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네농장 김지학 대표는 “탕정지역 포도재배 면적이 삼성공단과 아산신도시 개발로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친환경 유기농 재배로 전환하면 오히려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적당한 강우량과 풍부한 일조량 덕분에 포도농사가 정말 잘됐어. 포도 맛은 수확기 날씨가 좌우하는데 요즘 날씨는 포도농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좋아. 이런 날씨에는 맛없는 포도가 절대로 나올 수 없지.”
아산시 대표 특산물인 탕정포도가 본격적인 수확철을 맞아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탕정포도 특유의 달콤한 향기와 육질은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당도가 올라가고 탕정도포 특유의 진한 향기와 단단한 육질이 완성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예년에 비해 풍부한 일조량과 적당한 비, 일교차가 더해져 탐스럽고 빛 좋은 최고의 상품이 만들어 졌다. 그 어느 해 보다 강한 볕을 잘 받은 포도나무는 광합성 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 예년에 비해 일주일 정도 수확기가 빨라졌다. 당도 역시 캠벨의 최고치인 18Brix까지 올라 맛이 좋다.
최근 여름철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이미 수확을 시작한 농민들은 새벽부터 포도를 따서 포장하느라 손놀림이 분주하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붉은 빛이 감돌던 포도송이가 점심 먹고 나면 검은 송이로 변할 정도로 포도밭에서는 경이로운 풍경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 나절 사이에도 푸른빛 포도알이 검붉은 빛깔로 탐스럽게 익어가는 요즘, 수확시기를 맞추느라 여념이 없는 탕정면의 한 포도농장을 찾았다.
30년 만에 가장 맛있는 포도 생산
아산시 대표 특산물인 탕정포도가 본격적인 수확철을 맞아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선우네 농장 김지학·김옥자 부부)
비가림 시설을 갖춘 포도농장에 들어서는 순간 포도에서 뿜어내는 당향이 피부 속까지 스며든다.
올해로 30년째 포도농사를 짓는 탕정면 호산리 선우네 농장 김지학(58)·김옥자(55) 부부는 탕정면 최고의 포도재배 기술을 보유한 명인부부로 꼽힌다. 탕정포도가 대부분 캠벨품종인 것과 달리 선우네 농장에서는 캠벨은 물론이고 거봉과 머루포도를 함께 재배하고 있다. 또 맛의 귀족이라 불리는 유럽계통의 청포도인 알렉산드리아와 껍질째 먹는 각종 포도품종을 재배해 연간 1억원 이상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김지학씨는 자신의 땅 1만3223㎡(4000평)의 농장 모두 아산신도시 개발에 수용될 예정이었지만, 매년 포도농사를 짓는 마지막 해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히려 더 최선을 다했다. 신도시개발계획이 전면 백지화된 현재 김씨의 포도농장은 더욱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김지학씨는 “신도시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늘 불안하고 뜬구름 잡는 기분이었다. 서로 이해가 다른 주민들은 이웃간 불화가 생기고, 씻지 못할 큰 상처를 입었다. 당시는 농사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제 맘 편히 포도농사에 전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학씨는 손자의 이름을 따서 농장이름을 지었다. 손자를 건강하게 키우는 마음으로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친환경 무농약 포도를 재배하겠다는 각오다.
특히 올해는 최적의 기상여건으로 30여 년간 포도농사를 지은 이래로 가장 달고 맛있는 포도가 열렸다고 말했다.
탕정면 도시개발 백지화, 위기를 기회로
탕정포도 특유의 달콤한 향기와 육질은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당도가 올라가고 탕정도포 특유의 진한 향기와 단단한 육질이 완성되고 있다.
한 때 400여㏊에 이르던 탕정지역 포도밭이 삼성공단과 아산신도시 개발로 133.5㏊(2012년 기준)로 축소됐다. 20여개가 활발하게 운영되던 포도작목반도 대부분 와해됐다. 특히 지난 10여 년간 도시개발 예정지로 묶이는 바람에 보상 문제로 나무 갈아 심기를 못했다. 결국 노화된 포도나무를 어린 나무로 세대교체를 해주지 못해 탕정포도의 몰락을 부추겼다.
탕정포도 전성기에는 매년 9월에 탕정포도축제를 개최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직거래장터를 비롯해 각종 체험행사와 볼거리를 제공했으나 2003년 8회를 끝으로 폐지됐다. 탕정TC산업단지조성, 아산신도시개발 등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탕정면 일대의 포도밭은 대부분 사라졌다.
이미 상당수 포도재배 농민이 지역을 떠났으며, 도시개발구역에서 벗어난 일부 농장을 제외하고는 탕정포도가 고사위기에 처했다. 포도재배지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는 지역의 대표적인 농업자원이 상실되는 것이라며 많은 농민들이 반발했다.
심지어 아산신도시사업본부의 용지보상을 둘러싼 협상테이블에서 무형자산인 ‘탕정포도’ 브랜드가치도 계산해야 한다는 주장과 보상근거가 없다는 주장이 엇갈려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도시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농기계, 창고, 농자재 등이 곳곳에서 방치되기도 했다. 평소 같으면 농기계와 각종 장비를 손질해 보관했겠지만 적극적인 영농의지도 사라졌다. 수 십 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농민들이 몸으로 익혀 온 재배기술이 소멸위기에 처했고, 농민들도 절반 이상 떠났다.
그러나 현재까지 포도농장을 지켜온 농민들에게는 이러한 위기상황들이 새롭게 기회가 되고 있다. 과잉생산과 홍수출하가 사라져 가격지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삼성을 비롯한 협력업체 배후도시로 5만여 명의 소비자들이 이웃해 있다.
현재 발빠른 농민들은 기존 캠벨 단일품종을 벗어나 일본, 유럽 등의 품종을 들여와 재배에 성공하며 친환경 고품질 포도생산에 전념하고 있다.
김지학씨는 “토질과 기후, 일교편차 등 탕정면의 포도 생육조건을 잘 살리면 가장 큰 경쟁력이 될 것이다. 재배면적과 농가수는 대폭 줄었지만 소비자는 오히려 생산량이 부족할 정도로 늘었다. 오히려 탕정면의 도시화로 인해 탕정포도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