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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쥐어짜라’ 근무환경 개선 요구

노조, ‘삼성 성실교섭 나서라’ , 고 최종범씨 발인 10일째 지연

등록일 2013년11월1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금속노조와 삼성전자서비스 천안분회 노조원이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천안두정점 앞에 고 최종범씨 분양소를 설치했다.


천안시 삼성전자서비스 두정점 외근근로자 최종범씨가 ‘너무 힘들고 배고팠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10일이 지났지만 발인을 하지 못한 채 노사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천안시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지회는 사측이 노조를 거치지 않고 유족과 직접 접촉해 협상을 벌이려한 것에 반발, 지난 5일과 6일 총파업을 단행했다.
천안지회에 따르면 “천안 삼성전자서비스 비노조원 중 한 사람이 유족과 접촉한 사실을 확인 했다”며 “유가족이 장례절차와 협상을 노조에 모두 일임한 상황에서 유가족을 접촉한 것은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사측의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천안지회는 이틀간의 총파업 후 업무를 보며 교대로 삼성전자서비스 두정점에 마련된 분양소를 지키고 있다. 노조는 밤마다 촛불 문화재를 개최, 고 최종범씨의 넋을 위로하는 한편 사측의 성실한 교섭과 노조탄압을 즉각 중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근무성적 상위 1%의 ‘생활고’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천안두정점 외근 근로자로 일하던 최종범씨가 지난 10월31일 ‘배고파 못살겠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 최종범씨는 전국 삼성서비스센터 중 근무성적 상위 1%에 드는 우수한 직원이었다.
고 최종범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지난 11월1일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삼성TSP㈜ 대표 이름으로 각 언론사에 입장을 전달했다. 내용은 고 최종범씨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최종범 사원은 열정적인 업무 수행으로 항상 좋은 실적을 거뒀기에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월평균 41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았고, 또 최근 3개월 동안에는 그 보다 많은 505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았다’는 것이다.

노조는 삼성TSP㈜의 내용이 일부만 맞을 뿐더러 함정이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외근 근로자의 차량은 모두 개인소유이며 급여 안에는 유리비, 차량수리비, 휴대폰비, 식대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고 최종범씨는 올해 자신의 차량수리비로 약 500만원을 사용했다고 한다. 분양소에는 고 최종범씨가 사용한 차량이  함께 있는데 오래된 연식으로 보이는 차량의 백미러는 투명테이프로 고정시킨 상태로 있다.

노조원들은 “매달 400-5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면 중고 차량이라도 구매했을 것”이라며 “유류비, 차량수리비, 휴대폰비 등을 제외하면 손에 쥐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에어컨 정비기사로 일한 고 최종범씨 처럼 다른 직원들도 에어컨 정비기사 성수기인 7~9월까지 평균 400~500만원의 급여를 가져갈 수 있지만 비수기인 나머지 기간은 성수기 때 번 돈으로 비수기 기간을 생활한다는 것이다.
실제 노조가 공개한 한 노조원의 월급명세를 보면 올해 6월 7월 8월에는 310만 원, 270만 원, 230만 원이 입금됐지만, 3월 4월 5월에는 160만 원, 150만 원, 170만 원을 받는 데 그쳤다.

강도 높은 노동, 아파도 산재처리 요원


고 최종범씨와 같은 에어컨 외근 근로자는 성수기 하루 평균 10~13시간의 노동을 한다.
여름철 에어콘 수리 수요가 많고, 서비스건수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외근직 근로자들은 성수기 동안 강도 높은 노동을 해야했다.

노조원들은 고 최종범씨가 식사 시간을 아끼기 위해 차안에서 김밥과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을 보았다고 했다. 한 노조원은 “식비를 아끼기 위해 일주일에 두세번은 서비스센터 뒤편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외근직 근로자들은 아파도 병원에 가기 쉽지 않다. 에어컨, 냉장고, 프린터 무거운 전자기기를 수리하다 보면 다치는 경우가 많은데 회사측에서 산재처리가 되지 않는다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현재도 2명의 외근직 근로자가 병원에 입원해 있다. 무거운 프린터를 옮기다가 허리를 다쳤는데 산재보험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삼성서비스센터 두정점이 문을 열고 산재보험을 받은 사례가 없다고 알고 있다. 성수기에는 눈치가 보여 휴가도 가지 못한다. 종범이도 올해 하루만 휴가를 쓴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적 압박도 최종범씨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난 7월 최 씨는 한 고객에게 “어디 기사 따위가 고객 앞에서 허리에 손을 올리느냐, 술 먹었느냐”라는 항의를 받았다. 다분히 의도적인 시비였지만 그는 평소 받은 서비스교육대로 사과하고 자리를 피했다.
하지만 해당 고객은 고객불만을 접수했고. 사장은 최 씨에게 욕설 섞인 폭언을 하며 문제를 해결하라고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녹음 내용을 한 언론사를 통해 공개하려고 녹취 파일까지 전달했지만 신변상의 불이익을 염려해 제보를 취소하기도 했다.

 일한만큼 보상해 달라

저임금, 과잉노동 등으로 지칠 대로 지진 최 씨에게 노조설립은 마지막 희망이었다. 지난 7월14일 노조가 설립되자 최 씨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노조 일에 앞섰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특별감사였다.

김기수 천안분회장은 “그는 이미 지난 3월 정기 감사를 받았다. 그런데 또 감사를 받아야 했고 3년 전 자료를 갖고 와서 그때 왜 이 자재를 썼는지 설명하라고 했다. 기억하지 못하면 사고금액이 커지고 사고금액이 20만원을 넘으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기수 천안분회장은 “삼성전자서비스의 지난 2011년 순수익은 1조 원이었으며 2012년 순수익은 1조5000억원”이라며 “강노 높은 노동과 저임금으로 생활고를 겪고 있는 노동자들은 일한 만큼 보상을 받았으면 한다. 적어도 쥐어짜지 말고 부당한 행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최소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여건은 만들어 줘야한다”고 말했다.

고 최종범씨가 생전에 제품 수리를 위해 이동수단으로 사용했던 차량. 최씨는 올해 모두 500만원의 차량수리비를 자신의 돈으로 지불했다.

공훈택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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