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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부처로 사는 세상을 꿈꾸며”

불기 2558년 ‘부처님 오신 날’...세심사 지해스님을 만나다

등록일 2014년05월02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지해스님이 한사코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을 사양해 아쉽지만 스님의 뒷모습만을 담을 수 있었다.

“형식은 중요한게 아닙니다. 그저 편안하게 들러 마음 가는 대로 하세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마음이 움직이면 그때 부처님께 절도 올리고, 합장으로 인사도 하세요.”

아산시 염치읍 산양리에 위치한 세심사 주지 지해스님의 말이다. 불기 2558년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산사 입구에 연등을 달며 행사준비에 여념이 없는 세심사 지해스님을 찾았다. 지해스님은 불교 예법을 몰라 어려워 하는 방문객을 배려하며 합장도 없이 푸근한 웃음으로 반겨줬다.

그러나 곧 세심사 지해스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수많은 생명들이 가엾기 때문이란다. 수 십 년간 수양을 쌓은 수도승조차 세월호 참사 소식에 마음이 혼란스러웠나 보다.

그래서 올해 부처님 오신날 세심사에서는 세월호 희생자의 명복을 비를 추도법회를 계획하고 있다. 올해는 불자들이 한마음으로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추도법회를 열자는데 뜻을 모았다고 한다.

세심사 대웅전 앞의 다층탑이 절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어, 부처님 오신날은 수백명의 불자들이 연등을 달고, 탑 주변을 돌며 소원을 빈다.

작년까지만 해도 부처님 오신날 세심사에서는 불자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향을 사르고, 부처님 오신날을 기념하는 법요식이 끝나면 청소년부터 어르신까지 각자 세속의 삶의 무게를 이 곳 산사에 훌훌 털어 버리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평소 조용하던 대웅전 앞이 부처님 오신날 만큼은 청소년들의 힙합과 댄스공연 무대로 바뀌곤 했다. 또 어른들은 노래방 기기 박자에 맞춰 대중가요를 부르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지해스님은 “갑작스런 사고로 이생의 뜻을 이루지 못한 세월호 희생자들이 곧 환생해, 이생에서 다시 소망대로 살 수 있도록 발원한다”고 말했다.

세심사는 백제 때 창건해 654년(신라 선덕여왕 14)에 자장이 중창한 것으로 전해지는 천년고찰이다. 1530년(중종 25)에 편찬한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조선 후기 ‘여지도서’ ‘범우고’ 등에 ‘신심사(神心寺)’라는 이름으로 기록이 있다. 1968년 일타와 도견이 절 입구에 있는 ‘세심당’이라는 부도에서 이름을 따와 세심사로 고친 것으로 알려졌다.

“작은 배려가 모두를 행복하게 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산중에 자리잡은 세심사 주변의 녹음이 짙어지고 있다.

“어릴 때부터 삶과 죽음에 대한 궁금증이 참 많았어요. 특히 사람이 세상을 살다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몹시 궁금했습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어린 시절 강한 호기심이 저를 이 자리까지 오게 만든 것 같아요. 제가 수 십 년간 고민해 온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깨달을 수 있게 됐어요. 이제 그 정리된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어린 시절의 저처럼 고민하는 분들에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스님에게 속가의 나이도, 인연도, 이유도 묻지 않는 것이 예의라지만 결례를 무릅쓰고 물었다.

“모든 궁금증이 한 순간에 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주의 주인공은 바로 나며, 나를 중심으로 우주가 움직인다고 생각하세요. 오늘의 내 삶은 과거에서 왔고, 오늘의 내 삶이 나의 미래를 결정해 줍니다. 그렇다면 오늘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나요?”

어려운 한자와 방대한 양의 경전 앞에서면 불교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종교라는 생각이 든다. 이에 대해 지해스님은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말로 많은 부분을 설명했다.

“인과응보는 원인과 결과가 서로 물고 물려, 과거 또는 전생에 만들어진 선악의 인연에 따라 훗날 고스란히 되돌아온다는 말입니다. 좋은 일에는 좋은 결과가, 나쁜 일에는 나쁜 결과가 반드시 따르기 때문에 선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죠. 오늘 내가 뿌린 하나의 작은 업은 훗날 눈덩이처럼 커져서 돌아옵니다. 이러한 가르침과 이치를 이해한다면, 누구나 서로를 배려하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겠지요.”

“스스로 부처가 되세요”

“부처님은 절대복종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의 모든 시비를 가리지도 않습니다. 나에게 선이 타인에게는 악이 되기도 하며, 반대로 나에게 악이 타인에게는 선이 되기도 합니다. 서로의 상황과 입장이 다르다 보니 늘 시비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꾸준히 수양하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습니다.”

지해스님은 일상의 모든 번민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으라고 말했다.

“2558년 전 석가모니는 세속의 온갖 부귀영화를 내던지고 출가했습니다. 그것은 삶의 포기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입니다. 세상 모든 근심걱정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존재는 바로 자신입니다. 스스로 부처가 되세요.”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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