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감염으로 산란계 7만5000수가 매몰됐지만 일부 닭과 오염물질 등이 며칠째 그대로 방치, 천안시의 관리소홀이 도마 위에 올랐다. 또한 매몰지가 도로와 인접, 매몰지 선정적합성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풍세 보성리 무창계사 매몰지 전경.
“평소에도 악취 때문에 이곳을 지날 때면 차 창문을 열지 않아요. 그런데 요 며칠 악취가 더욱 심해진 것 같습니다. AI 발병으로 닭들을 매몰했다고 하는데, 한꺼번에 매몰하지 않은지 닭의 사체가 담긴 자루가 며칠째 쌓여 있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AI로 인해 폐사시킨 닭과 계란, 계란판 등 오염물질이 며칠째 그대로 방치, 천안시의 관리 소홀이 지적되고 있다. 특히 매몰지역이 대로변과 인접, AI 감염 위험을 노출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문제의 매몰지역은 풍세면 보성리의 한 무창계사다. 이 농장은 지난 2월23일 AI 의심신고가 접수, 25일 고병원성으로 확인됐다. 천안시는 이 농장 7만5000 마리의 산란계에 대한 살처분에 들어갔고, 지난 2월27일 살처분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4일 풍세면 가송리의 무창계사를 찾았다. 이 곳은 풍세지역 충남 629호 지방도로를 따라가면 생태터널과 보성SK 주유소를 지나면 곧바로 왼쪽에 위치해 있다. 방역당국은 이 농장 7만5000마리의 산란계를 살처분 했고 농장 바로 옆에 매몰지를 마련했다.
4차선 도로와 인접한 매몰지역은 도로와 불과 10여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그런데 현장은 매몰했다던 닭과 계란, 계란판 등이 4차선 도로에서 눈으로 확인될 정도로 밖으로 노출되어 있었으며 심한 악취가 발생하고 있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조류인플루엔자 긴급행동지침’에 따르면 동물 사체를 묻는 매몰구덩이 기준은 ‘매몰수량을 고려해 사체를 넣은 후 당해 사체의 상부부터 지표까지의 간격이 2m 이상 되도록 파야하며, 바닥면은 침출수 흡입 및 저류가 가능하도록 2%이상의 경사를 이루도록 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적합한 매몰장소는 ‘하천·수원지, 도로 등과 30m 이상 떨어진 곳’, ‘도로 및 주민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지역에 인접하지 아니한 곳으로 사람이나 가축의 접근을 제한할 수 있는 곳’으로 정하고 있다.
동물사체와 오염물질이 며칠째 노출되어 있고, 도로와 매우 인접한 곳에 매몰지를 마련한 방역당국이 늦장 대응을 했거나 조류인플루엔자 긴급행동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천안아산환경연합 서상옥 사무국장은 “이 곳 매몰지는 도로변과 매우 인접해 있으며 또한 인근 풍서천이 있기 때문에 어느 지역 보다 방역당국의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그럼에도 오렴물질의 방치, 매몰지 선정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AI 방역에 큰 허점이 드러난 것으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 사무국장은 “천안아산환경연합은 조만간 천안지역 AI 매몰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축산 분야 심장부 축산과학원 AI 발생
천안 성환읍에 위치한 축산과학원에서 AI가 발생, 정부의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렸다. 국내 가금 유전자원을 보유, 자타공인 축산 분야의 심장부라고 불리는 축산과학원에서 AI가 발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월4일 충남 천안의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 내 오리축사에서 발병한 조류인플루자(AI) 바이러스를 정밀검사한결과 고병원성 H5N8형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연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보는 “축산과학원에서 사육 중이던 오리 폐사체를 정밀검사한 결과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원인을 규명해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 차관보는 “축산과학원 내 AI 발병원인을 조사한 결과 축산과학원 내 4개 저수지에 하루 20∼30차례 철새가 찾아왔다. 분변 처리를 위해 자체 보유 차량을 이용해 축사를 출입했다”며 “또 축사에 깔짚을 새로 넣은 적이 있는 사실을 확인하는 등 각각에 가능성을 두고 감염경로를 추적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축산과학원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적은 있었으나, AI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축산과학원은 지난 1월 말부터 외부 출입을 통제해 두 달 가까이 퇴근하지 않고 차단 방역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었다. 인근 3km 이내 지역의 경기 평택읍 소재 종오리 농장이 지난 2월 24일 고병원성 AI로 확진된데 이어 야생철새의 북상이 예상되면서 AI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었으나, 축산과학원마저 AI에 뚫림에 따라 정부의 방역 대책이 역부족인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식품부가 AI 발병 농가에 대해 살처분 보상금을 감액키로 한 기존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차관보는 “살처분 보상금 감액 정책은 2010∼2011년 구제역이 발생했을 당시 도입한 제도”라며 “축산과학원 내에서 AI가 발병한 것과 살처분 보상금 감액 정책은 별개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농업계 일각에서 첨단 시설을 갖춘 국가 연구기관에서도 AI 발병을 막지못했는데 개별 농가에 AI 발병 책임을 물어 보상금을 삭감하는 데 대해 농민들이 선뜻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박완주 의원(천안을)은 지난 3월7일 우리나라 축산 종자의 보루인 천안시 성환읍 축산과학원에서 사육하던 가금류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판정을 받은데 대해 “실로 어이없는 일”이라며 “최고의 시설과 장비, 전문 인력에도 불구하고 축산과학원이 AI에 뚫렸다는 것은 정부의 가축전염병 방역에도 이를 막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 같은 상황에도 최근 AI대책을 발표하는 정부의 태도는 국민과 축산 농가를 더욱 어이없게 만들고 있다”며 “지난달 25일 AI 재발농가에 대한 책임강화를 위해 ‘살처분보상금 삼진아웃제’를 발표한 것은 농가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