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0억원 상당의 가짜 석유를 제조·유통시킨 일당과 금품을 수수하고 단속정보를 제공한 공무원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검찰은 가짜석유의 유통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관련법규 정비와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940억원 상당의 가짜 석유를 제조·유통시킨 일당과 금품을 수수하고 단속정보를 제공한 공무원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한웅재)는 대포폰을 이용해 가짜 석유 단속 정보를 알려주는 대가로 억대 금품을 수수한 한국석유관리원 간부 4명, 가짜 석유 판매를 약점 삼아 돈을 갈취 하려는 사람에 대한 청부 수사 대가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경찰관 3명, 단속정보 유출 브로커에게 지명수배내역을 알려주어 도피를 도운 경찰관 1명, 한국석유관리원 간부와 경찰관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면서 단속 정보를 빼돌리고 청부 수사를 부탁한 브로커 4명 및 주유소 업자 1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약 1747만 리터 시가 209억원 상당 가짜 경유 원료(용제)를 생산·판매한 석유정제회사 회장과 대표이사 2명, 석유정제회사와 짜고 가짜 경유 원료를 전문적으로 운송한 특장회사 대표 3명, 관리사장을 고영해 단속을 피하면서 석유정제회사로부터 용제를 매수해 판매한 용제판매회사 회장과 대표이사 2명, 바지사장을 고용하고 가짜 석유를 판매한 유사석유 판매업자 4명을 기소했다.
아울러 검찰은 석유정제회사에 대한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세무공무원 5명과 세무사 1명 등 총 32명을 적발해 14명을 구속기소하고 9명을 불구속기소 했으며 3명을 지명수배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세무공무원 4명과 경찰관 2명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에 비위사실을 통보한 상태다.

 금품수수 공직자 다수 ‘충격’

검찰은 2013년 4월경 가짜석유 판매업소로부터 돈을 걷는 단속정보 유출 브로커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 2013년 5월 가짜 석유 단속기관의 단속 정보 유출 등 비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한국석유관리원 전·현직 고위간부 4명이 가짜석유 단속정보유출 브로커와 지속적 관계를 맺으면서 향응을 제공 받고 단속정보를 빼돌린 대가로 1인당 2000만원에서 2억1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본사 감사실장·서울지사장·지역본부장 등 핵심보직자로 이 중에는 브로커로부터 매월 천만원의 돈을 정기적으로 상납받기도 했다며 보직변경시 유착관계에 있던 브로커를 후임자에게 인수인계 해주기도 하는 등 조직적으로 단속정보를 빼돌려 왔고 핸드폰 추적을 피하기 위해 브로커로부터 대포폰을 건네받아 가족을 통해 간접적으로 브로커에게 단속 정보를 유출, 적발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구속된 석유관리원 간부 중 한 사람은 단속 경찰관과 함께 가짜 석유 판매업자가 운영하는 주유소에 거액을 투자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 다수 적발, 충격을 더하고 있다.
‘가짜 석유 판매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을 구속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브로커로부터 ‘청부수사’ 대가로 14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경찰관 1명이 구속기소됐다.
또한 수사를 받고 도피 중이던 브로커의 부탁을 받고 수시로 수배내역을 조회해 알려주는 방법으로 지명수배되어 있는 브러커의 도피를 도운 경찰관(2012년 6월 퇴직)도 불구속 기소됐다.
아울러 검찰은 브로커에게 청부수사를 해줄 경찰관을 소개해 준 대가로 룸살롱에서 술과 향응을 제공받고, 유흥업소 여종업원을 대동해 가평, 단양 등지의 펜션에서 접다를 받은 경찰관 2명이 적발돼 해당 기관에 비위사실을 통보했다.
공직자 비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가짜경유 원료를 제조 및 유통시킨 A업체에 대한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23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세무공무원과 A업체로부터 세무조사 담당 공무원들에 대한 로비자금 2700여만원을 수수하고 수백만원을 공무원들에게 뇌물로 교부한 A사 고문 세무사가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용제형 가짜 석유가 ‘가짜 석유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가짜 석유제조·판매업자들에게는 막대한 검은 이익이 남는 사업으로 이들은 이러한 검은 이익으로 관련 공무원에게 불법 로비를 벌였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가짜석유 유통의 구조적 비리 수사를 통해, 가짜석유의 유통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 정비 및 세제 개편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용제에 세금을 선부과 하고 최종 소비자가 산업용으로 사용한 사실을 소명하는 경우 환급해 주는 방식의 과세제도 개선안을 기획재정부에 건의했다.
<공훈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