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아산센터 노동자들은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게 일하고 싶어 노조를 결성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노조가 왜 삼성만 안 되는지 고장난 삼성을 AS하겠다”고 밝혔다.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게 일하고 싶었다. 삼성 AS기사는 하루 10시간을 일해도 늘 가난했다. 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월급은 100만원도 안 될 때가 많다. 삼성전자 임원들이 성과급 잔치를 할 때 삼성전자서비스 기사는 배고파서 울어야 했다. 한 여름 폭염에도 아파트 15층 난간에 매달려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하고 1만3000원을 받는다. 고객이 낸 비싼 수수료는 삼성과 이건희가 다 가져갔다.”
지난 3월31일 폐업한 삼성전자서비스 아산센터 앞에 주저앉아 오가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눈물로 호소하는 삼성 AS기사들의 이야기가 시민들을 울리고 있다. 거리를 지나는 아산시민들은 삼성 AS기사들을 외면하지 않고 하나 둘 그들에게 다가가 삼성을 규탄하는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
시민들은 대부분 AS기사들의 길거리 시위를 관심 있게 지켜보며 응원하는 분위기다. 시민들이 이처럼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것은 직접적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불안과 함께 전 날 있었던 경찰병력의 강제해산과 연행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거리를 지나는 아산시민들은 삼성 AS기사들을 외면하지 않고 하나 둘 그들에게 다가가 삼성을 규탄하는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아산분회는 폐업 철회, 근로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폐업 첫날인 3월31일부터 아산 서비스센터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31일 아산 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이 천막을 설치하려 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 일부 노동자는 부상을 입고 16명이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캡사이신을 난사하며 노조원을 구타하고, 수갑을 채우는 등 경찰의 과잉진압 장면에 시민들은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자신을 지역의 한 고등학생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31일 저녁 본 신문사로 자신이 스마트폰으로 직접 촬영한 사진을 보내왔다. 그 학생은 “AS기사들을 강제로 연행하는 경찰의 모습이 충격이었다. 언젠가 우리 집을 방문했던 친절했던 아저씨도 저 안에 있다고 생각하니 많이 안타까웠다. 무장한 경찰들의 모습이 무섭고 공포스러웠다”고 말했다.
길거리 서명운동에 동참한 한 여학생은 “학교에서 많은 친구들이 삼성 스마트폰을 쓰는데, 아산에서 AS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 지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크다”며 “앞으로 삼성 스마트폰을 구입하지 않겠다는 친구도 많다”고 말했다.
“삼성은 헌법 위에 군림하나, 노동조합 왜 안 돼?”
지난 3월31일 폐업한 삼성전자서비스 아산센터 앞에 주저앉아 오가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눈물로 호소하는 삼성 AS기사들의 이야기가 시민들을 울리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아산센터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지역 노동계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리고 있다.
폐업한 삼성전자서비스 아산센터 앞에는 삼성을 비난하는 문구들로 도배되고 있다.
“그동안 아산시민의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수리하는 삼성전자서비스기사들은 하루 10시간을 넘게 일했다. 그럼에도 법에 보장된 점심시간, 쉬는 시간도 없었다. 화장실 갈 틈도 없었다. 밤늦게 일을 해도 잔업수당은 커녕 주말에 일해도 특근수당조차 없다.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기준 노동시간도 없다. 세계 초일류기업 삼성에서 일하는 서비스기사들은 대한민국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노동 3권은 물론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산업안전보건법도 적용받지 못하고 살았다.”
폐업 3일째인 지난 2일(목) 삼성전자서비스 아산센터 앞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던 한 AS기사는 그동안 고생과 설움을 이야기 하면서 울먹였다. 그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하소연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폐업으로 굳게 닫힌 사업장 안에서 자재를 정리하던 한 AS기사와 창살 너머로 대화를 나눴다. 어두운 얼굴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밖으로 전해달라며 취재기자를 반갑게 맞아줬다. 10년 경력의 이경열(44)씨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기자와 대화를 나눴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아내가 있다는 그는 삼성이 폐업한 이후 가족들과 식사 한 번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고 한다.
이경열씨는 “헌법이 보장하고, 근로자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왜 초일류기업 삼성만은 인정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살아가야 할 길이 막막하게만 느껴진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아산센터에 붙은 폐업 공고문에서 폐업사유를 대표이사의 건강악화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경력 6년차 김배식(40)씨는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만 8조원을 자랑한다. 이건희 회장을 세계적인 부자로 만들기 위해 삼성전자서비스 기사들은 넥타이를 맨 거지로 살아야 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고객만족도 12년 연속 1위를 자랑할 때 삼성전자서비스기사는 매일 목숨 걸고 아파트 베란다를 오르내리며 배고픔에 울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산시민들께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부자는 아니어도 배고픈 걱정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게 일하고 싶었다. 더 이상 앵벌이로 살고 싶지 않았다. 세계 초일류기업 삼성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조합을 만들자마자 탄압했다. 충남 아산센터와 부산 해운대센터, 경기 이천센터를 하루아침에 폐쇄시켰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서비스 기사 전원을 해고하고, 아산시민의 가정에는 삼성의 서비스기사를 가장한 대체인력을 투입시키고 있다.”
지역노동계-시민단체, ‘위장폐업, 부당해고, 시민불편’ 강력대응 방침
3월31일 경찰병력이 삼성전자서비스 아산센터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노조원들을 강제 해산시켰다.
삼성전자서비스 아산센터 폐업과 관련 아산 노동계는 물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범 아산시민연대를 구성해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아산시민연대 김지훈 사무국장은 “아산시 대부분 가정에 핸드폰을 비롯해 TV, 세탁기, 냉장고 등 최소한 한 두 개는 삼성제품이 있을 것이다. 갈수록 서비스 수요가 늘고 있는데 갑자기 기업의 이해에 따라 서비스센터를 폐업하는 것은 아산시민을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루가 다르게 급팽창하는 아산시에서 AS를 독점해온 서비스센터의 경영이 악화되는 상황은 있을 수 없다. 또 대표가 AS를 해주는 것도 아닌데 대표의 건강을 이유로 서비스센터 자체를 폐쇄하는 것은 더욱 말이 안 된다. 삼성이 기업이해에 따라 단 하루라도 고객의 불편을 강요하는 것은 대기업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아산소비자센터 박수경 사무국장은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다. 특히 핸드폰 수리는 인근 도시로 직접 찾아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 경제적 손실이 적지 않다. 문제는 여름철 성수기다. 앞으로 6월 이후 민원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산시민들은 삼성전자서비스 폐업을 매우 부당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충남 노동계와 시민연대, 정치권 등에서는 오는 8일(화) 현재 폐업한 삼성전자서비스 아산센터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의 사회적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이들은 또 삼성전자서비스 아산센터 노조를 중심으로 지역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범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아산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항의서한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거리선전과 서명운동을 통해 아산시민들의 동참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