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했던 고 황유미씨의 백혈병 사망이 알려지면서 시작된 반도체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집단 산재신청은 현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07년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했던 고 황유미씨의 백혈병 사망이 알려지면서 시작된 반도체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집단 산재신청은 현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일(화) 오전11시 근로복지공단 영등포 본부 앞에서 반올림은 또다시 10명의 직업병 피해자들에 대한 산재신청을 제기했다. 이번 집단 산재신청은 2008년 이래 다섯 번째다. 반올림을 통해 현재까지 전자산업 노동자들 총29명이 산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비슷한 근무환경 근로자 젊은 나이에 ‘암’

지난 23일 산재신청한 내용을 살펴보면 몇 가지 유사한 패턴이 감지된다. 이들 대부분 건강했던 사람들이 가족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젊은 나이에 암에 걸렸다.

암에 걸린 삼성전자 노동자 10명 둥 8명은 삼성반도체, 2명은 삼성 LCD 공장 출신이다. 또 9명의 여성 노동자들은 20대 혹은 30대에 백혈병, 뇌종양, 유방암, 갑상선암, 폐암 등이 발병했고 나머지 1명의 남성 노동자는 50세에 백혈병이 발병했다.

특히 동일한 근무환경에서 집단 뇌종양 발병이 의심된다. 성반도체 온양공장 고온테스트(MBT)공정 출신의 노동자는 1983년생 여성으로 현재 악성 뇌종양으로 투병 중이다. 2012년 5월 악성 뇌종양으로 사망한 고 이윤정씨도 같은 공정에서 동일 작업을 했었다. 이 공정 출신 뇌종양 발병자는 반올림에 제보된 건만으로도 4명이다.

30대 나이에 유방암, 갑상선암에 걸린 피해 노동자 2명은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3라인 엔드팹(3라인 2층 마무리 팹공정) 출신으로 백혈병 사망자 고 이숙영씨와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이다. 당시 이 공정에서 일하던 동료 노동자들 다수가 여러 질병에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반도체, LCD공장의 유방암과 백혈병 발병위험에 적색등이 켜진 셈이다.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출신 유방암 피해 노동자 3명, 백혈병 피해자 2명이 함께 산재를 신청함으로써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2012년 12월,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출신 고 김도은씨는 유방암에 걸려 산업재해로 인정받은바 있다.

반도체 여성 노동자 불임…최초로 산재신청

삼성반도체 기흥·화성공장 출신인 1978년생의 한 여성은 불임, 융모상피암, 갑상선 질환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6년간 반올림에는 다양한 생식독성 피해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반올림은 생리불순, 무월경, 무정자증, 불임, 유산, 자녀의 기형 등 제보가 이어지자 이번에 처음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반도체, LCD 뇌종양 피해사례는 반올림에 제보된 수만 해도 15명이다. 15명 중 삼성반도체가 11명, 하이닉스반도체 1명, 삼성LCD 3명이다.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는 “해외 반도체 산업에서는 물론,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조사에서도 반도체 노동자의 뇌종양 위험이 일반인구보다 높게 나타난 바 있다”며 “반도체, LCD 생산의 선두주자인 한국에서 해당 산업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고 직업병 피해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역학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는 LCD 노동자 2명이 폐암(27세)과 유방암(24세)으로 산재를 신청하는데, LCD 출신 노동자들의 뇌종양, 폐암, 백혈병, 재생불량성빈혈, 다발성경화증 등 암과 희귀질환 피해가 늘고 있는데도 LCD공장의 작업환경에 대한 정밀 조사는 한 번도 실시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반올림은 근로복지공단의 신속한 산재인정과 반도체·LCD 노동자들의 뇌종양 위험에 대한 역학조사, LCD공장 작업환경에 대한 정밀 유해요인 조사를 고용노동부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7월23일, 집단 산재신청 근로자 현황

삼성반도체 8명(기흥7, 온양1), 삼성LCD 2명(천안·탕정)
반도체 - 유방암 3명(유방의 상피내암 1명 포함), 뇌종양 1명, 갑상선암 1명, 융모상피암 1명(불임과 갑상선질환 같이 신청)
LCD - 폐암1명, 유방암1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