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에서 추진하는 ‘아산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건립사업을 둘러싸고 아산·천안 지역사회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서로 다른 셈법으로 이해득실을 계산하고 있다. 사업장은 아산시 배방읍 휴대리 171-3번지 일원 5만2739㎡규모의 사업예정부지로 아산시와 천안시의 경계지점이다.
최근 농협중앙회가 추진 중인 충남 ‘아산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건립계획이 알려지면서 아산과 천안지역 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송악농협을 제외한 아산시 8개 농협과 천안시 9개 농협은 이미 지난 11월8일 ‘아산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건립철회’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어 천안시의회(의장 최민기)에서는 유제국 의원의 5분발언과 함께 ‘종합유통센터건립 중단촉구 결의안’이 채택되며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천안시의회는 1월13일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건립저지 활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아산시의회(의장 김응규)에서도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 됐다. 안장헌 의원은 천안시의회의 논리에 일부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 있다며 대립과 갈등이 아닌 상생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산시농업인단체협의회(회장 홍찬표)도 1월초 회의를 열고 농업인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입장을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경제권이 하나로 묶여있는 아산시와 천안시 소비자들은 오히려 반기고 있다. 아산시와 천안시는 아산신도시를 분할하며 행정구역이 나뉘지만 일반시민들은 행정구역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아산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가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는 어떤 시설?
사업내용은 아산신도시 탕정지구인 배방읍 휴대리 171-3번지 일원에 5만2739㎡규모로 종합유통센터를 신축한다는 것이다. 건물은 2만2480㎡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집배송장과 소매·부대시설, 790면의 주차장 등을 갖추고 2016년까지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농협중앙회는 이미 지난 2007년부터 사업예정부지 인근 대형할인매장과 인구분포, 소비자 동향 등 사업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물밑으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 또 이 과정에서 LH와 아산시에도 유통센터 건립과 관련한 의견조율과 협조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 사업을 위해 농협중앙회는 토지매입비 770억원, 건축물 설계 및 신축비 575억원, 업무시설 150억원 등 모두 1495억원의 사업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같은 농협중앙회의 사업계획이 알려지면서 농민들은 물론 농협과 정치권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처럼 농협중앙회가 대형유통판매망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게 된 배경은 2007년 신용과 경제사업이 분리됨에 따라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농협중앙회는 아산신도시 뿐만 아니라 세종, 김포, 화성, 파주, 광주, 포항, 양주, 심송, 시흥, 인천지역까지 농산물전문대형판매장을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아산·천안 17개 농협 사업철회 촉구
송악농협을 제외한 아산지역 배방, 온양, 탕정, 염치, 음봉, 둔포, 영인, 인주 등 8개 농협과 천안지역 동천안, 성거, 성환, 아우내, 입장, 직산, 천안, 천안배, 천안축산 등 9개 농협 조합장들은 연대서명을 한 탄원서를 농협중앙회(회장 최원병)에 전달했다.
탄원서에 따르면 “농협중앙회가 종합유통센터를 밀실로 추진하는 것은 지역농협에서 운영하는 하나로마트의 존립기반을 무너뜨리는 중대한 위해행위”라며 “종합유통센터 건립사업을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농협중앙회의 종합유통센터는 지역농협이 갖고 있는 농축산물의 경쟁력과 중첩된다”며 “지역농협의 경영기반은 상호금융 사업 위축으로 약화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하나로마트를 신축하면서 많은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 돌파구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농협중앙회의 유통센터가 가장 큰 경쟁자로 등장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충남유일의 공영도매시장인 천안시농수산물도매시장이 지역농산물 유통확대를 위해 국비 390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사업이 내년 준공된다”며 “시장과 사업영역의 중복, 지역경제에 대한 기여도, 농업인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역할 등을 고려하지 않은 사업계획으로 향후 지역사회의 거센 저항을 불러 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농협중앙회 종합유통센터 입점예정지역인 아산시 배방농협 이한욱 조합장은 “지역농협의 하나로마트는 대형할인매장과는 충분히 경쟁할 수 있고 당당히 이길 수 있지만 농협중앙회는 사정이 다르다”며 “추구하는 가치가 같고 농협이라는 동일한 브랜드를 쓰면서 중앙회와 지역농협이 경쟁한다면 모든 여건이 열악한 지역농협은 도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만일 농협중앙회가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한다면 계통간 상생을 파기하는 행위로 간주해 천안·아산 35개 하나로마트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항할 것”이라며 “농업과 농촌발전을 위한 사명감으로 상생을 통해 농협의 미래를 얼어가야 한다”고 경고했다.
천안시의회, 종합유통센터 중단촉구 및 특위구성
천안시의회(의장 최민기)는 지난 20일 종합유통센터가 아산에 있다 해도 그 이용여파가 천안에 미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중단해야 한다는 ‘종합유통센터 건립 중단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건의안에 따르면 “천안시는 이미 11개의 대형마트가 입점해 있고, 코스트코 입점도 코앞에 두고 있어 인구 15만명당 1개가 적당하다는 기준을 초과해 5만명당 1개꼴로 들어서 있다”며 “휴대리에 들어오는 대규모 종합유통센터는 모두에게 상생이 아닌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 뻔히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재래시장과 동네상권 붕괴와 그로인한 실업 양산, 지역자본의 역외유출은 지역경제를 파탄시키고 유통산업의 건전한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LH와 농협중앙회가 밀실야합이나 다름없는 행태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며, 65만천안시민과 천안시의회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천안시의회는 ‘특별위원회’까지 구성했다. 특위는 유제국 산업건설위원장을 비롯해 이숙이, 조강석, 주일원, 주명식, 유영오, 인치견, 김병학, 심상진 등 9명이 참여해 내년 1월13일~3월 말까지 활동한다는 방침이다.
유제국 의원은 “탕정지구는 행정구역상 아산시 소재로 취·등록세, 지방소득세 등 세수확보와 고용창출효과는 대부분 아산시에 돌아가는 반면 이용고객의 대부분은 천안시민으로 구매력 분산에 따른 지역경제 위축은 불 보듯 뻔하다”며 “재래시장과 동네상권의 붕괴, 지역자본의 역외유출, 지역생산자의 판로봉쇄, 재래상권 붕괴로 인한 실업자 양산 등 지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산시의회, “아산-천안 갈등 안 될 말, 로컬푸드 기회로 삼자”
아산시의회(의장 김응규)는 천안시의회와 반대로 '종합유통센터 건립을 촉구한다'는 공식입장을 지난 30일 밝혔다.
아산시의회에 따르면 "농산물 유통센터 건립 예정지는 아산·천안 경계에 위치하고 있기는 하나, 대부분이 아산시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 지역농업인과 소비자에게 많은 혜택이 있다면 건립에 적극 찬성해야 하며, 소수 이기적인 주장에 편승해 무조건적인 반대는 옳지 않다"며 "농산물 종합유통센터가 건립되면 농업인의 안정적 판로기반 확충, 유통비용 절감, 소비자가격 인하, 유통기간 단축, 일자리 창출 등 무한한 부가가치 창출과 도시성장의 기반을 구축하는 계기를 가져다 줄 것"이라며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산시의회 안장헌 의원은 “천안시의회에 이견을 말하는 것은 도리상 맞지 않지만 아산시에 설립예정인 종합유통센터에 대한 의견이기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천안시의회에서 밝힌 유통센터의 반대이유 중 지역자본의 역외(아산시) 유출과 지역생산자의 판로봉쇄와 관련해서는 생각이 다르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천안시민이 아산에 소재한 종합유통센터에서 소비해 생기는 문제라면 아산시민은 천안에 소재한 백화점이나 영화관, 종합병원을 이용하지 말아야 하며, 아산시의회는 이에 대한 이용금지 건의문이라도 채택해야 한다는 논리”라며 “이미 아산과 천안은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되고 있으며, 그 이익은 대부분 천안이 가져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안 의원은 충남발전연구원이 발표한 아산시민 연간 소비액 2조4651억원 중 5619억원이 천안에서 소비되고 있다는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안 의원은 “농협중앙회와의 협의해 아산과 천안의 지역농산물 매입을 늘리고, 로컬푸드 매장 운영을 통해 지역농산물 판로를 더욱 크게 확보할 수 있다”며 “지역의 농산물이 서울 공판장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지역 유통망으로 공급되는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개선할 좋은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이어 “이번 일로 아산과 천안이 지난 시절의 대립을 반복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며 “거시적인 안목으로 불필요한 논쟁은 하지 말고 아산신도시도 살리고 아산과 천안의 농산물을 지산지소할 수 있는 기회로 삼자”고 제안했다.
아산시농단협, “지역농산물 판로가 관건”
아산시농업인단체협의회(회장 홍찬표)는 오는 1월6일(월) 농업인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각 농업인 대표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아산시농민회 이연재 간사는 “아산농수산종합유통센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운영방침에 대해 아는바가 없다”며 “농협중앙회에 직접 사업설명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고, 외지농산물이 우후죽순 지역으로 유입된다면 농민들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농협중앙회의 정확한 운영방침과 사업설명을 듣고, 농민단체별로 의견을 모아 아산지역 농업인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건립이 ‘약’ 인지 ‘독’ 인지 지역사회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서로 다른 셈법으로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