장수마을 주민들은 공장이 하나 둘 입주하면서 아름다운 마을경관이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장수마을 주민들이 아산시에 탄원서로 제출한 5가지 요구와 주장이다.

1. 장수마을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공장입주를 절대 반대한다.
2. 이미 장수마을 주변에 입주한 공장에 대대 공해물질이나 먼지, 소음 등을 철저하게 관리 감독하고,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즉각 시정하라.
3. 아산시는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평화로운 농촌마을에 세심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라.
4. 아산시는 공장은 공장지역으로 유치하고, 난개발을 막는 조례를 마련하라.
5. 장수마을 주민들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공장입주를 온 몸으로 저지할 것이다.

이에 아산시는 “공장 인허가 과정에서 행정절차상 문제는 없었다”며 “착공 이전에 마을 설명회를 개최하고, 마을대표와 적극적인 대화를 하도록 사업자에게 요청하겠다. 공장입지가 마을 입구에 위치한 만큼 진입로, 건물고도 및 배치, 조경시설 등을 재조정 하도록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반대로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서상옥 사무국장은 “난개발과 공장입주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와 철회요구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아산시는 주민들이 우려하는 공장입주 이후에 예측되는 사안에 대해 반드시 정밀진단이 필요하며, 주민 입장에서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국장은 이어 “공장 인허가가 행정 절차상 문제가 없기 때문에, 또는 단속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정서를 외면해서는 안된다”며 “아산시 복지의 시작은 이러한 작은 마을 주민들의 공포와 불안을 제거해 주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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