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가 아산시에서 지난 10여 년간 운영해온 서비스센터를 3월31일 날짜로 폐업하겠다고 밝히자 삼성서비스 직원들은 물론 지역 노동계와 정치권에서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폐업공고문〕
직원여러분 삼성뉴텍(주)는 대표이사의 건강악화 등 부득이 한 사정으로 2014년 3월31일자로 폐업 함을 공고합니다.
삼성전자서비스 아산센터에 붙은 공고문이다.
아산시는 하루가 다르게 도시규모가 급성장해 올해 인구 30만명을 돌파했다. 그런데 반대로 삼성전자서비스는 아산시에서 지난 10여 년간 운영해온 서비스센터를 갑자기 폐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서비스 직원들은 물론 지역 노동계와 정치권에서는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아산센터 직원들은 28일(금) 파업과 함께 서울 서초구 삼성본사로 항의집회에 나섰다.
이와 함께 일반시민들도 삼성전자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서비스 아산센터가 문을 닫으면 아산 시민들은 인근도시인 천안시나 다른 지역에서 원정 서비스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28일 삼성전자 아산서비스를 찾은 한 시민은 “그동안 삼성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는데, AS센터가 문을 닫는다면 앞으로 삼성제품 구입이 망설여 질 것 같다”고 말했다.
아산센터 40여 명 해고통보 "왜?"
지역노동계는 삼성전자서비스 아산센터 폐업은 위장폐업이며, 부당해고와 노조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월급으로 180만원을 받았다. 이 돈으로 AS장비를 구입하고, 밥도 사먹고, 보험료와 기름 값을 써야 한다. 그러면 수중에 100만원 남짓 남는다. 이 돈으로 네 식구가 근근이 살림을 꾸려왔다. 나는 그나마 조금 나은 편이다. 100만원 벌이도 못하는 동료들도 있다. 이렇게 지난 10년간 노예처럼 일한 대가가 부당해고라니 해도 너무한다.”
삼성전자서비스 아산센터에서 근무하는 한 노동자의 하소연이다. 삼성전자서비스 아산센터는 폐업공고와 함께 AS기사 40여 명 전원에게 ‘고용해지’ 통지서를 3월25일자로 발송했다.
회사측에 따르면 “폐업하는 이유는 ‘대표의 건강악화 등 회사사정’ 때문이며, ‘회사가 폐업하거나 해산하는 경우’ 근로관계의 종료사유가 발생해 고용해지를 통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아산센터 직원들은 ‘노조탄압을 위한 명백한 위장폐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미 부산 해운대센터는 3월8일자로 폐쇄했고, 경기도 이천센터는 폐쇄하겠다고 통보한 상황이다. 아산센터는 지난해 7월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아산센터 노조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AS기사는 96%가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한다.
올해 6년째 삼성전자 아산서비스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김배식(40)씨는 “AS기사들은 지금까지 저임금 고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엔지니어라는 자부심으로 버텼지만 갈수록 회사의 노동탄압은 도를 넘어섰다”며 “노조를 만든 이유는 더 이상 노예취급을 받지 않고, 인간답게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삼성이나 회사에 요구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준수, 노동권 보장, 급여산정기준 공개, 체불임금 지급, 급여의 현실화 등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이다”라며 “이중 단 하나라도 부당한 요구나 주장이 있었는지 묻고싶다”고 말했다.
민주당 예비후보들 경고, “삼성에 책임 묻겠다”
삼성서비스 직원들은 “근로기준법 준수, 급여산정기준 공개, 체불임금 지급, 급여의 현실화 등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의 노동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삼성을 사랑하는 30만 아산시민에게 기본적인 서비스도 제공되지 않는다면 사랑이 원망과 질책으로 바뀔 것이라고 경고한다.”
6·4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민주당 예비후보들도 지난 27일(목) 삼성전자 아산서비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현재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는 주체는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위탁받은 개인사업자이기에 폐업에 대해 법률적인 문제를 따질 수는 없지만 삼성에 대한 엄중한 도덕적 책임을 묻고 있다.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공동기자회견문을 통해 “문제는 아산시민의 불편이다. 핸드폰부터 냉장고까지, 생필품이 고장나면 30만 아산시민은 천안으로, 당진으로, 홍성으로 가야한다”며 “시간도 시간이지만 소비자로서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것이고, 통상 제품가격의 10%로 책정돼 이미 지불한 A/S비를 돌려 받아야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아산은 급격한 인구 증가와 도시 성장으로 없던 세무서를 유치하자는 시민운동이 진행 중이며 세무서 설치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없는 기관도 생기는 판에 있던 서비스센터를 없앤다는 것은 아산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덧붙였다.
“AS센터 유지와 고용승계는 기업의 책임”
삼성서비스 아산센터 직원들과 지역노동계, 지방선거 민주당 예비후보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아산센터의 서비스유지와 고용안정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조철기 아산시의원은 “지금까지 아산센터에서 일해 온 40여 명의 서비스센터 직원들의 생계도 문제”라며 “이들이 무슨 죄가 있어 직장을 잃어야 하며, 일자리를 찾아 아산을 떠나야 하는가” 물었다.
안장헌 의원은 “지금까지 아산 서비스센터를 운영해온 삼성뉴텍은 폐업이 불가피하다면 다른 서비스센터 운영자가 선정될 때까지라도 폐업을 유보해야 한다”며 “그동안 아산시민들로 인해 얻은 이익과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서비스가 계속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고용문제에 대해서도 “삼성전자서비스는 아산센터의 폐업을 승인하지 말고 사업자가 나타날 때까지 직영을 해서라도 서비스를 유지해야 한다”며 “서비스 유지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고용 문제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산센터의 한 직원이 피켓을 들고 아산시민들에게 폐업과 부당해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당 소속 조철기, 김영애, 윤금이, 안장헌 등 현 아산시의원과 조양순, 윤신군, 김영권, 윤지상, 최재영, 김윤섭, 황재만, 박성순 예비후보, 김희영 민주당 여성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한편 아산시는 탕정면 디스플레이시티에 삼성디스플레이와 코닝, 배방읍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 등이 입주해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임직원과 상주 협력사 인력이 3만2000여 명에 이르고 그 가족들까지 더하면 5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아산시 모종동에 위치한 삼성전자서비스센터는 3월31일 날짜로 폐업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