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수 국회의원은
“진정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국민 모두를 생각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길입니다.”
2004년 초 25년 공직생활을 정리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던 다짐이자 각오를 담아 책표지에 올렸던 말이다. 이제 만 10년, 나름으로 각고의 노력과 성찰 속에서 십년 전 다짐에서 한 걸음 나아가 본다.
사할린 강제동원 희생자 고(故) 유흥준 씨 안장식
얼마 전 일제강점기에 사할린에 강제동원되었던 피해자 고(故) 유흥준 씨의 망향의 동산 안장식에 참석했다. 사할린 강제동원 피해자로는 첫 국내 봉환 안장식이었다. 유흥준 씨는 해방 후에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가 1977년 1월4일 사할린 코르사코프에서 사망해 지역 공동묘지에 묻혔다고 한다. 유흥준 씨의 유골은 지난 8월27일 현지에서 화장해 추도환송식을 치르고 국내로 옮겨져 30일 충남 천안 국립 망향의 동산에 안치됐다.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및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지원위원회’에 의하면, 그동안 일본 지역의 군인·군속 등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 약 400위를 봉환해 망향의 동산에 안장했고, 사할린 지역의 경우 양국 정부 간 합의에 따른 한인 유골 봉환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정부는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및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지원위원회’의 활동기간 만료가 가까워져 이번 유흥준 씨 유해봉환을 끝으로 활동을 끝내야 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 따라서 활동 기간을 연장하거나 위원회를 상설기구로 두기 위한 입법 절차가 없다면, 관련 사업이 좌초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중징용으로 고통 겪은 눈물어린 사연
2012년 존속기간 제한규정을 삭제한 상설 위원회(‘일제강제동원피해진상조사지원위원회’)를 마련하는 법률안을 대표 발의해서 상정했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또한 지난 2월 ‘일제강점기 인권피해문제 대책 포럼’을 결성해 지금까지 한시적이거나 산발적으로 제기해온 ‘일본군위안부 피해문제대책 분과’, ‘노무동원자·군인·군속·근로정신대 강제동원, 미수금 및 유해문제 등 대책 분과’, ‘사할린지역 강제동원 및 한인문제 대책 분과’ 등 총 3개 분과별로 보다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이 포럼에는 정파를 초월해 새누리당 정의화 의원(부산 중·동구), 이주영 의원(경남 창원·마산·합포), 정희수 의원(경북 영천), 김재원 의원(경북 군위·의성·청송), 안홍준 의원(경남 창원·마산회원), 김을동 의원(서울 송파병), 이한성 의원(경기 시흥 갑)과 민주당의 김성곤 의원(전남 여수 갑), 김민기 의원(경기 용인 을), 윤후덕 의원(경기 파주 갑)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일에는 여야나 정파가 없다는 소신을 관철해나가고 싶다. 지난 8월 중순 한 잡지에서 스크랩해놓았던 사연이 지난 유흥준씨 유해 봉환 안장식에 참여했던 기억이 났다. 이중징용으로 가족과 생이별하고, 살아서는 아버지를 뵙지 못했던 안명복 씨의 눈물 어린 사연이었다. 이중징용이란 1944년 우글레고르스크, 샥조르스크 등 사할린 북서부 지역 약 14개 탄광에서 조선인 광부 3천여명이 일본 본토로 다시 징용된 사건이다.
일본 측 연구에 의하면 실제 이중징용 이원은 3191명이고, 이들 중 가족이 있는 인원은 1000여 명이며, 가족의 수는 3500여명, 나머지 2000여 명은 단신자(單身者)로 기록됐다. 그리고 그 기사에 인용된 안명복 씨의 가족사를 담은 책 한 구절을 떠올린다.
오라버님 전상서….
“오라버님 전상서. 서로 다른 하늘 아래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꼭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살았습니다. 살아서는 갈 수 없는 사할린 땅에 죽어서 영혼이나마 내 아들 찾아가겠다고 눈물을 흘리시며 눈을 감으시던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여 가슴이 아프답니다. 평소에는 안 그러시더라도 약주가 거나하게 취하시는 날이면 ‘명복아, 명복아’ 하며 오빠이름을 허공에 대고 부르시다 잠이 드시곤 했어요. 그래서인지 얼굴도 모르는 오빠이지만, 그 이름만은 결코 생소하고 낯설지 않답니다.”
- 최상구, <여성주의 저널 일다> 2013년 8월 21일, ‘기록되지 않은 역사, 사할린 이중징용 광부 유가족 안명복 씨’기사 중에서
진정한 역사는 몇몇 위정자들의 역사여선 안된다는 소신을 거듭 밝힌다. 오늘의 우리가 있게 해주신 수많은 희생과 비통의 역사까지 함께 끌어안고 이 분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보상하는 나라만이 올바른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있다는 믿음이다.
늘 가슴에 새기는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 민족에게 역사의 비극은 반복된다”는 소신으로 사할린 동포는 물론 우리 역사의 비극과 그늘에 가려진 많은 대한국민의 노고에 보답하고 뒤늦게나마 그들이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는 길에 매진할 것이다.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