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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 돋우는 돌미나리 맛보세요”

돌미나리 농사꾼 김헌식…농장위기 도시소비자에게 직접호소

등록일 2014년04월22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오랫동안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그의 땅 속에는 지렁이를 비롯한 각종 생명체들이 건강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아산시 탕정면 호산리에서 미나리 농장을 운영하는 김헌식(52) 대표는 지난 5년간 단 한 번도 밭에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았다. 혹시 있을지 모를 땅 속의 불순물을 깨끗하게 씻어내기 위해 늘 맑은 물과 친환경 비료만을 사용해 땅을 기름지게 가꿨다.

패스트푸드와 잘못 길들여진 생활습관이 사람의 몸을 허약하고 비만체질로 만들듯이 땅도 화학비료와 오염된 물을 머금고 있으면 그 땅에서 수확한 열매가 결코 건강할 수 없다. 이러한 자연의 이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김 대표는 철저하게 자신만의 농업에 대한 철학을 고집스럽게 지켜왔다.

그러나 농장은 오히려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 안전한 먹거리 생산으로 소비자와 신뢰를 지키며 소득창출을 기대했지만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새로운 소득 작목으로 선택한 ‘돌미나리’

김헌식 대표는 ‘무농약’‘친환경’‘유기농’으로 생산한 돌미나리의 판로가 막혀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

김헌식 대표가 땅에 지극정성을 다하는 이유는 새로운 소득작목을 재배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미나리 농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포도농장이었다. 그는 20여 년간 5000㎡의 농장에서 매년 5㎏들이 2000~2500상자의 포도를 최상품으로 생산하는 포도전문가였다. 그러나 탕정산업단지에 이어 아산신도시 조성계획이 발표되면서 더 이상 포도농사로 지탱하기가 힘들어졌다.

도시개발계획이 발표된 이후에는 오래된 포도나무가 세력이 다해 수확량이 줄어도 새로 심을 수 없도록 규제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해마다 수확량도 줄고 소득도 함께 줄었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탕정산업단지와 신도시개발에 따른 보상으로 엄청난 부와 재산을 거머쥘 것이라며 부러워했지만 그에게는 정 반대로 위기상황이었다.

당시 탕정면은 산업단지개발에 이은 아산신도시 개발사업이 본격화 되면서 탕정포도 생산단지가 대부분 도시개발지구에 포함됐다. 맛과 품질이 뛰어나 전국적으로 사랑받던 아산시 대표농산물인 탕정포도가 고사위기에 놓였다. 특히 개발계획 발표와 함께 포도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당장 토지보상이 이뤄지는 것도 아닌데 행위제한에 묶여 포도나무를 새로 심을 수도, 늙은 나무를 어린 나무로 바꿔 심을 수도 없었다. 또 사과나 배 등으로 작목전환을 할 수도 없도록 규제를 받았다. 이때 포도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더 이상 포도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하나 둘 새로운 터전을 찾아 탕정면을 떠났다.

당시 김헌식씨도 포도나무 대신 다른 작목으로 전환을 생각했지만 개발지구지정에 따른 보상 관계로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다 지난 2011년 6월 LH가 아산신도시 탕정지구 대부분 지역 70%에 대한 포기선언을 하면서 개발계획이 백지화됐다.

토지보상을 받고 마을을 떠나려고 준비하던 주민들은 지난 10여 년간 행위제한으로 받은 고통은 둘째 치더라도 당장 먹고살 일이 막막해 지면서 큰 혼란에 빠졌다. 그중 한 사람인 김헌식 대표는 아산신도시 2단계가 무산된 이후 포도나무를 모두 캐버리고 그 자리에 자신의 모든 희망을 담아 돌미나리를 심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다시 써야하나?”

무농약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3년간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어렵게 무농약 인증을 받은 땅에 다시 농약과 화학비료를 이용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다. 지금 상황으로는 도저히 생산비를 맞출 수 없다. 결국 나 같은 무농약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많은 농민들의 공통된 고민일 것이다.”

김헌식 대표는 작년에 돌미나리를 첫 수확하면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었다.

작년에는 3년 이상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생산된 농산물에만 부여하는 ‘무농약’ 인증을 받아 돌미나리를 첫 수확해 시장에 선보였다. 매월 목요일 열리는 직거래 장터와 생협, 여성단체, 식당과 아파트부녀회 등에서 높은 관심을 보이는 등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생협을 비롯한 다양한 곳에서 돌미나리를 찾았고 고정거래도 이뤄졌다.

그러나 올 봄에는 생각하지도 못한 심각한 경영위기에 봉착했다. 무슨 이유인지 고정적으로 물건을 납품하던 생협에서는 더 이상 주문 물량이 없고, 대형마트는 진입장벽이 높았다. 또 로컬푸드 매장은 매일 상품을 포장해 물건을 진열하고 철거하는데 드는 노력에 비해 판매실적이 낮다. 뿐만 아니라 친환경, 무농약, 유기농 농산물이 일반농산물과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최근 김헌식 대표는 지난 5년간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덕분에 어렵게 획득한 무농약 인증을 포기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 김 대표는 최근 매일 새벽 4~5시 천안농산물도매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자신의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무농약’이나 ‘친환경’ 농산물을 별도로 경매하거나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일도 없다.

일반농산물과 섞여 동일한 조건으로 경매를 하기 때문에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 일반농산물보다 생산비가 몇 배로 들어가는 ‘무농약’ ‘친환경’ 농사를 지어도 일반농산물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없다면 굳이 어렵게 농사지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계속 지어야 할지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직은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

탕정미나리농장에서는 매일 4~6명 마을 어르신들의 착한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

“지금까지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동원해 봤다. 당장 현실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어렵다.”

입소문을 통해 직접 농장을 찾아와 돌미나리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간혹 있다. 이곳 미나리를 한 번 맛 본 소비자라면 다른 미나리를 먹을 수 없을 만큼 맛과 식감이 좋다. 대부분 미나리는 논이나 습지에서 자라지만 이곳에서는 밭에서 수확하기 때문에 미나리의 조직이 치밀하고 특유의 맛과 향이 진하다.

오랫동안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그의 땅 속에는 지렁이를 비롯한 각종 생명체들이 매우 활발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또 매일 4~6명의 마을 어르신들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

마을 어르신들은 미나리 농장에 모여 대화를 나누면서, 미나리 한 줄기 한 줄기를 일일이 다듬고, 손질해 상품으로 포장한다.

김헌식 대표는 “아직은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다. 분명히 우리 같은 가족중심의 소규모 농장과 도시소비자들이 공생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아파트 부녀회의 공동구매와 일정량 이상 택배판매도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판로를 개척해 보겠다. 학교 급식관계자들도 무농약, 친환경, 유기농으로 농사지은 봄을 상징하는 대표농산물 돌미나리에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나리에 어떤 효능이 있을까?

탕정 돌미나리는 논이나 습지가 아닌 밭에서 돌미나리를 재배해 조직이 치밀해져 맛과 향이 진하다.

미나리는 비타민 A, B1, B2, C, 카로틴 등의 식물성 섬유와 단백질, 철분, 칼슘, 인 등 무기질이 풍부한 알카리성 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다. 동의보감에는 해독 작용과 피를 맑게 해 간 보호, 숙취 해소 등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기록됐다. 또 조선시대 장희빈이 즐겨먹었다는 야사도 전해진다.

미나리의 독특한 향과 맛은 입맛을 살려줄 뿐 아니라, 정신을 맑게 하고 혈액을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 해독작용도 뛰어나 체내의 각종 독소들을 해독하는 데 특효가 있다. 그래서 술 먹은 다음날 숙취 해소에는 미나리 생즙이나 미나리를 넣은 해장국이 좋다.

이밖에도 간장질환, 황달, 복수, 급·만성 간염, 간경변증, 고혈압, 신경쇠약, 스트레스, 지혈, 하혈, 빈혈, 변비, 뇌졸중 등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의: 041)543-3784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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