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외 수당은 공무원에게 공돈이나 다름없다. 주말 당직근무를 서야 할 일부 공무원들이 정맥체크만 하고 사라지고 퇴근 시간 때 시간에 맞춰 등장하는 등 공직기강 해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직산에 살고 있는 A씨. 지난 7월21일 일요일 민원 때문에 서북구청을 찾았다가 희한한 장면을 목격했다.
공무원이 출근 후 정맥체크기(출퇴근 확인 기기)에 확인을 하고 서둘러 곧바로 구청을 나가는 모습이었다. 어떤 공무원은 A씨가 계속 지켜보고 있자 구청 현관문을 나갔다가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기도 했다.
A씨에 따르면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지켜본 결과 이러한 공무원이 한두 명이 아니었으며 어떤 공무원은 잠옷 바람으로 체크만 하고 사라지는 모습까지 보였다는 것이다.

“말로만 듣던 초과근무 수당을 부정적인 방법으로 챙기는 모습이었다. 어떻게 초과근무를 한다면서 부정적인 방법으로 시민의 세금을 챙기는지, 공무원들의 이러한 행태에 실망을 넘어 분노마저 느꼈다.”
초과근무는 말 그대로 업무를 법정시간 외에 일하는 것을 말한다. 1인당 한달에 최대 50시간을 신청할 수 있으며 수당으로 환산하면 한 사람이 한달에 최대 43만원을 가져갈 수 있다.

천안시 6월 초과근무자 자체점검 8명 적발 1차 경고

A씨의 말대로라면 출퇴근 체크만 하고 초과근무 수당을 챙겼다면 공직기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본지는 A씨 제보의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8월3일과 4일 천안시청 본청(3일 오전 10시30분~11시, 4일 오전 11시~11시30분)과 서북구청(4일, 오전 9시~10시)을 방문했다. 3일과 4일 구청과 본청 각 과별로 일정한 시간에 근무를 하고 있는 공무원의 수를 확인했다. 이는 이후 정맥체크가 된 공무원 수를 비교하기 위한 절차였다.

이틀에 걸쳐 초과근무 현황을 파악하는 가운데 여러 근무형태가 확인됐다. 쌓여있는 서류와 열심히 씨름을 하고 있는 공무원이 있는가 하면, 컴퓨터로 드라마를 즐기는 공무원, 여러 명이 모여 앉아 스포츠 중계를 재미있게 보는 공무원이 있었다.
A씨 말대로 출근체크만 하고 사라진 후 때 되면 다시 와 퇴근체크를 하는 공무원과 비교하면 애교라 할 수 있다.
확인하는 과정에서 본청 당직근무자와 대면하게 됐다.
이 당직근무자는 “기자가 휴일에 무단으로 공공기관으로 찾아오는 것은 위법한 일로 초과근무 확인은 경찰, 감사실에서 할 일이지 기자가 할 일은 아니다”라며 취재를 막았다.

8월5일 천안시청에 3일과 4일 정맥체크된 과별 공무원 수 공개를 요구했다. 그러나 절차의 문제와, 사안의 민감함으로 곧바로 정보를 공개할 수 없으며 정보공개청구를 하라고 밝혔다.
천안시 관계자는 “휴일 취재를 위해서는 당직근무자에게 먼저 취재 목적을 밝히고 협조를 얻었어야 했다. 이러한 절차를 어겼기 때문에 곧바로 자료공개가 어렵다”며 “또한 개인정보 유출 등 사안이 민감해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 말대로 사전에 취재협조를 받았다면 제대로 된 취재가 가능했을까.

한편 천안시는 지난 6월 총무팀과 감사팀이 합동으로 본청을 대상으로 초과근무 현황을 자체 점검했으며 점검결과, 모두 8명을 적발하고 이들에게 1차 경고했다.
또한 시는 재발 방지를 위해 공문발송, 자체점검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