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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아산공장 ‘몽구산성’ 등장

‘비정규직 철폐 및 박정식 열사 정신계승’…노동자와 경찰·용역 4000명 대치

등록일 2013년07월2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현대차 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를 비롯한 충남노동계와 울산공장, 전주공장에서 합류한 비정규직 노동자 등 1000여 명이 현대차 아산공장에 모였다.

현대차 불법파견에 맞서 싸우다 자살한 박정식씨가 9일째 차가운 냉동고에서 눈을 감지 못하고 있다며, 현대차는 박 씨의 명예회복과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촉구했다.

“우리는 그동안 뼈 빠지게 일하며, 현대자동차와 정몽구에게 돈 벌어 준 죄밖에 없다. 그러는 사이 얼마나 많은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억울하게 죽어갔는가. 현대자동차와 정몽구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절규하는 목소리를 듣기는커녕 교도소 담장이나 군사시설에서나 있을 법한 철조망을 치고 콘테이너로 성벽을 쌓고 있다. 힘없는 국민이 아닌 자본과 권력의 사설경호원으로 전락한 경찰들도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라. 보수언론들은 또 다시 벼랑 끝에 선 힘없는 노동자들의 절규를 위험한 폭도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박정식 열사의 유언대로 우리 모두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지난 24일(수)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정문에 일명 ‘몽구산성’이 등장했다. 이날 현대차 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를 비롯한 충남노동계와 울산공장, 전주공장에서 합류한 비정규직 노동자 등 1000여 명이 현대차 아산공장에 모였다. 머리에 붉은 띠를 동여 맨 한 연사는 연단에 올라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눈을 뜨지 못한 채 쉰 목소리를 쥐어짜며 절규했다.

이들은 지난 15일 사망한 고 박정식 금속노조 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 사무장이 9일째 차가운 냉동고에서 눈을 감지 못하고 있다며, 박 사무장의 명예회복과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촉구했다.

이날 경찰은 전국에서 30개 중대 3000여 명의 병력을 동원해 현대차 아산공장으로 진입하는 모든 도로를 차단했다. 또 아산공장 정문을 중심으로 4개 출입구가 경찰병력과 경찰버스, 장갑차, 대형컨테이너로 막혔다.

현대차 울타리 내부에는 철조망과 용역을 배치하고, 노동자들이 컨테이너를 타고 올라서거나 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동차 윤활유를 발라 놓는 등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콘테이너에 발라놓은 윤활유를 이용해 누군가 써넣은 ‘정몽구 구속’이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철조망 치고, 물대포 소화기 이용한 진압훈련

이날 현대차를 막아선 대형 컨테이너에 하청노동자들은 즉석에서 ‘몽구산성’ 이라고 명명한 후 ‘정몽구 구속’을 주장했다.

현대차 하청노동자들의 시위현장을 대형컨테이너가 둘러싸고 있다. 컨테이너 포위망 안에서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7월24일은 박정식 금속노조 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 사무장이 사망한지 9일째 되는 날이다. 박씨의 죽은 몸은 온양장례식장의 차가운 냉동고에 안치된 채 기약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는 박씨가 사망하자 전면파업에 이어 부분파업을 벌이며 회사에 항의했다. 이날도 오전 11시30분부터 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는데,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회사에 저항하다 30분도 못 버티고 공장 밖으로 쫓겨났다. 

현대차 아산공장 송성훈 사내하청지회장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2003년 노조를 만든 이후 개처럼 끌려나온 게 한 두 번이 아니다”라며 “박정식 열사를 비롯해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할 현대차는 적반하장으로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정식씨 사망 이후 노동계의 반발 움직임이 거세지자 현대차 아산공장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보는 앞에서 공장 담벼락에 철조망을 둘러치고, 물대포와 소화기를 배치해 진압하는 훈련을 실시해 노동자들을 더욱 자극했다.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의 한 노동자는 “현대차는 처음부터 비정규 노동자들과는 대화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며 “저게 어디 사람이 할 짓인가”라고 개탄했다.

“현대와 정몽구는 반윤리적 행동을 멈춰라”

현대차 하청노동자들의 시위현장을 대형컨테이너가 둘러싸고 있다.

용역업체 직원들이 철조망 뒤에서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다.

2010년 7월22일 대법원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를 인용해 박정식씨는 자살하기 한 달 전인 6월15일 자신의 카톡방에 ‘대법원 판결이후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정규직 전환이 빠르겠다는 생각으로 가입했다. 그러나 현대자본 앞에서는 법도 무기력했다. 함께 싸워 승리하자’는 맥락의 글을 올렸다.

7월15일 박정식씨는 ‘무엇을 얻고자 이렇게 달려왔는지 모르겠다. 비겁자로 세상을 떠난다. 저로 인해 꿈과 희망의 끈을 놓지 마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박창식 금속노조 충남지부장은 “다이모스, 현대제철, 현대차 등 현대자본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 노동자들은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며 “현대차가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을 이행해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화 했다면 박정식 열사는 자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연사는 “현대차가 대법원의 불법판결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은 이명박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현대자본을 비호한 결과”라며 “불법파견 문제에는 침묵하면서,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폭도로 매도하는 언론이 노동자들을 절망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정식씨의 작은아버지 박태천 씨는 “대법원의 판결을 이행하고, 범법자 정몽구를 구속하라며 힘겨운 투쟁을 하던 조카는 하나뿐인 소중한 생명까지 희생하며 짧은 생을 마감했다”며 “현대차는 더 이상 반윤리적인 행동을 멈추고 더 이상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1000여 명의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와 경찰병력과 3000여 명, 용역 등이 현대차 아산공장 담장 너머 경찰차와 컨테이너를 사이로 팽팽하게 대치했으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경찰버스와 장갑차가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담벼락 외곽에 거대한 울타리를 둘러치고 있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진입로를 차단한 경찰차량.

현대자동차에서 대기하던 경찰병력이 철수하고 있다.

이날 1000여 명의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와 경찰병력과 용역 3000여 명이 현대차 아산공장 담장사이로 대치했으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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