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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마를 새도 없이 ‘그저 살자’

식물인간 남편 4년 투병 끝에 ‘사별’…남긴 건 ‘빚더미’와 ‘3남매’

등록일 2013년08월02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4년간 식물인간으로 투병해온 남편이 남긴 병원비와 보증빚에 청소노동자로 일하는 신애정씨와 어린 3남매는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이제 그 사람(남편)은 물론 세상에 대한 감정조차 한 조각도 남아있지 않다. 그래도 오늘을 살아내야 한다. 내일도 살아내야 하고….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내야 한다.”

남편과 사별한지 열흘도 채 지나지 않은 신정애씨(43, 가명 아산시 읍내동)에게는 슬픔도 원망도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은 듯했다. 감정 하나 섞이지 않은 건조한 목소리로 자신의 지난 과거를 그저 남 이야기 하듯 들려줬다. 

“정말 모진 세월이었다. 남편이라는 사람이 사지육신 멀쩡할 땐 친구 빚보증으로 집까지 날리더니, 사고를 당해 식물인간 상태로 4년이나 투병생활을 했다. 지난 주 그 사람과 영원히 이별했다. 그 사람이 나에게 남긴 것은 지긋지긋한 보증빚과 병원비 그리고 3남매 뿐이다.”

아산의 한 대학교에서 아침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꼬박 8~9시간을 청소노동자로 일하는 그녀가 한 달에 받는 돈은 90만원이 전부다. 그 돈으로 매월 70만원씩 드는 남편 병원비를 내고 나면, 나머지 식구들이 먹고 살 일이 빠듯했다. 남편의 연체된 병원비만도 현재 500만원이 넘는다.

그녀가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세 명의 자식과 함께 이 험난한 세상에서 앞으로 먹고 살아가야 할 일 때문이다. 첫째는 올해 대학교에 입학했다. 둘째는 고등학교 2학년, 막내는 초등학교 6학년이다.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한 부모의 몫일 수밖에 없는 등록금, 교복, 준비물, 각종 공과금이 그녀에게는 막막하기만 하다.

‘애증’이 교차하는 그 이름 ‘아버지’ 그리고 ‘남편’

돌아가신 친정아버지는 그녀가 스물 세 살 되던 해 남편과 결혼할 것을 강요했다.

아버지가 그토록 집착하던 남편은 어릴 때부터 한 마을에서 자란 세 살 많은 동네 오빠였다. 당시 그녀는 결혼 자체를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아버지 권유에 못이겨 생각지도 못한 결혼을 얼떨결에 해버렸다. 그리고 3명의 아이를 낳았다.

당시 남편은 화물차 운전기사를 생업으로 삼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결혼 한 이후 단 한 번도 월급을 제때 가져다주는 일이 없었다. 한 달에 많아야 20~30만원 던져주는 게 전부였다. 이 돈으로는 아이들 양육비는 고사하고 공과금 내기도 벅찼다. 그런데 그마저도 못주는 날이 많았다. 결국 그녀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농사일부터 각종 허드렛일을 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월급이 은행에 압류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누군가에게 빚보증을 서줬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편은 친인척은 물론 주변사람들에게 적게는 수 십 만원부터 수 백 만원까지 빚을 지고 있었다. 그 역시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기 위해 빌린 돈이다.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물려 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역시 누군가에게 빌려 준 것이다. 그 일이 잘못돼 결국 집을 송두리째 날리고 말았다. 집을 자신의 명의로 옮긴지 두 달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버지는 남편의 어떤 모습이 마음에 들어 결혼하라고 한 것일까’ 상심에 빠져있던 어느 날 더 기막힌 소식이 들려온다. 정확한 경위는 알 수 없으나 누군가와 함께 술에 취한 남편이 마을에서 추락 사고를 당해 사지가 마비된 것이다.

결국 그녀는 뇌병변 1급 상태의 식물인간으로 병원에서 숨만 쉬는 남편까지 수발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러던 와중에 남편의 복잡한 채무 과정에서 아버지가 물려준 집을 차지한 사람이 집을 비워줄 것을 요구해 결국 그녀는 거리로 쫓겨나고 말았다.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살아야지요”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살아야지요. 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새끼들만큼은 키워야 하잖아요.”

그녀는 현재 친정의 도움으로 보증금 200만원의 저소득층 생활보호를 위한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다. 남편이 사고를 당하자 친정과 시댁 친지들이 조금씩 도움을 주었지만, 투병이 장기화 되면서 모두 함께 지쳐가고 있었다. 심지어 4년간 식물인간으로 투병 끝에 사망한 남편의 조의금과 장례비용을 둘러싸고 말 못할 민망한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어떤 친지는 감당하기 힘든 막말과 구박으로 상처를 줬지만, 아직까지 그녀와 아이들은 용케 잘 극복해 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인지 모를 남편의 빚과 남은 4가족의 생활비는 어떻게 조달할 수 있을까. 그녀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의 무게가 너무도 무거워 보인다.

도움주실분 041)555-5555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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