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복 전 아산시장이 서울고법 형사4부에서 지난 7일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5년과 벌금 1억5000만원, 추징금 1억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찬경(57)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구속기소 된 강희복(71) 전 아산시장이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5년과 벌금 1억5000만원, 추징금 1억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문용선 부장판사)는 7일(수) 강희복 전 아산시장에 대한 항소심(2013노592)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강 전 시장과 김 전 회장은 당시 아산시장과 아산시 출신 사업가로 알고 지내던 관계였을 뿐,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고 무이자·무담보로 거액의 금전대차 거래를 할 정도로 두터운 친분관계가 형성됐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소속 공무원의 직무집행에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모범이 되어야 하는 시장으로서 뇌물을 수수해 죄질이 나쁘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강 전 시장은 지난 2009년 7월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던 미래저축은행 김찬경(57) 회장으로부터 ‘아산시청에서 아름다운CC골프장과 관련된 인·허가를 신속히 받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취지의 부탁과 함께 현금 1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강 전 시장은 또 2005년5월~2008년1월까지 김 회장으로부터 6명의 차명으로 147억9000만원의 불법 대출을 받아 아산시에 있는 부동산 17필지를 매입한 것으로 검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1998년 시장 선거 당시 선거캠프의 핵심관계자로 활동했던 A씨와 함께 ‘돈 되는 땅’을 매입해 되파는 방법으로 시세 차익을 남기기로 공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시장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이자를 제 때 내지 못하자 김 회장의 골프장 청탁을 빌미 삼아 추가로 수 십억원을 대출받았다.

민선3~4기, 어떤 일 있었나

“지난 8년을 돌아보며 ‘아산발전’ 이라는 일념 하나로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달려왔다. 주어진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아산발전이라는 대명제 앞에 맡은 바 소임을 다했다. 평가는 시민 여러분과 역사에 맡기겠다.”

2010년 6월25일 강희복 전 아산시장이 퇴임사에서 한 말이다. 강 전 아산시장은 2002년 한나라당 후보로 지방선거에 출마해 아산시장에 당선됐고, 이후 재선에 성공해 2002년7월~2010년6월까지 재직했다.

강 전 시장은 민선4기 말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돌연 불출마를 선언한 후 공직을 떠났다. 당시 강 전시장이 밝힌 불출마 사유는 ‘부인의 건강문제’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정이 연루된 검찰내사설이 나돌았다.

강 전 아산시장이 재직했던 민선3·4기 8년을 돌아보면 아산시는 인구를 비롯한 각종개발사업 등으로 도시규모가 급팽창한 시기였다. 아산신도시개발, 용화지구, 배방지구 등 10여 곳이 넘는 택지개발사업으로 아산시 전 지역이 토목공사장을 방불케 했다. 또 둔포·도고·서부산단 등이 잇따라 추진돼 도시개발과 확장정책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특히 강 시장이 재임했던 8년간 인구가 8만여 명이 증가한 것은 물론 경부고속철도와 수도권 전철 개통, 국도 21호 확장 등 시민들은 하루가 다르게 도시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이러한 각종 개발과정에서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하는 계층이 생긴 반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원주민들도 속출했다. 이 과정에서 계층간 갈등과 대립, 양극화 등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강 전 시장은 시장 퇴임 이후 아산시의 대표적인 관광단지면서 재임시절 본인이 가장 큰 공을 들여 개발한 득산동 신정호 인근에 단독주택을 짓고 부인과 함께 장모를 모시고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