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통합사례관리사 전진희씨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도저히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없는 이웃들을 찾아다니며 돌보는 일을 한다.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여기저기 온 몸이 쑤시고, 저리고, 아프다. 어떤 날은 움직일 기력조차 없을 정도로 지친다. 그러나 나는 내 일이 즐겁다. 내 삶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
아산시 통합사례관리사 전진희(33)씨의 말이다. 그녀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도저히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없는 이웃들을 찾아다니며 돌보는 일을 한다.
여성의 몸으로 세상으로부터 가장 소외받고, 그늘진 곳을 찾아다니다 보니 때로는 민망하고 난처한 일이 자주 발생한다. 심지어 신체적 위협을 받기도 한다.
남성이 혼자 사는 집이나 정신질환자 또는 술에 취해 이성을 잃은 알코올 중독자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낡을 대로 낡은 다가구 주택이나 두 사람이 비켜서기도 힘든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펼쳐진 도시빈민가에 사는 경우가 많다. 관리 대상 시민들은 생활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여름철엔 바람도 통하지 않는 찜통더위 속에서 살고, 겨울철엔 꽁꽁 언 방에서 지독한 추위와 싸우며 산다.
거동 불편한 노인이나 돌봐줄 사람조차 없는 중증 장애인인 경우 위생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질병의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이런 사람들의 손을 잡고, 그들의 건강을 살피며,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고민하는 일이 그녀의 일상이다.
그녀가 이렇게 돌보는 사람만 40~45명이나 된다. 매일 이들과 씨름하다 보니 저녁때면 파김치가 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 보건복지부에서는 통합사례관리사 1명당 25~30명을 적정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산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엄밀히 말하면 아산시 통합사례관리사 4명이 30만의 인구 중 가장 어려운 계층을 찾아다니며 관리하는 셈이다. 아산시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경기불황이 장기화되고 고령화가 가속화 되면서 대상자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이들을 돌볼 통합사례관리사는 2009년 이후 5년째 단 한명도 충원되지 않고 있다.
고교시절 재활원에 봉사활동 나갔다가 사회복지사의 길을 결심했다는 그녀는 자신의 일이 힘든 것보다 돌봐야 할 어려운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 더 안타깝다고 한다.
“사업을 부도낸 부모가 가출해 세상에 홀로 남겨졌던 한 여학생이 주변의 도움으로 당당하게 사회에 진출해, 이제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또 다른 누군가를 돕겠다고 나선일이 있었다. 이런 소식들을 들으며,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
전진희씨가 자료실에서 사회복지 관련 선진사례를 찾으며, 동료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