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김혜수(32)가 연기생활 17년 만에 첫 섹스 연기에 도전한다. 그녀가 파격 변신을 하는 곳은 임상수 감독의 불륜 파노라마 영화 ‘바람난 가족’(가제?명필름 제작). 임상수 감독은 사회적인 이슈를 때론 뜨겁게, 때론 건조하게 요리해내 화제를 만들어 온 감독. ‘처녀들의 저녁식사’에서 성에 대한 담론을 전면적으로 제기, 일약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며, ‘눈물’에서 10대 일탈 청소년들의 일상을 리얼하게 담아내 관심을 끈 바 있다.
이슈 메이커답게 김혜수가 주인공을 맡은 이번 작품 또한 소재부터 눈길을 끈다. ‘바람난 가족’은 시어머니, 남편에 아내인 호정까지 온 가족이 바람난 ‘이색적인’(?) 가족의 이야기로 부와 교양을 두루 갖춘 변호사 집안의 온 가족이 불륜에 빠지며 해체위기로 치닫는다는 줄거리.
시아버지는 지병으로 고생하는데 시어머니는 초등학교 동창과 연애에 빠지고, 변호사인 남편(황정민 분)은 젊은 모델과 바람을 피우고, 며느리 호정 또한 고등학생과 사랑을 나눈다.
여기서 김혜수가 맡은 유부녀 ‘은호정’은 시어머니의 연애를 응원하고, 변호사 남편이 바람피우는 것을 알면서도 담담하게 인정하는 개방적(?) 사고의 며느리로 바람에 휩싸인 이 가정을 바라보는 화자이다. 또 자신 역시 고등학생과 사랑을 나누는 불륜을 저지른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전도연의 섹스신으로 화제가 된 ‘해피엔드’처럼 음울한 치정극은 아니다. 오히려 밝고 통통 튀는 분위기에 뜻밖의 유머로 허를 찌른다.
‘호정’은 기존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여성 캐릭터로 배우 김혜수의 또다른 매력을 마음껏 선보일 수 있는 역할이다. 장기인 유쾌 발랄한 코믹연기와 또다른, 섬세한 심리묘사와 여성적 매력을 보여줄 기회.
온 가족이 외도한다는 설정 자체도 특이하지만 김혜수가 바람난 아내의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주기 위해 과감한 노출도 마다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관심을 끈다. 국내 섹시스타의 대명사로 통하고, 과감하고 파격적인 패션리더로 명성을 떨치는 김혜수지만 사실 스크린을 통해서는 그런 관능적인 모습을 별로 보여주지 않았다. 그녀가 어느 정도의 노출과 베드신을 피하기 어려운 영화를 선택했다는 사실도 변신 의지를 암시한다.
다음달 말 크랭크인을 앞둔 김혜수의 각오는 남다르다. ‘바람난 가족’은 “요즘처럼 연기가 재미있는 적이 없다”며 신바람난 그녀가 쌓인 시나리오 중 공들여 고른 야심작이라 애정이 남다르다고. 스스로 연기인생의 전환점에 놓여 있다고 판단하는 그녀는 여성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매력을 마음껏 발휘해 보겠다는 의욕에 넘쳐있다.
김혜수도 연기경력만으로 따진다면 86년 데뷔했으니 이제 20년에 가까운 중견 연기자급이다. 얼마전부터 김혜수는 그동안 해온 자신의 연기를 되돌아보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연예인으로서의 인기에 비해 스크린에서는 그리 작품 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그녀는 지난해 흥행작 ‘신라의 달밤‘을 시작으로 3국 합작 공포영화 ‘쓰리’, ‘YMCA 야구단’ 등의 작품에 출연하게 된 것도 스스로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결정했다고 한다.
‘신라의 달밤’은 두명의 남자 주인공인 차승원과 이성재보다 비중은 낮았지만 독특한 코미디여서 출연했고, ‘쓰리’는 처음 도전하는 공포영화라는 게 마음이 끌렸다고 털어놓았다.
오는 10월3일 개봉되는 ‘YMCA 야구단’(감독 김현석·제작 명필름)은 그런 의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김혜수에게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라고. 이로써 이번에 캐스팅된 ‘바람난 가족’까지 포함하면 쉬지 않고 네편의 영화에 잇달아 출연해 스크린에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지고 있다.
김혜수는 영화 ‘YMCA 야구단’의 작업이 끝나고 현재는 재충전을 위해 여행 등 휴식을 취하고 있는 상태. 김혜수는 “17년 연기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때를 맞이했다”며 “차기작 결정에 그 어느 때보다 고심했다”고 밝히면서 “임상수 감독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 출연을 결정했다”며 “섬세한 심리묘사와 여성적인 매력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내년 봄 개봉할 ‘바람난 가족’은 다음달 말 크랭크인 예정이나 김혜수와 황정민 외에는 아직 캐스팅이 끝나지 않았다. ‘바람난 가족’은 리얼한 섹스 묘사가 중요한 영화여서 노출연기가 많아 배우들이 고민하고 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