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이 내리던 지난 12월19일, 천안시청 주차장에서 ‘쌀 목표가격 23만원 보장 충남 농민 결의대회 출정식’을 가진 농민들의 마음은 추운날씨 보다 더 차디차게 얼어붙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소속 농민 100여명이 지난 12월19일 천안시청 주차장에서 ‘쌀 목표가격(현 정부 수매가는 17만083원) 23만원 보장 충남 농민 결의대회 출정식’을 갖고 쌀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강사용 전농 충남도연맹 의장은 “농민들은 단순히 쌀 값 몇 푼 더 받자고 거리에 나선 것이 아니다”라며 “쌀을 지켜 농업을 살리고 식량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이날 결의대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출정식 이후 대통령에게 책임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향하려던 농민들은 결찰의 천안톨게이트 원천봉쇄로 상경하지 못했다.
농민들은 ‘쌀값은 농민값, 대통령이 책임져라’, ‘쌀 목표가격 23만원 쟁취’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부착한 40여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청와대로 향하기 위해 도로를 나섰고 경찰은 이에 맞서 경찰 100여명과 차량 등을 투입해 농민들의 도로 진입을 차단했다.
결의대회를 마친 농민들이 청와대 상경 집회를 시도했지만 경찰 저지로 무산됐다.
경찰에 막힌 농민들은 미리 집회 신고를 해 놓은 새누리당 충남도당 앞으로 차를 돌려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결의대회에서는 정부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과 충남 각 시군 국회의원을 포함한 국회의 책임 있는 국정을 향한 요구가 이어졌다.
농민들은 “새누리당, 민주당 뿐 아니라 정부도 쌀값을 가지고 농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정부는 철저히 농심을 외면하고 4000원이니, 9000원이니 운운하며 마치 우는 아니 떡 하나 더 준다는 식으로 농민의 운명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혁주 전농 충남도연맹 사무처장은 “대통령 취임 1주년이 되는 오늘, 전국 각지에서 쌀 생산비 보장, 목표가격 23만원 쟁취를 위한 농민들의 투쟁이 줄기차게 전개되고 있다”며 “생산비 보장과 목표가격에 대한 요구는 농민 생존에 대한 요구이며 일평생을 피눈물로 감내해 온 농민 자존에 대한 요구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새누리당 충남도당 앞에서 결의대회를 마친 충남 농민들은 각 시군 지역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 벼가마를 적재하고 ‘지역 국회의원들의 목표가격 23만원 보장’을 요구했다.
<공훈택 기자>
청와대 상경 집회가 무산되자 농민들은 새누리당 충남도당 앞에서 쌀 목표가격 23만원을 보장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분노한 농심은 청와대로 향한다.
12.19 전국농민 행동의 날 투쟁 결의문
대통령이 새로 뽑힌 지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 한국 사회는 어떠했는가?
박근혜가 사상 유례없는 초대형 관권 부정선거에 힘입어 당선되었다는 정황과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이에 대한 국민적 저항의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위기에 처한 박근혜 정권은 ‘유신독재 부활’ 카드를 꺼내 들고 모든 국가기관을 총동원하여 진실을 은폐하고 국민들의 저항을 짓밟아 나섰다.
박근혜 정권의 폭압은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조작, 진보당 해산청구, 전교조, 전공노 등 진보정치와 진보운동에 대한 대대적 종북몰이와 공안탄압에 기초한 민주주의 말살 책동으로 집중되었다.
폭압적 독재정치는 통상, 외교, 경제 등 국정 전반의 독재로 확장되며 이는 필연코 광범한 민생파탄을 불러온다. 급속 추진 중인 한중 FTA, 번갯불 튀기듯 처리한 한-호주 FTA 타결선언, 졸속적인 TPP 참여 결정이 강행되는 가운데 법적 절차와 국민적 합의는 깡그리 무시되었다.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던 대선에서의 약속은 온데간데 없고 “FTA는 숙명”이라는 지엄한 말씀 한마디에 농업과 농민의 운명이 내동댕이쳐진다.
철도 민영화, 의료 민영화를 밀어붙이는 박근혜 정권의 머릿속에는 오직 외세와 재벌, 부패한 권력의 돈벌이를 위한 구상만이 들어차 있을 뿐이다.
칼바람 몰아치는 국회 앞 노숙농성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쌀생산비 보장, 목표가격 23만원 쟁취를 위한 농민들의 투쟁이 줄기차게 전개되고 있다. 생산비 보장과 목표가격 23만원에 대한 요구는 농민생존에 대한 요구이며 일평생을 피눈물로 감내해온 농민자존에 대한 요구이다. 쌀값은 농민값이라는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농민들의 외침을 철저히 외면하고 4천원이니, 9천원이니 잔돈 몇푼으로 농민의 운명을 저울질하며 우롱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박근혜 정권은 FTA, TPP 등 온갖 통상협상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쌀시장의 완전한 개방을 공공연히 추진하고 있다. TPP 참여는 쌀과 쇠고기 시장의 완전한 개방으로 직결될 것이며, 이는 한미 FTA를 더욱 높은 수준에서 완성하고자 하는 미국의 국익에 완전히 부합한다.
농민들의 투쟁은 단지 쌀값 몇푼 더 받아내자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부정선거로 당선된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고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투쟁, 쌀을 지켜 농업을 살리고 식량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투쟁으로 나아갈 것이다.
겨울 한복판, 칼바람 부는 아스팔트, 쌀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농민들의 투쟁은 중단없이 계속된다. 우리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쌀 목표가격 23만원을 반드시 쟁취하고야 말 것이며, 민주주의를 강탈하고 민생을 파탄시킨 불법정권 박근혜 독재정권을 반드시 심판하고야 말 것이다. 우리는 이미 승리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