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춘(41·아산시 녹색어머니회장)
아산시 녹색어머니회장 문제춘(41·둔포면)씨가 즐거운 일을 저질렀다.
최근 3년간 해오던 아동복집을 정리하면서 남은 새 옷을 어려운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 것이다. 다섯박스에 시가 2백50만원 어치의 새 옷이 아동들에게 전달된다.
“점포정리를 해서 팔까 생각도 했지만, 남편이 그걸 팔아서 무엇 하느냐고 혼내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나누어 줄 참이었는데 그 소리에 용기를 얻었죠.”
주로 추석빔이 대부분인 이 옷은 형편이 어렵거나 시설아동들에게 전달된다.
“아휴~걱정되네요. 미취학 아동을 중심으로 해서 장사를 해왔기 때문에 큰애들한테 그나마 맞지도 않을텐데. 어쩌죠”하며 걱정스런 어머니 목소리다.
자식 둘을 키우다 보니 다 내 아이 같고 사랑해 주고 싶어 시작한 봉사자 일.
사실 아직도 정신지체시설에 들어가는 것이 꺼려지는 풋내기 봉사자다. 이제 조금씩 그런 어색함을 풀어가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봉사의 손길이 제일 빨리 닿는 것은 아이들이다.
그녀는 “어쩌면 그렇게 요즘 애기들은 예쁜지… 보기만 해도 즐겁고 사랑스럽다”는 문 회장. 봉사할 일이 그 중에서도 사랑이 많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봉사라면 그녀가 빠질 수 없는 노릇.
“봉사라고 할 수도 없어요. 그리고 큰 일도 아니지요.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 이웃과 하나되고 모두가 가족처럼 지낼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니까 그것에 대한 감사와 기쁨이 넘쳐요”라며 겸손한 미소를 띄운다.
사실 문 회장이 직접 아동들에게 전달하지는 못했다. 언론매체에 나오는 것도 극히 꺼렸다.
괜히 얼마 안 되는 선행으로 자신이 부각될까 염려스럽기도 하다.
“사람들 만나보면 대개가 봉사자더라구요. 저 같은 사람은 부끄러워서 어디 얼굴을 들 수 있나요”라며 끝까지 겸손한 미소와 말 한마디를 던진다.
아직 가격표조차 떼지 않은 프릴 달린 흰 원피스를 요모조모 뜯어보며 문 회장은 누가 입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누가 입게 되든, 이번 추석에 예쁘고 씩씩하게 입길 바람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