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시설관리공단이 고령자고용촉진법을 명목으로 기간제법을 악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충남비정규직지원센터, 노동당 충남도당 천안시당원협의회에 따르면 천안시설관리공단이 용역업체를 통해서 간접 고용해 온 청소원 등을 직접 고용하는 과정에서 고령자를 우선 고용한다는 명목으로 전부터 일하던 노동자를 배제했다고 밝혔다.
천안시가 전액 출자한 비영리공공법인인 천안시시설관리공단은 청소원, 경비원, 주차관리원 등을 직접고용하면서 응시자격을 만 55세 이상의 고령자로 제한하고 있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부문은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한 우선고용직종에 고령자(만 55세 이상)와 준고령자(만 50세 이상 55세 미만)를 우선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우선고용직종에는 청소원, 경비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고령자고용촉진법에서는 우선고용직종에 고령자와 준고령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준고령자를 배제하고 고령자만을 우선적으로 고용하라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는 설명이다.
두 단체는 공단이 청소원 등을 직접고용하면서 응시자격을 만 55세 이상으로 제한한 이유가 기간제법을 악용했다는 주장이다.
비정규직보호법인 기간제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노동자를 기간제로 2년을 초과해 고용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하지만, 만 55세 이상의 고령자에 대해서는 2년을 초과해도 계속해서 기간제로 고용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10일 공단이 용역업체를 통해서 간접고용해 온 청소원 등을 직접고용한 채용공문을 보면 청소, 매표, 경비 채용분야에 모두 23명(채용 기간 고용일부터 1년)을 모집했으며 응시자격은 ▶공고일 현재 천안시 거주자 ▶나이 만 55세(1958. 12. 10일 이전 출생자)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두 단체는 특히 용역업체 소속의 한 여성노동자는 만 55세 이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응시자격이 없어 결국 일자리를 잃었다고 밝혔다. 또한 기존 용역업체 노동자들은 공단이 용역업체 소속으로 11개월 근무한 시점에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바람에 퇴직금도 받지 못했고, 근무인원과 임금도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충남비정규직지원센터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를 빼앗아 다른 사회적 약자에게 주는 것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가 아니다”라며 “준고령자에 해당하는 만 50세마저 직접고용 대상에서 배제하는 이유는 기간제법을 악용하기 위한 꼼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천안시가 진정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면, 응시자격에 연령제한을 두지 않거나 적어도 만 50세 이상의 준고령자로 낮추고, 기간제가 아닌 무기계약직으로 직접고용해야 하며, 열악한 처우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충남비정규직지원센터는 지난 1월24일 시설관리공단에 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으며 시정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조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천안시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만 55세 이상으로 채용을 제한한 것은 고령자 고용을 위한 배려였다”며 “법률상 문제가 있다면 수정·보완해 채용기준을 세우겠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