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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연애소설’ 헤로인-이은주·손예진 “산소같은 러브스토리 보러와요”

등록일 2002년09월1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한 남자와 두 여자 풀냄새나는 삼각사랑 스케치 영화 ‘연애소설’(이한 감독·팝콘필름 제작)은 요즘 보기 드문 순수함이 담긴 멜로 영화다. 제목 그대로 한 편의 연애소설을 보는 듯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의 세 사람의 추억은 풋풋한 향수를 자극한다. ‘연애소설’은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한 감독이 결정한 타이틀. 어느 잡지에서 연애소설이라는 글자가 크게 나온 것을 봤을 때 ‘아 바로 이거다!’라는 느낌을 확 받았다고. 주변에서 영화 제목으로는 너무 약하다는 반대가 많았는데 감독은 느낌이 너무 좋아 끝까지 이 제목을 고집했다. 밝고 자유로운 성격의 경희(이은주 분), 여성스럽고 내성적인 수인(손예진 분). 이들 두 친구에게 다가온 우유부단한 남자 지환(차태현 분).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우정과 사랑은 아련하면서도 싱그러웠던, 이루어지지 않아 슬픈 추억이 담긴 첫사랑 같은 스토리다. 지환은 단짝친구 경희와 함께 찻집에 온 수인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반했다’고 고백하지만, ‘관심없다’는 대답이 돌아오고 그대로 돌아설 수 없는 지환은 시계를 사들고 와 시침을 한 시간 전으로 되돌린 뒤 큰소리로 외친다. ‘내 말은 못 들은 것으로 해…대신 다음에 만나면 우린 친구가 되는 거야.’ 이 순간부터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삼각 사랑과 우정이 시작된다. 당장 쓰러질 듯 연약했던 수인과 그런 그녀를 옆에서 언니처럼 챙겨주며 웃음꽃을 피워냈던 씩씩한 경희. 지환은 처음에는 수인을 좋아했지만 갈수록 친구 같은 경희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영화 속의 상반된 인물을 연기한 두 여자 주인공 이은주와 손예진을 8월29일 ‘연애소설’ 시사회장에서 만나봤다. ‘연애소설’은 이은주(22)에게 색다른 변신이었다. 인기를 모았던 S-TV 드라마 ‘카이스트’를 비롯, 영화 ‘오! 수정’과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그녀의 캐릭터는 다소 냉정하고 이성적인 이미지였다. ‘연애소설’에서 이은주가 맡은 ‘경희’ 역은 그녀가 그동안 맡아왔던 것과 달라 신선한 느낌이다. 한결 밝고 명랑하고 가벼워졌다. 흐트러진 걸음걸이, 개구쟁이 같은 행동. 분위기를 띄우다가도 못마땅한 게 있으면 참지 못하고 군시렁거리고 창피한 것도 없이 하고 싶은 건 하고 본다. 극중 지환은 처음에 수인을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지지만 시간이 갈수록 밝고 자유로운 ‘경희’에게 끌리게 된다. 이은주는 ‘연애소설’에서야 비로소 제 나이의 본모습으로 돌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고교를 갓 졸업한 경희란 인물이 낯설지 않았고, 조용하고 소극적인 수인(손예진 분)보다 경희가 더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읽고는 당연히 수인이 내 역이구나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이미지가 그랬으니까. 그래서 매니저에게 ‘저 경희 할래요’ 하고 졸랐어요. 사실은 감독이 경희 역을 맡기려고 한 것도 모른 채.” ‘경희’ 역을 맡은 이은주는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승부수를 띄웠다. 그동안 고수해 오던 긴 생머리를 짧게 자른 이은주는 레이어드 컷으로 세련된 스타일을 강조했다. 또한 여성스러운 옷차림에서 탈피, 변신을 시도했다. 8부 바지 등 귀여우면서도 캐주얼한 의상은 기본. 여기에 목걸이, 팔찌 등 다양한 액세서리를 활용해 활동적인 경희의 캐릭터를 표현했다. 통가죽 가방도 즐겨 사용한 소품. “작품이 들어와도 항상 냉정하고 정적인 역할만 제의가 왔었는데 이번 작품으로 제 안에 있는 밝은 부분을 보일 수 있어서 너무 기뻤어요. 나이 또래도 지금의 내 나이였고 도전해 보고 싶은 역할이었죠. 그런 점에서 감독님에게 감사하고 싶어요.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이번에는 최선을 다해 촬영했어요.” 함께 연기한 차태현과 손예진 역시 비슷한 나이 또래여서 촬영이 즐거웠다. “차태현씨는 제가 그동안 ‘산만하다’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였고, 손예진씨는 나이가 어린데도 불구하고 요즘 친구들처럼 가볍거나 하지 않고 속이 깊은 동생이에요”라고 평가했다. 시사회에서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다는 이은주는 “작품을 미리 확인했으면 안심이 됐을 텐데 오늘 처음 봐서 ‘연기를 어떻게 했을까’에 치중해서 보게 됐어요. 영화를 찍을 때는 이렇게까지 슬프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까 슬펐고요. 그렇지만 기분은 따뜻하네요”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녀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있어요. 그래서 이 영화는 나이가 어린 사람이나 많은 사람, 남자·여자 할 것 없이 모두 볼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편한 마음으로 오셔서 봤으면 좋겠고 너무 큰 기대를 안하고 오시면 감동이 더할 것 같아요”라며 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시사회가 끝난 후 손예진(20)은 “아직까지 영화 속에 빠져 있는 것 같아 정신이 혼미하다. 지금은 뭐라 말할 수 없다”며 말을 아낄 정도로 이번 역할에 푹 빠졌다. 인터뷰가 한참 진행된 후에야 그녀는 “제가 연기한 수인은 착하고 마음이 깊은 아이에요. 내색할 수 없었던 사랑을 마음에 간직하며 ‘슬프지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캐릭터인 것 같아요. 영화가 중반부를 지나면서 마음이 찡했어요”라는 소감을 밝혔다. ‘연애소설’에서 손예진은 지환(차태현 분)이 첫눈에 반하는 여자 ‘수인’ 역을 맡았다. 수인은 여성스럽고 연약하며 내성적인 성격을 지닌 캐릭터. 수줍은 미소와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만 같은 커다란 눈망울, 긴 생머리에 가녀린 몸매. 남자들이 자신의 첫사랑을 떠올릴 때 그리는 모습 그대로다. 손예진은 수인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많이 내색하지 않는 것, 속으로 삭이는 성격이 실제의 나와 닮았다”고 평한다. 그래도 수인 자체를 이해하고 연기로 표현하기란 만만치 않았다. 늘 수인의 방식대로 사랑하고 화를 내는 것을 터득하려고 노력했다. 가끔 혼자 그림을 그리고, 한숨을 푹푹 내쉬는 것도 ‘수인이라면 아마 이럴 것’이라는 나름의 생각으로 만들어낸 설정이다. 여기에 손예진은 긴 생머리와 순백의 의상으로 여성스러움을 살렸다. 단정한 치마나 레이스 달린 블라우스 또한 그녀의 매력을 더욱 빛내주는 아이템. 흰 원피스에 발목을 살짝 덮는 흰 양말은 순정만화의 주인공을 연상시킨다. 파스텔톤 카디건으로 따뜻한 수인의 성격을 살리기도. 손예진은 이번 영화가 두번째. 8월30일 재개봉된 영화 ‘취화선’(임권택 감독·태흥영화사 제작)이 스크린 데뷔작으로 연달아 ‘연애소설’에 캐스팅돼 충무로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더욱이 ‘취화선’은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에 빛나는 영화이며 ‘연애소설’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개봉되는 영화여서 그녀는 이번 기회를 스크린 차세대 주역으로 자신의 이름값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 ‘연애소설’의 촬영이 끝나자마자 SBS 사극 ‘대망’에서 남장여자 역할을 소화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는 손예진은 또 이달 말 크랭크인되는 영화 ‘클래식’(감독 곽재용·제작 에그필름)의 헤로인으로도 나선다. 이번에는 영화 ‘클래식’에서 1인2역으로 낙점된 터라 이제껏 보여주지 않은 다양한 색깔의 연기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한껏 들떠 있다. 이 영화는 손예진의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실험할 영화. 그동안에는 공동주연이나 조연급 주연역할을 해왔지만 ‘클래식’에서는 그녀가 극의 흐름을 이끌어 가는 하나뿐인 여주인공이기 때문.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첫사랑에 설레는 연기를 펼칠 그녀는 이 영화를 위해 최근 태권도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스크린을 주무대로 시대와 세대의 벽을 뛰어넘는 그녀에게 충무로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주간현대/이상미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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